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4일차-지붕위의 아이러니

인디언
2021-08-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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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이 집을 지으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열보일러를 설치하고 태양광설비를 만들었다.

에어컨은 문탁으로 갖다 두고 에어컨없이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3년전쯤 부터 날씨가 많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에어컨 없이 버텼다

중고 선풍기를 얻어다 쓰면서 그래봐야 일년에 몇일만 견디면 될거라 생각하면서...

그러다 작년 엄마를 모셔오고 아들내외가 들어오게 되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엄마도 아들도 더위를 몹시 타는데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할 수 없이 에어컨을 놓기로 했고 

태양광 패널이 놓인 우리집 지붕 한 귀퉁이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떡 하니 놓이게 되었다

안 어울리는 두 존재의 동거다

태양광 패널 덕분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기는 많이 쓰고 있을테니 

밀양할매도 떠오르고 영 마음이 편치 않은 올 여름이었다

 

이제 입추 말복 지나 아침저녁 창을 열면 덥지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댓글 1
  • 2021-08-12 23:19

    동병상련입니다요.

    에어컨 없이 10년 살다 저도 작년에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에어컨을 설치했어요.

    저는 아마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탁에 출근하며 에어컨 없이 버텼을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예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참!!

    밤에 집에 와서 잠만자는 남편이 에어컨을 워낙 사랑하길래 28도에 맞추어야 한다고 몇번 지청구를 했더니

    그래도 고분고분 말을 들어서 그나마 맘고생 덜 했답니다.ㅋ

    (네가 에어컨 씽씽 틀면 핵발전소 만들자는 애들이 더 난리칠텐데.. 어쩌구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