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후기 - 동양고전에 대한 오해들

동은
2020-04-27 20:14
267

배병삼 선생님이 얼마 전 문탁에서 강의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들은 사람들의 행복한 후기들은 넘쳤지만 나는 정작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좀 ... 후회되네요... 

 

저에게 나에게 논어는 아직도 뻔하다던가 오래되고 틀에 박힌 얘기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는 유교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게 논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물론 문탁에서 공부를 하면서 논어에서 중요한 지점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첫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훅 다가온 것 같아요. 특히 1부에서 저자가 유교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말하는 내용의 주제들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충이라던가 효, 삼강오륜같은 내용이 유교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아주 좋은 예시들이었던 것아요. ㅋㅋㅋ

 

기억에 남는 건 위민과 삼강오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롯한 나로 사는 것'과 '위하여 사는 것'은 서로 대립하는 자세입니다. 저자는 '상대방을 위한다'는 의식 속에서는 나를 희생하는 일종의 우월의식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위민사상의 전통을 맹자에게서 찾지만 맹자는 한 번도 위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민정치는 국가가 군주의 사유물이라 여기고 이것을 백성에게 배푸는 시혜여야 가능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맹자는 군자를 관리자로 보았을 뿐 국가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맹자는 위민이 아니라 '여민'을 말합니다. 여민은 인민과 군주가 더불어 국가를 구성해 정치를 행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맹자가 꿈 꾼 왕도의 세상은 바로 여민정치입니다. 

 

이런 내용은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들하고도 연결이 되는 듯 싶습니다. 군주와 위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국가라니...! 정의만 들으면 누가 봐도 민주주의처럼 보이잖아요? 그렇다면 맹자가 추구한 정치가 민주주의라고 하는게 맞는 걸까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흔히들 맹자는 민본주의의 사상을 가졌고 민본은 민주주의로 가기 이전의 미성숙한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역시도 맹자가 민본에 대해서 논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이를 번역에 대한 한계로 설명하죠. 

 

동양 고전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는 이런 내용들 뿐만 아니라 삼강오륜에 대한 내용도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삼강오륜은 삼강과 오륜을 같이 말하는 것이었고, 이 두개가 굉장히 다른,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부분이 새로웠거든요. 삼강은 상하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오륜은 상호적인 것을 말하니, 앞으로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이런 내용들을 대충 하나로 '퉁' 쳐서 동양고전이라고 쉽게 말해온 것 같아요. 삼강과 오륜 모두 국가정치에 있어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무엇을 '위하는지'를 두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오갔는데 재잘님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르시는 것 같아 그 이야기들을 듣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요즘들어 가족이 고민이라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아요. 

 

후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해요ㅜㅜ 이번 주에는 숙제라도 좀 빨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댓글 1
  • 2020-04-27 21:34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이런 틀에 박힌 문구도 유교를 오해하는 대표적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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