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강학원> 7회차 -『모든 것을 무릅쓴 이미지들』1부 후기

조영
2020-05-14 12:38
328

이번 시간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질문된 지점이 있다면 역시나, '상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일 것 같습니다.

저는 상상한다는 건 가능성을 찾아내는 작업이라는 나름의 구두점을 찍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다시, 가능성이란 시간성을 포함하고 있을 때의 고고학적 그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멀리 보낸다'는 수사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를 함유하고 있는 좋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규혜와 고은은 상상을 그렇다면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을런지를 갈구하면서도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페티시즘을, 스펙터클을 넘어 그 사유에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는 방식의 상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요.

디디-위베르만이 알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다는, 해야 한다는 테제를 1부에서는 다소 아우르는 방식으로 풀어나갔기 때문도 있겠지요.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보여주거나 본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도 꽤나 풍부하게 풀렸던 것 같아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꼭 미학이나 철학에서가 아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라는 식으로 유행하는 myself, itself 화법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까닭일지두요.ㅋㅋ

이와 관련해 준범이 다시금 히토 슈타이얼의 『진실의 색』에서 인용된, 9.11에 대한 몽타주식 작품(제목을 잊었습니다)을 언급해줬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환기가 되면서도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무릅쓴 이미지들』를 본 일부 독자가 불편해하거나 심지어는 비난하는 수준으로 분노할 거라는 것을 디디-위버만은 예상하고 있었을거라는, 그리고 그 분노까지도 기꺼이 안고 가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사울의 아들》 감독 네메시도 그러했으리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감상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불편함이나 버거움에 대해 명식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했던 것에 저는 이제서야 그 말은 일면 틀린 말일지 모른다고 반박하고 싶습니다(물론 명식이 말한 의도는 조금 달랐겠지만, 문자만 두고 본다면요ㅎ). 이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에 필요한 과정이라면, 그것은 넓은 의미에서 의도라고 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이어서는 빚진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는데 이것을 2부에서 잘 다루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규혜가 영화의 미장센에 대해 '3D식 크롭'이라는 표현을 했던가요?

크롭과 확대를 비롯한 여러가지의 보정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올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종 세월호가 몇 번째 주기를 맞는지 기억해 낼 수 없었던 저의 고백을 스스로 다시 떠올리며...

나흘 뒤면 5.18 민주화운동이 40주년이 되는 날이더라구요.

방송사 여기저기서 관련 다큐멘터리 방영을 예고하던데, 특히 SBS의 특집 다큐멘터리가 의미있다 생각해 공유합니다.

17일 밤 11시 5분 SBS스페셜에서 방영하는 <그녀의 이름은>입니다.

40년 전 광주에서 항쟁했던 여성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다루는 듯 해요.

00000000000000000.png?type=w773

이름을 알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의 시작이라면 동참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댓글 5
  • 2020-05-14 12:45

    근데 <그녀의 이름은>에 관한 보도자료나 예고편을 분명히 봤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어디에서도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의아하고 불안하네요;
    이 특집 꽤 기대했어서 SBS에 전화까지 해봤는데(...) 일단 방영되는건 맞다고 합니다. 상담원이 정확한 제목을 몰라서 제가 검색하다 떠올려버림...

  • 2020-05-15 15:24

    "이름을 알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의 시작이라면 동참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공감하면서, 저는 각자의 토대-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고, 각자의 역량들을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시작이 저에게는 '홀로코스트'를 '쇼아'라고 부르는 일이기도 하지요. 후기를 써준 영한테는 '이름을 알고 부를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구요. 이러한 실천을 "자기합리화"라던가 "그래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비판 할 수도 있지요. 수전 손택의 비판처럼 연민에 빠지고,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는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지점을 세미나에서 이야기하거나 에세이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맞아요. 저도 자기합리화에 빠지기도 해요. 자기합리화에 빠진 스스로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하구요. 그러나 자기부정이나 사소한 속임수 없이, 그래서 아무런 보호막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기검열과 자기성찰, 그리고 자기애가 항상 끊임없이 제 주위에서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어느 것이 우위를 점하게 두지 않는 일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구요.

