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간 후기-모노와 동맹 맺고 싶다!

자누리
2019-03-04 17:21
289

1. <모노와의 동맹> 세미나

모노는 사물의 일본어이고, 동맹은 이질적 존재들이 같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신이치는 이 짧은 글에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사물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근대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에게 사물은 여러가지로 재검토해야할 지점을 제공하는 것 같다. 몇 년전 <반자본주의 발전사전>을 공부할 때 잠깐 그런 질문을 접한 적은 있긴 한데, 그 때는 반-발전이 키워드여서 사물 자체를 눈여겨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근대에 들어 자연, 또는 사물을 거침없이 개발의 대상, 도구, 향락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비판하더라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고 물으면 마땅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물(모노)에 대한 신이치의 질문은 지금까지와는 질문의 맥락이 달라지는게 확실하다.

근대를 대표하는 사유인 플라톤주의와 그를 넘어서려 한 하이데거, 프리고진의 사유는 여러가지 지점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시 보게 한다. 특히 신이치가 하이데거의 질문은 유효하지만 그 답은 그 문제계 밖에 있다고 본 점도 신선하다. 탈근대의 사유는 동양 사유에 기대는게 더 나은 것 같다는 메세지로 읽히기도 한다.

이를테면 눈 앞에 존재하는 실재에 대해 플라톤은 그 이면의 참모습을 간직한 진실의 세계를 찾는다면, 하이데거는 이원론적 세계를 부정한다. 아마도 그리스의 피지스는 거짓된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을 언제나 스스로 드러내 보이는 본성을 지닌, 단지 시간적으로만 차이가 나는 하나로 보는 사유였을 거라고 재해석한다. 그러나 일본의 고대 사유는 하이데거의 피지스에는 없는 증식의 과정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지금 보이는 저것은 우리가 보기 전도 있고, 그 뒤도 있을 것이라고. 그 증식의 메커니즘을 영령이라고 생각하든, ‘시간의 개입이라고 생각하든, 어쨋든 그 전체를 세심하게, 그래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증식의 시간들과 이 후 도래할 소멸의 시간들까지 사유하는 것, 그것이 모노와의 동맹의 기본이며 전부이다

그런 전체성 속에서 인간들이 꼭 특별하다고 우길 이유는 없다. 근대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세계여서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양산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고려와 행위 속에서 사물들과 동맹을 맺지 않으면 여전히 세계는 기울어지고 아플 것이다. 물론 그게 무어냐 하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모노와 동맹을 맺으려 주의를 기울인 경험이 없기에

그러나 우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그 전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 “사물(반찬이었던 것 같다!)을 그렇게 대하면 안되잖아!” 이 말들이 점점 깊어지는 날들이 올 것이다.  그렇게 공부가 깊어지면 좋겠다. 


* 다음 시간은 <처음 읽는 브루노 라투르> 1, 2장이고 지금이 발제입니다.


2. 프로젝트 세미나

뚜버기의 복통신 글과 자누리의 <자누리 사업단>의 글을 피드백했다. 

복통신은 2회에 걸쳐 올라갈 것이고 한 번 더 피드백하기로 했다.

자누리는 자누리팀과 마을경제를 연결하고,  올 한 해 벌일 '수작'과도 연결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오전부터 연달아 하다보니 글 2개 피드백만으로도 피곤해서 앞으로가 걱정이다.

(간식을 잘 챙겨 먹으면 좀 나으려나?)

다음 시간 과제 제출은 

-뚜버기, 띠우, 담쟁이 글

-복작의 복회원정리 ->복작에서 자료 제출

-복장터 기획 -> 누가 초안 내나요?

댓글 2
  • 2019-03-04 17:25

    복장터 초안 없이 하면 안될까요??

  • 2019-03-04 20:51

    '모노와의 동맹' 교정 보면서 많이 힘들었었어요. 특히 하이데거 부분이요.

    내용을 잘 모르니 의역도 못하겠고, 직역을 하자니 우리 문장 구조랑 달라서 이해가 안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노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신이치의 주장은 참 감동적이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나'를 포함해서 인간이 잘 사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우주 만물과 함께하자는 말, 어찌보면 너무 거창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당장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동맹을 맺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전 일단 월든의 가죽과 동맹을 맺어볼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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