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4회차 후기 중수감

뚜띠
2018-08-25 01:46
368

  坎, 習坎

坎卦입니다. 물을 뜻하는 坎이 두 개가 연달아 있는 重水坎입니다. 習卦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주역이 쓰여진 당시의 물은  힘들다, 험하다, 빠지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자연환경이었습니다. 
坎卦를 선생님 강의를 들을 때는 그저 내용을 따라가기에 바빠 잘 몰랐고, 점심식사 후 복습을 하면서 上九 爻辭에서 화가 나더니, 후기를 쓰려고 찬찬히 살펴보는 중에 한 번 더 울컥하네요.
그니까 이 느낌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고 어쩌다 제가 이 후기를 쓸 차례가 되어 그걸 또 밖으로 쏟아놓은 것이니 혹여 이글을 읽으시다 제가 미처 못 느낀 희망과 격려의 싹을 찾으신 눈 밝은 분들이 있으시다면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64괘를 다 공부한 것도 아니고 이미 공부한 것들도 어차피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이보다 더 혹독한 내용도 있었을 듯한데 새삼 이 괘가 저의 삐뜰어진 심성을 자극한 모양입니다.
坎卦에서 그나마 뭔가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한 좋은 소리는
卦辭
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정도입니다.
비록 각 효가 正應이 없으나, 九二 九五 爻를 가슴에 담아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흔들리지 말고 험난함을 헤쳐 나가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나서 爻辭로 들어가니
初六 習坎 入于坎窞 凶/ 물속 웅덩이로 들어가니 흉하다

九二 坎 有險 求 小得/ 험함이 있으니 벗어나려 하나 작은 소득만 있을 뿐이다.

六三 來之 坎坎 險 且枕 入于坎窞 勿用
/오도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점점더 험해지니 아무것도 하지말라,

六四 樽酒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한동이의 술과 두접시의 요리를 소박하게 차려 들창으로 슬며시 들이밀어야 허물이 없다.

九五 坎不盈 祗旣平 无咎/ 어려움이 그치지 않으나 잔잔함에 이르니 허물이 없다.

上六 係用徽纆 寘于叢蕀 三歲 不得 凶
/ 세가닥 밧줄로 묶여 가시덩굴에 갇혀있으니 오래도록 흉하다.

 그나마 있던 좋은 일이라는 것이 여섯 개의 효사가 진행되는 동안 小得, 勿用, 凶 등이 그득하고 기껏해야 无咎,  終无咎 정도이니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힘들게 굴렸으면 마지막 정도에서는 좀 고생을 잘 참았으니 福이 올 것이다 라던지 誠하거나 敬하면 吉할 것이다 라든지 뭐 그런 멘트가 들어가면 좋으련만
무슨 사랑의 밧줄도 아니고 세가닥 밧줄로 꽁꽁 묶여 가시 울타리에 갇힌 형국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흉함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니요......
가시울타리와 세가닥 밧줄에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근거도 없고 전혀 학문적이지도 않은 유치찬란한 후기를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 쏟아내게 하는군요. 

그런데 사족하나,,,,
 조원들과 복습 중에 어려움을 겪을때에 참는것과 견디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도 참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나 성찰 없이 그저 꾹꾹 억누르는 상태로 언젠가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기어이 터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견딘다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찰혹은 이해하는 노력과 함께 그 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는 둘 다 같아보일지라도...
앞뒤로 험한 강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마지못해 위태롭게 강을 건넙니다. 그러다 깊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혹은 기약도 없이 꽁꽁 묶여 가시덩굴에 갇혀 있는 형국이더라도 참는것이 아니라 견뎌낼 수있다면,,, 그리고 그 순간을 위해 이 괘가 우리 마음에 중심을 잡아준다면 어떨까....    뭐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는 느낌이네요.

댓글 3
  • 2018-08-25 11:05

    ㅎㅎㅎ 역쒸~~~ 뚜띠님^^

    이 후기는 혹시 음성지원이 되는 ㅋㅋ

    후기 읽는내내 샘의 음성이 들립니다그려^^

    중수감괘의 이치를 따라가며 세상에...세상에..를 연발하다가^^

    훅... 이치 하나 건진 느낌입니다~

    계속 재밌게 공부해요~샘~

  • 2018-08-27 00:10

    이어서 <重火離> 대해 짧은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의 뜻과 같습니다. 附麗붙어 있음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와 달이 하늘에 붙어 있고, 백곡과 초목이 땅에 붙어 있듯 하늘과 땅에 붙어 있지 않은 만물은 없습니다.

    사람이 험함 속에 있을 때 반드시 붙는 바가 있기 때문에 감괘 다음에 리괘가 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에 붙어야 험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리괘에서는 사람이 마땅히 올바른 곳에 붙는다면 형통할 수 있다고 합니다. 正道에 순종함을 뜻합니다.

    그것을 괘사에서는 암소를 기르듯이 한다고 하였는데, 암소는 성질이 매우 순하여 사람이 순한 덕을 기르는데에 비유하였습니다.

    리괘는 위아래의 괘가 모두 밝으니 거듭 밝고, 육오와 육이가 유순함으로 중정의 자리에 있어 바르기 때문에 형통합니다.

    그러므로 군신과 상하가 모두 밝은 덕이 있고 中正에 있기 때문에 천하를 교화하여 문명한 풍속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육오는 음유로 양의 자리에 왔는데 어째서 중정하다고 했을까 이상했습니다.

    이천선생은 역전에서 리괘는 붙음을 위주로 하며, 오효의 자리는 가운데이고 바른 자리이다. []이 바른 자리에 붙어 있음이 바로 바름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리괘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디에 붙느냐가 중요한데, 육이 바른 자리에 붙었기 때문에 바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대과괘에서도 대과의 시대에는 양이 너무 많아 지나치는데, 그 과함이 지나치지 않도록 균형 잡는 역할을 음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이 오히려 음의 자리에 왔을 때가 좋습니다. 육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주자는 오효는 바름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다만 자가 자를 포괄함을 빌렸다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알쏭달쏭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주역세미나 시간에 물어봐야겠습니다.^^

     

     

  • 2018-08-27 13:14

    감괘 상육

    복습때 심상치 않았는데 뚜띠님의 분노가 후기에서도 식지 않았군요.


    주역의 첫 장인 중천건 배운 날, 효사는 한 사람의 일생을 여섯 시간대로
    나누어 요약해 놓은 거구나 했어요. 그렇다면 중수坎괘에서 평생 갖은 고초를 겪고 구덩이를 헤쳐나와 이제는
    늙고 병들어 쉬어야 하는 上六을 종신형에 처하는 당국의 처사는 비난 받아야겠지요. 그러나 괘를 거듭하면서
    보니까 각 효에서 말하는 사물이나 사건의 주체가 동일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한 괘의 爻들간의 관계에서 주체를 常數로 둔 因果는 (권리, 책임
    ) 다툴 게 없겠지요. 그간 보니까 어차피 상육은 좋은
    소리 못 들어왔는데 하물며 이중으로 험하다는 중수감 괘의 극에 음유로 좌정하셨으니 주역 평가표의 才와 位,
    항목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겠고요. ()와 장소()가 안 맞으니
    대처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서양사람들 할 말 없을 때 중얼거리는 표현대로 하면
    – in 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  혹시 모르지요 나중에 특사로 풀려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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