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경제세미나]숲은 생각한다 첫시간

뚜버기
2019-07-0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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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생각한다>는 인간너머의 인류학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쓰고 있다.  에두와르두 콘은 찰스 샌더스 퍼스의 기호이론과 테렌스 디콘의 창발개념을 참조하여 그로부터 인간너머의 인류학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출신을 따지는 것 자체가 색안경일 수 있으나 저자는 남미 출신의 인류학자로서 지금까지의 인류학이 늘 타자의 인류학을 다루었던 한계너머에 있는 것이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쉬르와 달리 퍼스는 언어를 기호의 표준모델로 보지 않는다는 점, 언어(상징기호)는 기호의 세번째 수준에 있으며 그 아래에 아이콘과 인덱스라는 기호작용이 있다고 보는 점이 내 사고에 큰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무분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차이의 부재로부터 출발하는 아이콘, 아이콘들이 연합하여 현재 부재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지표하는 인덱스. 이 두가지 기호양식은 인간만이 가진 게 아니다. 생명존재는 각자 경험해온 세계 속에서 각자의 기호작용을 통해 세계를 표상할 수 있다. 정글의 원숭이도, 파지사유 화분에 심어진 나무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표상하고 해석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기호를 방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 다른 인덱스가 되고 아이콘이 되면서 주변세계에 작용한다. 

따라서 모든 생명은 기호작용 그 자체이고, 모든 생명은 사고한다. 

훅하고 우리에게 들어오는 내용들이었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쉽지 않는 책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콘의 경우, 남/녀 화장질을 구분하는 아이콘을 우리는 헷갈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랑/분홍에서 남/녀를 구별한다면 그것이 아이콘일까 아닐까? 기호작용하는 존재들을 책에서는 '자기들'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파랑-남자, 분홍-여자로 차이없이 받아들인다면, 그에게는 이미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홍은 여자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마다 다르게 기호를 받아들이므로 일반화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유하는 세계가 많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기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에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우리와 아마존 원주민 사이보다, 그곳의 양털원숭이와 원주민 사이에 유사성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저자가 공황상태에 빠지고 또 빠져나온 경험을 다른 부분이 있는데 흥미로웟다. 상징이라는 기호작용은 연결된 것들과 분리된 것처럼 보게끔하는 기호작용이다. 그 아래의 다른 기호작용들을 은폐시키고 마치 상징만으로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하여 상징사고는 정신이 세계와, 자신의 신체와 분리된 것처럼 느끼는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인간아닌 다른 살아있는 존재를 보면서 그로부터 일어나는 기호작용 속에서 공황상태에서 벗어날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부류의 생명과 관계맺는 경험은 인간 너머의 훨씬 더 열린 전체 안으로, 보다 근본적인 세계 속으로 재접지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숲에서는 그 가능성이 충분히 많겠지만 우리처럼 숲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열린 전체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에 원숭이가 달아난다. 우리는 원숭이의 행위를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책에서는 원숭이가 표상하고 그 기호들을 인덱스로 삼아 사고하고 행위한다고 이해한다. 본능이라 보는 것과 사고한다고 보는 것은 어떤 다름을 만들어 낼까?  이런 것들이 찬찬히 이야기되지 않으면 그저 당연한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동서양의 많은 사상가들이 그것을 풀어서 이야기 해왔는데 숲을 기호작용으로 보는 이 방식은 훨씬 쉽게 이해되는 방식아닐까 생각해본다.

발제를 제대로 못해서 1장끝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첫시간을 끝냈습니다. 

다음 시간엔 1장의 연속성에서 창발하는 참신함부터 2장 끝까지 세미나합니다. 2장 발제도 뚜버기가 합니다. 

왜곡된 기억이나, 잘못된 내용, 빠진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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