    세미나에서 '빚짐'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저희가 이야기했던 '빚짐과 책임'은 채무-불가능한 것들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의 빚짐은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수치화가 되는 것들은 빚짐에 대해 채무이행으로써 0의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관계에 있어서의 책임은 0의 상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개인마다 어떤 사건을 감각하는 크기,형태,모양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빚짐'은 어떤 개인의 삶에서 항상 존재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개인의 삶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채무의 형태로써가 아닌 스스로가 선택하는 감정이고 행동인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가 완전무결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생각하고, 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요. 그 ‘완전무결함’이 도덕적 우월주의로 만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기 때문에요. 차라리 저는 스스로의 실패,실책,책임 그리고 빚짐을 잊지 않고 뼈저리게 아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애매모호하지요? 제가 정말 그래요 하하..

    • 2020-05-15 17:09

      나를 가장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제일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나라는 점에서 '자기검열'과 '자기애'는 같이 (싸우면서도) 데리고 다니는 것들이 맞는 것 같아요..ㅎ 허무주의를 경계하는 님의 이런 모습을 제가 좋아합니다

      • 2020-05-15 19:15

        님들의 이런 모습 참 보기 좋네요

  • 2020-05-16 23:29

    음, 당시 제 표현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네메시 감독의 의도가 아우슈비츠를 더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것(여기서 자극적이란 말은 상업적인 차원에서의 선정성을 의미합니다. 불필요한 섹슈얼리티의 의도적인 강조 같은 것들)이 아닌 듯 하다는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있는 그대로'란 표현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감독의 의도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실제 영화 ('그 이미지들')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가 그러한 방항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직시하고 다루어야 한다'는 방향성이지요. 지금 돌아보니, 이런 의미들을 전달하기에 '있는 그대로' 라는 표현은 너무 오해의 여지가 많았던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__)

    저는 개인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단일한 진리, 팩트, 참모습과 같은 단어에 회의적인 편입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대신 해석의 비중에 훨씬 큰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1부, 2부를 읽으며 진실에 대한 위베르만의 태도가 다소 조심스럽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이런 부분들을 살피면서 읽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ㅎ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78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5&6회차 후기 (1)
고은 | 2022.02.04 | 조회 237
고은 2022.02.04 237
477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3 & 4차시 후기 (2)
동은 | 2022.01.28 | 조회 364
동은 2022.01.28 364
476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2회차 후기 (2)
동은 | 2022.01.28 | 조회 200
동은 2022.01.28 200
475
청년들의 성 담론 세미나 : <농밀한 세미나> 모집합니다! (8)
송우현 | 2022.01.21 | 조회 923
송우현 2022.01.21 923
474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1회차 후기 (1)
고은 | 2022.01.20 | 조회 240
고은 2022.01.20 240
473
<동물을 퀴어링!> 5회차 후기: 인터뷰 질문 만들기 (2)
고은 | 2022.01.09 | 조회 228
고은 2022.01.09 228
472
<동물을 퀴어링!> 4회차 후기_반려종 선언문 정복기 (2)
micales | 2022.01.02 | 조회 210
micales 2022.01.02 210
471
<동물을 퀴어링!> 3회차 발제 및 후기 (3)
고은 | 2021.12.28 | 조회 207
고은 2021.12.28 207
470
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 마지막 에세이 발표 후기 (1)
명식 | 2021.12.27 | 조회 228
명식 2021.12.27 228
469
초등한문이예술 겨울특강 <고대유물의 저주를 풀어라!> (1/10 개강) (29)
동은 | 2021.12.18 | 조회 1068
동은 2021.12.18 1068
468
<동물을 퀴어링!> 2회차 발제 및 후기 (3)
만복 | 2021.12.15 | 조회 501
만복 2021.12.15 501
467
길드다 강학원 <정동> 시즌 2 5회차 후기
명식 | 2021.12.15 | 조회 259
명식 2021.12.15 25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