장자(3/1) - 장자, 들뢰즈, 스피노자, 공자......

뿔옹
2019-03-04 16:49
372

장자의 첫 인상 "아....이건 뭐지?" 

낯섬음, 그 자체!

작년에 <논어>를 읽었고, 이전에 <대학> 도 한 번은 읽었던 터라 

공자와 다른 '호방함의 철학'이라고 불리는 장자에 대한 기대 아니 호기심(?)이 상~~~~당히 컸다.

장자는 어떻게 말하고, 무엇을 말하고, 왜 이렇게 말하고자 했을까.

<장자> 첫 시간에는 내편에서 '인간세'를 먼저 읽었는데,

그동안 '서당개'로서 들어왔던 유가의 사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와는 전혀 다른 감응affect를 주었다.

사실 감응이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이 감응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시 이런 것이 바로 들뢰즈/가타리가 말했던 '기관없는 신체'가 아닐까?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문탁에서 공자를 언급할 때는 다들 공자'님' 혹은 공자'선생님'이라는 나름의 예를 다할 때가 많다. ^^;;;

가끔 이런 호칭을 들으면  사서라는 주희가 만든 '체계' 속에서 형성된 사유의 이미지를 떠올려진다.

'서당개'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이런(?) 존재로서의 공자가 상당히 익숙했고,

논어에서 순간 순간 時中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자의 이야기에 상당히 감화받아왔던 터였다.

그런데, 장자는 처음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이런 공자의 이미지에 스크래치를 만들었다. ㅎ

안회 역시 마찬가지다. 

공자가 입에 마르도록 칭찬했던 안회의 모습은 <장자>에서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혼란스럽다. 이제까지 만났던 공자는...허상이었던가? -.-

두번째는 <장자> 안에 너무나 많은 서양 철학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스피노자의 '일의성'이 떠오르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앞선 시간에 공부했던 들뢰즈의 '리좀'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연결시켜도 되는 것인지......  -.-;

문탁샘은 '글쓰기강학원'에서 <장자>를 본다는 것은 한자에 대한 고민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힘이 들었던 것은 한글로 풀어낸 이야기, 예화 자체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변적인 철학가인 혜시(서양으로 보면 제논)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다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그 의미가 선명하지 않았다.

내 머리로는 장자의 이야기는 온통 "수수께끼로 구성된 수수께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들뢰즈/가타리는 <안티 오이디푸스>에 후속작인  <천 개의 고원>에는 아무런 중심도 없고,

위계도 없으며, 어디서부터 읽어도 되고, 어디에서 마쳐도 된다고 말한다.

이진경샘은 <노마디즘>에서 이런 형태의 리좀적 책으로서 용수의 <중론>을 예로 들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동양고전 특히 그 중에서도 <장자>가 그 자체로서 리좀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리좀적이라는 말 자체를 넘어서고 있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현재 <장자>는 들뢰즈/가타리보다 나를 마~~~~~~~~~이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당황스러움이 내 속에서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나에게 변용affect을 줄 것 같다는 점이다.

후기에 왜 <장자> 본문에 대한 내용이 없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첫 시간에 나에게는 본문에 대한 내용 자체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또한 어떻게 <장자>를 볼 것이냐의 고민이 더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 문장 적어본다면......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無門無毒, 一宅而寓於不得已, 則幾矣"

 무문무독,  일택이우어부득이, 즉기의

(자기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 말고 보루도 쌓지 말며,

마음의 거처를 일정하게 하여 부득히할 때만 응하도록 하면 그런대로 무난하리라.

다음 시간에는 인간세 마지막을 읽는다.

공부방법을 복기해보면, 한글해석을 읽고,

한자를 몇 글자라도 써 보는 것이 중요할 듯싶다.

그래서, 일단  한자 노트를 10권 구매했다. ㅎㅎㅎ

댓글 4
  • 2019-03-04 19:14
     無門無毒, 一宅而寓於不得已, 則幾矣
     무문무독,  일택이우어부득이, 즉기의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도 보루도 쌓지 말며 마음의 거처를 일정하게해 부득이할 때만 응하도록 하면 그런대로 무난하다" (115p)
     而安之若命
     이안지양명
     "마음 편히 운명을 따르게 되다."(121p)
     乘物以遊心
     승물이유심
     "그저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을 유유히 풀어놓다"(126)
     문탁샘이 외워서 쓸 수 있도록 하라고 하신 부분들! 또 있던가요....?

