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운기 후기

프리다
2015-03-11 00:51
1460

진단학의 기초가 되는 천지운기!! 동의보감이 자연철학에 기초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선인들이 자연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을

이토록 과학적인 체계로 정리 할 수 있었을까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운기학은 한해의 천간(天干),지지(地支),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운세가 어떻게 기후로 표현되는가와

그러한 기후변화가 어떠한 병을 일으키는가를 묻는 학문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 천간, 지지, 계절의 음양오행, 오행의 상생. 상극 이치를 이해하고

하늘과 땅의 기운이 작용하여 만들어 내는 6기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

오행이란 금, , 수 화,토의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변화과정 중의 한 상태를 지칭합니다. 오행이 하늘에서는 기후 변화로 나타납니다. 추운 것, 더운 것, 마른 것, 축축한 것, 바람 부는 것 등이 그것이지요. 오행이 땅에 붙박게 되면 쇠, 나무, , 흙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오행의 기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과정을 상생(相生)이라 하고, 상생은 수의 기운에서 시작됩니다.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이 됩니다.

 

오행의 상극이란 아들 격이 어머니 격을 위하여 복수하는 것을 뜻합니다. 목의 기운이 토의 기운을 제압하려 할 때, 토의 아들 격인 금의 기운이 다시 목의 기운을 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다시 목의 아들 격인 화의 기운이 금의 기운을 녹이고자 하며, 그렇게 되면 금의 아들 격인 수의 기운이 화의 기운을 끄고자 할 것이고, 다시 화의 아들 격인 토의 기운이 수의 기운을 가두어 없애고자 하고, 또다시 수의 아들 격인 목의 기운이 토의 기운을 제압하고자 합니다. 이렇듯 상생하고 상극하는 자연의 과정은 쉼 없이 반복됩니다.

 

육기의 생성과 작용

육기(六氣)란 오행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기운으로 한(), (), (), (), (), () 등입니다. 그런데 오행은 다섯이지만 기()는 여섯이므로 오행 중 화가 둘로 나뉘어 육기와 짝을 맞춥니다. 화에는 몸 안에서 작용하는 화인 군화(君火)와 몸 밖 자연계에서 작용하는 상화(相火)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여섯 가지 기운은 오행 상생의 순서에 따라 각기 1년 중 일정 기간을 주관합니다. 맨 먼저 목의 작용이 풍()이므로 한 계절이 시작하는 봄을 주관하고 두 번째로 군화가 열()에 대응하므로 늦은 봄에서 여름을 주관합니다. 세 번째로 상화가 더위에 대응하므로 여름을 주관하고 네 번째로 금의 작용이 조()이므로 가을을 주관합니다. 다섯 번째로 수의 작용이 한()이므로 겨울을 주관하고 마지막 토의 작용이 습()이므로 늦은 여름을 주관합니다.

 

각각의 여섯 기운이 주관하는 계절을 좀 더 상세히 말하면

 

(顯明)12월 중기(中氣, 절과 절 사이)인 대한(大寒)날에 첫째 기운인 목의 기운과 만나고, 다음 2월의 중기인 춘분에 둘째 기운인 군화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4월의 중기인 소만(小滿) 날에 셋째 기운인 상화의 기운과 만나고, 다음 6월의 중기인 대서(大暑) 날에 넷째 기운인 토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8월의 중기인 추분 날에 다섯 번째 기운인 금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10월의 중기인 소설(小雪) 날에 여섯 번째 기운인 수와 만납니다. 이 각각의 기는 6087(1일은 100()) 반씩 맡고 있으니 모두 36525각이 되며, 이것이 1년입니다.

 

이렇듯 여섯 가지 기운은 변함없이 이 순서대로 순환하며 자기 구실을 하는데, 그것은 땅의 기운이 고요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에는 따뜻하며,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서늘하며, 겨울에는 추운 것이 변함없이 교대되고, 그것이 기후의 기본을 이루므로 이를 주기(主氣)라 합니다.

 

하늘에도 육기(六氣)가 있으니 이를 객기(客氣)라 합니다. 정상적인 땅의 기운에 영향을 미쳐 기후의 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객기라 합니다. 이 객기는 하늘이 운행함으로써 생기며 상하, 좌우로 땅의 기운 위에 펼쳐지므로 어떤 해인가에 따라서 풍, , , , , 한 등 땅의 여섯 기운의 작용에 크거나 작은 미묘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하늘의 육기와 땅의 육기는 기가 흘러가는 순서가 틀리기 때문에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런 부조화 상태가 병입니다. 땅과 하늘의 여섯 기운의 순서는 오행과 육기의 개념에다 십이지(十二支)33양의 개념이 더해지기 때문에 다소 복잡합니다.

 

육기의 순서는 오행과 육기의 개념에 십이지와 33양의 개념이 더해집니다. 십이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등입니다.

33양은 하늘의 여섯 기로, 궐음(厥陰), 소음(少陰), 태음(太陰)3음과 소양(少陽), 양명(陽明), 태양(太陽)3양으로 구성됩니다.

궐음은 음이 1/3인 상태, 소음은 음이 2/3인 상태, 태음은 음이 전부인 상태이며, 소양은 양의 요소가 1/3, 양명은 2/3, 태양은 전부인 상태입니다. 12지와 33양은 다음과 같이 배속됩니다. 자오는 소음에, 축미는 태음에, 인신은 소양에, 묘유는 양명에, 진술은 태양에, 사해는 궐음에 배속됩니다. 또한 12지와 33양은 땅의 육기와도 결합됩니다. 사해궐음이 풍목이 되며, 자오소음은 군화, 인신소양이 상화, 축미태음은 습토, 묘유양명이 조금, 진술태양은 한수가 됩니다.

