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어리바리주역>26. 대축괘-신포서의 내공

게으르니
2019-02-2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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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신포서의 내공에서 대축괘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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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축(大畜)괘

 사람의 됨됨이를 외유내강형이나 그와 반대로 외강내유형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내공이 드러나는 양상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크게 쌓이는 것을 의미하는 대축(大畜)괘는 외유내강형의 내공을 품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으로 품은 강건한 의지를 밖으로 유연하게 조절해 그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대축괘는 하괘(안)에는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가 자리했는데 강건함을 뜻하고, 상괘(밖)에는 산을 의미하는 간()괘가 자리 했는데 그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공이 느껴지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들지 않을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가지고 읽으니 대축괘의 괘사와 효사에서 길하다 이롭다 형통하다는 말이 더 쏙쏙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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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공이란 자고로 안으로 쌓여야 겉으로 드러나니, 대축괘의 형상은 쌓이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괘에 자리 잡은 건괘는 세 개의 양()으로 이루어진 강건함이니 한사코 뻗어나가려는 기운이다. 하지만 아래에 있어서 위에 자리 잡은 괘에게 영향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기운은 뻗치지만 여전히 딸린다. 하지만 좋은 말이 달려가니, 어렵고 정하게 여기면 이롭다(九三 良馬逐 利艱貞)” 했으니 장차 때가 올 때까지 힘들더라도 덕을 쌓으며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괘에 자리한 간괘는 두 개의 음()과 하나의 양으로 이루어진 그침이니 아무래도 부드러움이 우세한 기운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양이 왕성하게 치솟으려니 그 기운을 품자면 그의 굳셈에 못지않은 굳셈도 필요하다. 그래서 멧돼지를 거세하여 이빨을 쓰지 못하게 함이니, 길하다(六五 豶豕之牙 吉.)” 했으니 한사코 뻗대는 기운을 다스려 놓는다면 장차 길한 일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절실한 대응도 필요한 법이다.


 춘추시대 초()나라에 신포서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오()나라가 수도로 쳐들어왔을 때 우선 산속으로 피신했다. 당시 오나라 군대의 장수는 젊은 시절의 친구였던 오자서였다. 같은 초나라 출신이기도 한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이 죄 없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는 것을 보고 복수의 칼을 갈았다. 드디어 때가 왔을 때 초나라의 수도로 진격한 그는 평왕의 무덤부터 파헤쳤다. 그리고는 평왕의 시신에 300여대의 매질을 가했다. 신포서는 이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산속에 웅크리고 있을 수 없었다.

 적의 포위를 뚫고 진()나라에 이른 신포서는 애공에게 구원병을 요청했다. 하지만 진나라에서는 초나라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터라 요청을 거절했다. 신포서는 칠일 밤낮을 통곡 하면서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초나라를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결국 진 애공은 감동하고 말았다.

초나라는 무도한 나라이지만, 신포서 같은 충신이 있다면 멸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진나라에서는 전차 500대를 초나라에 보내 오나라와 격돌하게 했고, 마침내 오나라는 초나라의 수도에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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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자서가 초나라에서 도망치면서 자신은 반드시 초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라 다짐했다. 신포서는 그에 맞서 초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응수했다. 도망자의 신세가 된 친구의 객기 일수도 있었을 말을 마음에 새긴 신포서. 만약이라도 닥칠 위험에 맞설 수 있는 내공을 쌓으며 오랜 시간 때를 기다린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은 복수의 칼날을 뽑아들고 달려온 옛 친구에 맞서 내공을 발휘하니, 진나라의 조정에 엎드려 칠일을 통곡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가혹한 복수에 맞서는 절실한 통곡이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강건한 의지를 품었으나 정면대결에서 우회하는 외유내강으로 더 큰 힘을 끌어낸 내공이었다. 대축괘의 큰 쌓음에서 신포서의 내공이 떠오른 까닭이다.

댓글 1
  • 2019-02-28 22:11

    어리바리주역 시작했군요. 어영부영하다 놓칠뻔 했네요^^

    주역으로 대축의 내공을 가다듬을 글쓰기팀 기대됩니다.

    <주역>의 괘를 이리 다시보니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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