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회차 후기 <택지췌>와 <지풍승>

자누리
2018-11-10 01:17
322

64괘의 3/4에 가까와 오니 <주역>의 맛이 점차 새로와진다. 그러면서 우쌤의 설명이 참으로 찰지다는 생각이 든다. 


글자 하나 하나의 의미를 어찌 그리 착착 달라붙게 해석하시는지. 


그런 점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주역>이 더 재밌어지는 시간들이다.  



45번째 괘인 췌()괘는 땅 위에 물이 모여 못이 생기는 형상이다


()는 꽃들이 많이 모여 있는 뜻을 가지니 사람들이 모이는 의미를 띤다


앞에서도 모이는 괘가 몇 번 나왔지만 <주역>에서는 사람들이 결집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사람이 모이면 재물도 따라서 모인다. 그러므로 부자가 되고 싶어? 사람들에게 잘해~ 큰 나라를 갖고 싶어? 사람들이 어쩌지 못하고 끌려오게 덕을 갖춰~ 이런 식이다. 


사실 인간의 문명은 얼마든지 시스템을 잘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과 시스템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덕을 갖춘 사람들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이상적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속속 모여드는 분위기라면 무엇이 중요할까


괘사에서는 중심을 잡아야 하고 구심점을 어떻게 형성할지를 말한다


제사를 지내서 마음을 흐트리지 말고 정도를 걷는 대인을 찾아서 함께 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제사를 지낼 때 희생을 크게 쓰듯이 사람도 재물도 풍부해지는 시대에 사람을 배치하고 재물을 나누는 일을 쪼잔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풍부해지면 탕진하라". 그렇지 않으면 잉여에 대해 쓸데 없는 욕심과 분쟁이 생긴다는 인류의 경험을 앞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췌괘에서는 모여드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효의 배치상 정응이 두쌍이나 되지만 시대적 분위기는 가까운 자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이다. 초육과 육이


자칫 집단 이익으로 흐를 염려가 있다. 사익을 욕심내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문제겠지만 적어도 모른지는 않는다


반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결과가 될지는 특별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아마도 가장 자신을 깨어있는 상태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대를 끌어 갈 리더들도 있다. 양효인 구사와 구오는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잘 알아서 그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구오의 리더에게는 元永貞의 덕, 즉 리더다운 품성과 능력을 갖추되 오래 지속되고 늘 바르게 발휘되도록 하는, 그런 덕이 요구된다.


시대에 부화뇌동하다가 딱한 처지가 되는 자들도 있다.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를 요구하다가 버림을 받거나 울부짖고 한탄하는 자들이다. 육삼과 상육의 효이다.


췌의 시대에는 내가 있는 자리부터 잘 살펴야 어떤 자세로 누구와 함께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췌괘를 180도 뒤집은 괘는 지풍승괘이다.

 ()은 올라간다는 뜻인데 어느 날 우연히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서 올라가는 때이다.

지괘와 손괘가 순하고 공손하니 이런 뜻을 받쳐준다.


괘사에서는 "크게 형통하니 대인을 만나도 걱정하지 말고 남정(南征)하면 길하다"고 한다.

올라간다는 것은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남정은 남쪽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아니다.

김만중의 소설 <사씨남정기>의 남정도 괘사의 남정과 같다.

그런데 남정을 해석할 때 사씨가 남쪽으로 쫓겨난다는 뜻으로 보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승괘는 좋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이니 남정은 해뜨는 곳으로 나아가다, 좋아지게 만들다는 함의를 갖는다.

이 소설도 사씨가 쫓겨나는 게 포인트가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제 자리(이를테면 쫓겨나서도 시부모 묘소 부근에 살았다)를 지키며

일을 제자리로 돌리고 집안을 다시 일으킨다는 것을 주요 메세지로 보아야 한다.

단전에서도 남정(南征)하면 길하다는 것은 뜻이 행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정의 뜻을 잘 보여주는 것은 또한 효의 배치이다.

가장인 오효는 음유이고 부인인 이효는 양강이어서 부인이 오효를 잘 일으켜 세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효의 양강의 능력은 굳건한 심지이다. 사씨가 잘 견디었던 것처럼. 효사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믿음으로 약()을 씀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다

여기서 은 여름 제사인데 여름에는 가을과 달리 상에 올릴 것이 풍족하지 않다. 그러니 오로지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음유인 오효는 사씨 남편 유한림처럼 흔들리기 쉽지만 자신을 바르게 하면 길하여 계단을 오른다고 한다.

계단은 올라가는 것을 쉽게 해주는 장치인데 한발 한발 디뎌야 하는 것과 여러 사람이 그 길을 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오효가 유약하지만 덕을 계속 쌓으면 시간이 걸려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승괘는 올라가는 때이지만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므로 흥분해서 날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음유인 사효의 경우는 시대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켜 무탈할 수 있다면

상육은 꼭대기까지 올라갔음에도 눈치 없이 계속 올라가려고 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승의 때에 어두운 사람은 올라갈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정히 멈출 수 없으면 그 방향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상육의 주석에서 이천은 이렇게 말한다.

소인이 탐하기를 그치지 않는 마음을 덕을 쌓은 것으로 옮겨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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