땅의 육기는 오행상생의 정상적인 순서로 흘러가므로 궐음풍목이 첫 번째가 되어 봄을 주관하며, 목화생하므로 소음군화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를, 소양상화가 여름을 주관합니다. 화가 토를 생하므로 태음습토가 늦여름을 주관하고, 토금생하므로 양명조금이 가을을 주관하며 금수생이므로 태양한수가 겨울을 주관합니다.

하늘의 육기는 음양의 흐름대로 배열됩니다. 양이 2/3인 소음에서 음이 전부인 태음이 됐다가 음이 극에 달해 양으로 변하여 양이 1/3인 소양이 되고, 다시 2/3인양명이 되고, 또다시 양이 전부인 태양이 됩니다. 태양은 양이 꽉 차므로 다시 음으로 전화하여 음이 1/3인 궐음이 됩니다.

땅과 하늘의 여섯기의 배열이 다르기 때문에 땅의 기후변화가 하늘의 기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보이며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오운(五運)10()과 관련됩니다. <내경>하늘에 10일이 있는데 10일이 여섯 번 돌아오면 제자리 갑이 된다.’

고 합니다. 10일이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말합니다. 한번은 양이 되고, 한번은 음이 되므로,

홀수의 천간은 양, 짝수의 천간은 음이 됩니다.

5운은 갑과기, 을경, 병신, 정임, 무계를 각기 한 쌍으로 합니다. 갑년과 기년은 토의 운세가 지배하며, 을년과 경년은 금의 운세가, 병년과 신년에는 수, 정년과 임년에는 목, 무년과 계년에는 화의 운세가 지배합니다.

양년(陽年)은 기가 왕성해져 태과(정상적인 계절에 채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그 계절의 특징인 더위, 추위 따위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고, 음년(陰年)에는 기가 쇠약해져 불급(정상적인 계절이 지났는데도 그 계절의 특징이 안 나타나는 것)입니다. 태과와 불급은 서로 상쇄합니다. 태과와 불급이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갑과 기가 합하고, 을경이 합하고, 병신이 합하고 정임이 합하고 무계가 합하는 것입니다.

오운이 태과하거나 불급하게 되면 정상이 아니므로 병이 생깁니다. <삼인방>에서는 갑, , , , 임 등 양년과 을, , , , 계 등 음년의 태과와 불급에 따라 생기는 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제시합니다.

* 갑이 들어간 여섯 해- 토의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아서 신장의 수기가 사기를 받게 되어 병이 생깁니다.

* 병이 들어간 여섯 해- 수의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찬 기운이 심해져 심장의 화 기운이 사기를 받게 되어 병이 생깁니다.

* 무가 들어간 여섯 해- 화의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불같이 더워서 폐의 금 기운이 사기를 받게 되어 병이 생깁니다.

* 경이 들어간 여섯 해- 금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조()한 기운이 유행하므로 간의 목 기운이 사기를 받게 되어 병이 생깁니다.

* 임이 들어간 여섯 해- 목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풍기(風氣)가 유행하므로 비장의 토 기운이 사기를 받아 병이 생깁니다.

* 을이 들어간 여섯 해- 금의 기운이 불급하기 때문에 불같이 더워서 병이 생깁니다.

* 정이 들어간 여섯 해-목 기운이 불급하기 때문에 조()한 기운이 성하여 병이 생깁니다.

* 기가 들어간 여섯 해- 토의 기운이 불급, 바람이 몹시 불어 병이 생깁니다.

* 신이 들어간 여섯 해- 수의 기운이 불급하기 때문에 습기가 성하여 병이 생깁니다.

* 계가 들어간 여섯 해-화의 기운이 불급하기 때문에 찬 기운이 성하여 유행하므로 병이 생깁니다.

 

이상으로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을 참고하여 천지운기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인디언샘이 주신 도표를 보시면서 읽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부분은 기후의 차이를 음기와 양기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음력 5월의 하짓날에는 음기가 생기기 시작하는데도 몹시 더워지고 11월 동짓날에는 양기가 막 생겨나는데도 도리어 몹시 추워지는데요, 이것은 아래에서 기운이 생기면 다른 기운이 밀려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짓날 음이 생기면 양이 그만큼 밀려 올라가 더 더워지고, 동짓날 양이 생기면 음이 그만큼 밀려 올라가 더 추워지는 것이라구요. 이 내용에 덧붙여 인디언샘께서 몸 상태가 정말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이미 나으려는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니체가 몰락을 말한 것도 같은 이치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이 극히 성하면 음으로 바뀌고 음이 극히 성하면 양으로 바뀌는 것이 음양의 속성이며 이를 통해 자연,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잡평편의 이해를 위해 오행의 상생, 상극과 천간, 지지를 암기해야한답니다!!

댓글 2
  • 2015-03-11 18:25

    오...요약을 훌륭하게 하셨네요

    덕분에 공부 많이 되셨지요? ^^

  • 2015-03-13 10:36

    또 한번의 정리 강의를 듣는 듯 쏙쏙 들어오네요.

    프리다님 수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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