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학교> 첫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8-01-16 14:48
285

  2018112<길 위의 학교> 첫 번째 시간 후기

  



  우현, 새은, 초희, 수아, 가현, 규태, 대로, 고은, 명식이 함께 한 <길 위의 학교>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각자 소개 및 세미나 소개, 일정 안내를 했고 그를 통해 23일 토요일 수업을 24일로 미루었습니다. <학교 없는 사회> 제본 건에 관해서는, 당일 참석자들은 모두 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혹 현민이나 수현이 두 사람 중 제본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알려주세요!)


  이후 학교에 대한 몇몇 고전들의 시각을 살펴보았는데요. 우선 유학 경전인 <대학>의 서문 <대학장구서>에서는 고대 동양의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학교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길러내어 유교 이상에 공헌하였는지를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고대 동양의 학교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었을 것입니다. 한편 현대 철학자인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을 통해 근대 이후 학교의 서열 제도가 어떻게 학생들을 통제하고 훈육하였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반 일리치는 <학교 없는 사회>에서 학교가 학생으로 하여금 과정과 실체를 혼동하게 만든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학교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스타트로, <학교란 ‘      ’>에 대한 질문을 글로 쓰고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내용들을 여기에 소개해볼까 합니다.




  새은 학교란 동물농장이다. 오리는 꽥꽥거리고, 강아지는 멍멍거리고, 호랑이는 소리 없이 가장 높은데서 아래를 본다. 그 와중에 사람이 풀을 사료라면서 동물들에게 나누어준다. 초식동물은 풀을 먹지만 육식동물의 울음소리는 커져만 간다. 하지만 사람은 무시하고 되돌아간다.

  동물들이 시간표에 맞추어 일을 한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된 몇몇의 동물은 사람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간다. 이내 사람은 몇몇 동물이 사라졌음을 알고 그들이 할 일까지 다른 동물들에게 하도록 한다. 그들의 일을 대신 하게 된 동물들은 심기가 불편해진다.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불리지만 공동체는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있지만 스스로 힘을 모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령에 의해 여러 명이 하나가 된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대단하다. 학생에게 학교가 인생의 전부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신을 믿는 것처럼 학교를 믿는 학생들이 생긴다. 학교란 오만하지만 대단하기도 하다.

 

  대로 학교란 교육의 공간이다. Why? 학교에선 많은 걸 배우기 때문이다.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영어, 미술, 체육도 배우고 그 외에도 사람과 대화하는 법,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 등등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동물이 무리지어 이동하듯 나도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따라간다. 그게 빠르든 느리든, 옳든 그르든 상관없다. 어쩌면 다른 길이 더 빠를 수도 있고, 내가 따라가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가현 학교란 일상이다. 학교에 아침 8시에 도착해서 오후 5시에 집에 온다. 내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그 후 카톡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친구들도 대부분이 학교 친구들이다. 어딘가 놀러가거나 약속을 잡을 때도 항상 학교 친구들과 만난다. 그간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보낸 일상 아니면 비일상적인 여행만 생각에 남는다. 방학 전까지 학교--학교-집을 반복하던 나에게는 학교란 일상인 것 같다.

 

  수아 학교란 항상 변하는 곳이다. 17살 때 학교를 자퇴하기 전에는 학교라 하면 제가 다니는 일상적인 학교(국가 지원을 받는 초등학교, 중학교, 그 외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만 학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퇴를 하고 나서는 학교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대안학교를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작은 대안학교를 6개월 간 다니고 졸업했습니다.

  18, 파지스쿨을 다니기 위해 문탁이라는 공동체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학교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파지스쿨을 다니며 문탁의 많은 활동에 참여했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문탁이라는 공간이 저에겐 학교가 된 것이지요.

  공간이 변하고 주위 사람들이 변해도 배움이 일어나는 곳은 다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란 항상 물렁물렁하게 변화하는 곳 같네요.

 

  규태 학교란 수단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진짜로 친구만나려고 가는 곳.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다. 중학교 때는 정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난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특히 그랬다. 그러니까 친구를 만나는 수단’.

  고등학교 때부터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뿐만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학원의 느낌. 그 때 (문탁의) 고등인문학교 프로그램과 동시에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고등인문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고 심도 있었고 아직까지도 더 많이 뇌리에 남았다. 그 때 고등학교는 내게 수련장?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의 느낌.