  • 2019-03-06 14:25

    부득이, 마지못하여 하는 수 없이. 

    하려고 하지 않음, 하지 않으려 하지도 않음. 

    저는 이 구절을 보며 푸코의 <안티-오이디푸스>서문, '비-파시스트적 삶의 입문서'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혁명적 투사라고 믿는 바로 그때(특히 그때), 어떻게 해야 파시스트가 아닐 수 있을까어떻게 해야 우리는 말과 행동 속에서심장과 쾌락에서 파시즘을 떨쳐낼까우리의 행동 속에 배어있는 파시즘을 어떻게 해야 색출해 낼까?"


    혁명적 투사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해야만 하는' 인간이 아닐까요.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하라'는 요구 속에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모두 혁명적 투사가 되고, 파시스트가 됩니다. 이런 속에서 부득이 하는 것..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득이 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싸우고, 도망다녀야 하는, 지난하고 끈질긴 일일 것입니다. 

  • 2019-03-07 16:12

    제가 어제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되었습니다...

    동양고전종합DB라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이 사이트 하나만 있으면 컴퓨터만 가지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핸드폰에 직접 써서 단어를 찾고, 심화공부할 땐 큰 사전을 끼고 이중으로 공부했는데요.

    이게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걸립니다. 근데 컴퓨터로 긁어서 바로바로 찾으면 1/5시간정도 걸리는 거 같아요...

    크흡.... 어쩐지 다들 공부시간이 저보다 많이 짧길래 저는 언제 줄어드나 했었는데...

    어제 요요쌤에게 받은 따끈따끈한 사이트입니다. (사이트는 따끈따끈하진 않지만)

    http://db.cyberseodang.or.kr/front/main/main.do

    (참고로 여기 올라와 있는 판본과 해석은 '전통문화연구회'의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종이사전으로 공부하면 가장 오래 남더라구요.

    시간 되시면 종종 종이사전도 애용해보시는 것도 좋을거같아요!

    • 2019-03-08 05:55

      얘, 나도 몰랐어. 그 사이트. 

      내가 몰랐으니 학이당/고전공방에서도 모르는 사람, 많을걸? ㅋㅋ 

      그래도 고전공부 하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 ^^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33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2주차 질문들 (16)
정군 | 2023.05.18 | 조회 310
정군 2023.05.18 310
732
철학학교 [스피노자 ] 모로, 스피노자 매뉴열 후기 (8)
가마솥 | 2023.05.14 | 조회 432
가마솥 2023.05.14 432
731
[2023] 스피노자 읽기 1주차 질문들 (14)
정군 | 2023.05.10 | 조회 550
정군 2023.05.10 550
730
철학학교 시즌2 스피노자 읽기 첫 시간 세미나 안내 (1)
정군 | 2023.05.05 | 조회 1082
정군 2023.05.05 1082
729
<2023 철학학교 시즌1> 정념론(영혼의 정념들) 3부 후기 (9)
김재선 | 2023.04.29 | 조회 485
김재선 2023.04.29 485
728
[2023 철학학교] 시즌1 9주차『정념론』질문 (11)
정군 | 2023.04.26 | 조회 344
정군 2023.04.26 344
727
<정념론> 2부 후기 영혼의 동요, 그리고 나의 동요 (8)
스르륵 | 2023.04.21 | 조회 497
스르륵 2023.04.21 497
726
2023 철학학교 시즌 2, 3 스피노자 읽기가 시작됩니다! (11)
정군 | 2023.04.20 | 조회 1917
정군 2023.04.20 1917
725
[2023 철학학교] 시즌1 8주차『정념론』질문과 메모 (11)
정군 | 2023.04.20 | 조회 315
정군 2023.04.20 315
724
<정념론> 1부 후기-극과 극은 통한다? (11)
여울아 | 2023.04.13 | 조회 447
여울아 2023.04.13 447
723
5, 6 성찰 후기_성찰이 끝나기는 했는데.... (6)
봄날 | 2023.04.10 | 조회 433
봄날 2023.04.10 433
722
[2023 철학학교 시즌 1] 데카르트 <정념론> 1항 ~ 26항 요약문 (12)
이형은 | 2023.04.09 | 조회 456
이형은 2023.04.09 45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