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3일차-기대어 산다

요요
2021-08-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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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삼시세끼 밥챙겨 먹는게 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여름 한 철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데는 우렁각시처럼 표나지 않게 밥먹는 것을 도와준 친구들의 공덕이 크다.

인디언이 나눠준 오이지와 열무김치, 틈틈이 건네준 꾸러미 야채들과 두부도 내 입맛을 지키는데 한 몫 크게 했다.

어느날 여울아가 파지 주방에서 끓여준 녹두 삼계탕도 맛있었고,

도라지의 오이지는 더운 여름 입맛을 돋우는 효자반찬이었다. 천천히 아껴가며 먹었다.

용기네 가게에서 가져온 서리태와 백태로 콩물을 만들어 국대신 후루룩 마시기도 하고 콩국수도 여러번 해 먹었으니

눈에 보이게 안보이게 내 살림살이는 친구들 덕분에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

 

오늘 저녁 밥상도 그랬다.

어제 누룽지님이 뭘 만들었는데 양이 많다고 문탁에 나눠줘도 되냐고 전화가 왔다.

모두 기뻐할 거라고 했더니 파지주방에 가져다 놓으면서 우리집 반찬까지 따로 싸서 챙겨놓았단다.

어제는 깜빡 잊고 못가져와서 오늘은 나가자마자 얼른 반찬을 챙겼다.

게다가 오늘은 고마리 꾸러미 오는날, 반찬 가지러 파지사유에 들렀더니 기린이 고추를 싸준다.

뚜버기도 옆에서 가지고추를 꺼내주며 가져가서 먹으라고 거들었다.

사양하지도 않고 얼른 연두색, 초록색, 가지색 고추 색깔색깔 곱게 챙겨왔다.

 

 

집에 와서 얻어온 것들을 펼쳐놓으니.. 마음이 흐뭇하다.

시간이 늦은 탓에 배가 너무 고팠던지라 얼른 밥 꺼내서 데우고, 얻어온 반찬들 놓고 한끼 맛나게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물김치는 수박속껍질로 만든 물김치라고 했는데 한그릇 퍼서 뭐가 들었나 살펴봤더니

수박속껍질, 오이, 빨간고추, 파란고추, 생강, 마늘, 파 고루고루 풍성하게 들어있는게 아닌가.(역쉬!)

한때 나도  수박속껍질도 아까워서 소금에 절여서 무쳐먹기도 했는데.. 옛날 생각도 났다.^^

누룽지님은 맛이 별로인데 가져다 줘도 되겠냐고 했지만.. 난 맛있기만 했다.(조금 맵기는 했지만..ㅎㅎㅎ)

코로나로 격리가 일상인 시공간을 살면서도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기대서 먹고살 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

저녁밥 먹으면서, 혼자 서는 자립보다 서로 기대고 사는 상호의존과 공생이 더 멋진 거라는 생각을 했다. 

 

* 오늘 블랙커피님이 반올림 티셔츠를 입고 나와서 둘이 기념사진 한 장 찍었어요~~

 

 

 

 

댓글 4
  • 2021-08-11 21:50

    엇 저 된장 뭐임?? 비법 풀어주세요~

    • 2021-08-12 10:43

      강된장처럼 만든 거였어요. 안에 버섯이며 고추 같은게 많이 들어있던데요?

      저는 풋고추에 찍어서 맛있게 먹기만 하고, 만들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걸 묻다니 여울아, 참 신기하네.^^

      누룽지님에게 비법을 알려달라는 사람이 있다고 전할게요.ㅎㅎㅎ

  • 2021-08-11 22:18

    저....공생자행성 도우미하면서

    날마다 올라오는 쌤들의 일지를 읽는게 을매나 재밌는지.ㅋ~

    다들 스타일이 달라서 더 재밌구,

    쌤들의 하루 한조각을 엿보는 짜릿함도 있구,

    괜히 챌린저 쌤들이랑 내적 친밀감 올라가구.

    막~~ 그래요.

    일지 안보시는 분들. 분명 후회하실할게야!

    ㅎㅎㅎ

     

  • 2021-08-12 11:45

    비법같은 건 없고요 여울아님이 다행히 저랑  입맛이 맞으신가봐요

    올여름 하도 더워서 만만한 멸치육수도 내기 귀찮길래 된장에 멸치가루 넣고 집에 굴러다니는 즙 몇개 넣었어요 신맛 쓴맛 나는것만 피하심 되는데 저는

    양배추, 양파, 배 수세미즙 넣었던 것 같아요 . 그리고 냉장고 속 채소 이것저것 넣는데 짠맛 덜 날때까지 넣으심되죠.

    저는 항아리 관리 잘 못해 저염된장  못 만들어 짠맛 낮출려고 두부한모 으깨 넣은게 팁이라면 팁이예요. 식탁 위 견과류도 좀 넣었네요

    너무 뻔해서 도움이 되시려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