대학에 와서는 학교란 지식을 배우는 수단이자 동아리를 가기 위한 수단, 인터넷에서 무료로 논문을 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초중고 시절을 돌아보니 학교가 이상한 곳처럼 보였다. 통제와 관리, 서열화, 위계질서화 하는 곳을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아 학원에 밀리고 있는 곳. 그게 학교다. 많은 학생들이 교육을 학원에서 받고 학교에는 친구를 만나러 오고 있는데 이게 교육장소로 적합한 지 의문이다.

  그리고 학년을 나이로 구분한다는 것도 옳은 방법인지 고민하게 된다. 또래랑은 교류가 되지만 다른 나이 대랑은 전혀 통하질 않는 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대 갈등이다. 학교가 꼰대를 만들고 있지 않나. 종편에서 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란 프로그램의 영국 편을 보니 65세 노인이 자신과 나이차가 큰 젊은이와도 친구로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저런 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도 학교에서 나이로 학년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우현 학교란 세상이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을 균등하게 한 데 묶는 것이 학교이고, 그는 곧 또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서로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학교란 뜻도 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 사귀고 어울리면서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이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가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면서 배워가며 세상은 학교가 된다.

 



  이 외에도 초희는 학교란 오랫동안 가지 않으면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 그렇지만 기대했던 것이 있지는 않을 장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모든 학생들을 균질화하는 곳,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곳,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 등 학교란 공간의 여러 가지 특징들을 말해주었는데요. 그 특징들을 어떤 의미로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조금씩 다른 시선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예 학교라는 것의 정의를 다르게 내린 친구들도 있었구요.


  이제 우리는 이와 같은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학교에 관한 몇 가지 텍스트들을 접해볼 것입니다. 개중에는 소설도 있고, 영화도 있고, 인문학 서적도 있지요. 다양한 매체를 다양한 시선으로, 그로써 발견한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서로 공유해보도록 합시다. 아마도 그 끝에, 우리는 나에게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답을 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2
  • 2018-01-17 01:53

    오랜만에 청년과 함께하니 괜히 설레더라구오 !@! 주제가 가볍진 않지만 앞으로를 기대중.

    전 시즌들이 재밌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그런지 ㅋㅋ 

    발표할때는 육식을 일찐(?) 초식을 일찐(?) 이외의 사람이라 했지만 정정할려구요.

    인간을 제도 육식을 선생님 초식을 학생으로. 이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 2018-01-18 21:20

    첫 시간이라 어떻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메인 텍스트를 쪼개서 읽게 되니 더 세밀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기대치 이상이 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슴다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83
농밀한 세미나 2주차 후기 (2)
경덕 | 2022.02.22 | 조회 258
경덕 2022.02.22 258
482
한문이 예술 2022 봄시즌 <봄과 봄의 절기> (3/11 개강) (21)
고은 | 2022.02.22 | 조회 1968
고은 2022.02.22 1968
481
농밀한 세미나 2주차 발제 (1)
송우현 | 2022.02.19 | 조회 174
송우현 2022.02.19 174
480
농밀한 세미나 1주차 후기 (1)
송우현 | 2022.02.14 | 조회 212
송우현 2022.02.14 212
479
농밀한 세미나 1회차 OT 및 발제 (1)
송우현 | 2022.02.12 | 조회 161
송우현 2022.02.12 161
478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5&6회차 후기 (1)
고은 | 2022.02.04 | 조회 252
고은 2022.02.04 252
477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3 & 4차시 후기 (2)
동은 | 2022.01.28 | 조회 367
동은 2022.01.28 367
476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2회차 후기 (2)
동은 | 2022.01.28 | 조회 206
동은 2022.01.28 206
475
청년들의 성 담론 세미나 : <농밀한 세미나> 모집합니다! (8)
송우현 | 2022.01.21 | 조회 935
송우현 2022.01.21 935
474
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1회차 후기 (1)
고은 | 2022.01.20 | 조회 249
고은 2022.01.20 249
473
<동물을 퀴어링!> 5회차 후기: 인터뷰 질문 만들기 (2)
고은 | 2022.01.09 | 조회 239
고은 2022.01.09 239
472
<동물을 퀴어링!> 4회차 후기_반려종 선언문 정복기 (2)
micales | 2022.01.02 | 조회 219
micales 2022.01.02 21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