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와의 동맹(2)
요요
2018-10-21 11:55
358
모노와의 동맹(2)
그 구멍 뚫리지 않은 용기(容器) 속에 어디에선가 들어 온 것이 있다고 옛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 들어온 것이 타마(魂)이다. 그리고 이 안에서 얼마의 기간을 경과하면 저 카히를 깨고 출현한다. 곧 있다는 상태를 드러내면서 카히 안으로 들어온 것이 나타난다(なる). 이것이 なる의 원뜻이다.
なる를 과일의 경우로만 생각하는 것은 의미를 제한한다. 그러나 과일이 열린다(なる)고 말했던 것도, 그 안에 모노가 들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본래의 모양이 변하지 않은 채로 성장하는 것이 익는다는 것이다. 익는다는 말에는 크게 성장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인은 모노가 발생하는 모습에는 원칙적으로 세 단계의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들어 온 것이 있고, 그것이 얼마 동안 모노 안에 들어와 있고, 마침내 출현하여 이 세상에서의 모습을 갖는다. 이 세 단계의 순서를 생각했던 것이다.(「霊魂の話」)
타마는 비인격의 강도(强度)로서 이 세계의 바깥에서 온다. 그리하여 이 세계 안에 있지만, 이 세계에는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내포 공간 안에 밀봉되어 있는 것으로 상상된다. 이 타마는 ‘알’이나 ‘카히’같은 용기의 내부에서 성장을 마치고, 마침내 껍질을 깨고 이 세계에 나타난다. ‘나타난다(あらはれる)’가 ‘있다ある(존재)’이고, 이러한 타마의 밀봉·성장·출현의 전 과정에는 어떤 부정성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존재가 되어 출현하는 혼이 갖는, 이 완전한 긍정성을 포착하여, 나중에는 이 타마 를 한자로 ‘신(神)’이라고도 쓰게 되었지만, 내포공간을 깨고 이 현실 세계에 모노의 성질을 갖추어 ‘나타난’ 혼에는 반드시 물체성에 얽매인 부정적인 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타남’의 과정 그 자체에는 조금의 부정성도 혼입되지 않는데, ‘카히’를 깨고 중력과 물체성의 세계에 접촉하는 순간에 그 부정성은 생겨난다. 그곳에서 타마가 (그 완전한 긍정성만을 포착하여) ‘신’으로 표현된다면, 생성의 과정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성은 ‘악’으로 개념화된다. 이것이 곧 모노노케라고 말해질 때의 모노라고 오리구치 시노부는 말하는 것이다.
타마(タマ)-타마시이(タマシヒ) → 신(神)
↳ 모노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말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모노라는 단어가 반드시 어떤 형태로 물체성이나 도구성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모노노베(物部)씨의 이름과 관련한 모노는 상징적인 도구를 지칭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구슬(玉)이라는 도구인데, 이 구슬은 타마의 상징이다. 비감각적인 내포공간에 충만한 힘을 옥석과 같은 감각적인 것으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슬이라는 도구는 내포성과 외연성, 비감각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의 중간에서 이질적인 두 영역을 잇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그것은 모노라고 불린다. 모노는 영력의 작용으로부터 물체성을 가진 사고의 대상에 이르기까지의 넓은 영역을 아우른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내포적인 힘인 영력을, 사고와 조작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존재로의 유혹’으로 관통되고 있다. 타마에는 그러한 의지는 갖춰져 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순수하게 긍정적인 힘으로서 한결같이 ‘나타남’을 목표로 성장을 이루려는 비인격의 강도(强度)인 것이다. 그 타마와 거의 한 몸인 듯한 운동을 계속하면서 중간 영역에서 모노는 물체적 현실 쪽을 향해 갈라선다. 모노와 타마는 서로 같으면서 다른 비인격성의 형제이다. 타마는 절대적인 선, 완전한 긍정성이고, 모노에는 사악함이나 부정성이 감돈다. 하지만 존재라는 것은 그 두 가지를 아우를 때라야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와 같은 모노와 모노이미(금기)라는 말이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모노이미라는 단어에 부연한 오리구치 시노부 씨의 설명을 보면 두 단어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신도(神道)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있던, 모노이미(금기)와 관련이 있다. 모노이미는 자연계의 현상으로부터 생각난 일이라고도 여겨지는데, 어쩌면 그런 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지금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옛날 일본에서는 신에게 지내는 제사에 참여할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기간을 꼼짝 않고 집안 또는 산 속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모(も)에 틀어박힌다고 말하는 것은 이불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는 일이었다. 대상회大嘗會(천황 즉위 후 처음 지내는 궁중제사)의 진상부금眞床覆衾(神代記)이 그것이다. 그러고 있으면 영혼이 들어와서 다음의 형태를 완성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불이 모노를 싸고 있기 때문에 곧 카히이다. 그렇게 외기에 노출되지 않으면 속이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완성했을 때가 미아레(신이나 귀인의 탄생・내림(来臨)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옛날 사람이 생물의 양태를 보고 있다가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 「영혼의 이야기」)
타마가 밀봉되어 구멍 속에 넣어져 ‘카히’나 ‘알’ 같은 껍질 속에 가만히 틀어박힌 채, 외부 세계의 공기에 접촉하지 않고 있으면, 그 밀봉된 내포공간 속에서 계속 증식과 성장을 마치고(속이 변화를 일으킨다), 그 다음에 껍질을 깨고 그 완성한 모습을 나타낸다(미아레). 이것이야말로 일본인의 ‘존재의 사고’의 가장 오래된 형태이고, 그 사고를 표현한 신도에서 중시되어 온 ‘모노이미’는 완전히 그 존재사고의 요체에 관계되어 있다고 오리구치 시노부는 여기에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노이미라는 말은 타마가 외기에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용된 상징적인 도구인 ‘모’로부터 왔다고 한다.
모노와 모노이미의 내면적인 연결은 여기에서는 명백하다. 물론, 모노라는 말을 모노이미라는 말에 직접 관련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모노이미가 타마를 내포공간에서 변성시키기 위해 사용된 겉껍데기 내지 바깥을 덮은 ‘모’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도 ‘모’라는 말은 내포량 (타마는 내포적인 양으로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카히’ 속에서 강도적인 증식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이 외연적인 세계의 모습과 양으로 변환되는, 그 변환이 일어나는 경계인 중간영역의 사건에 관계하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모노라는 말의 경우도 그랬다. 이 말은 타마의 변성에 관계하고 있고, 내포량인 타마가 외연적인 세계인 ‘외기’에 맞닿는 순간에 발생하는 변화의 본질을 포착하려고 했다. 따라서 모노는 물체가 될라치면, 사악함을 품은 영의 작동(모노노케의 ‘케’는 힘의 배분이 부조화인 상태를 가리킨다. 타마의 작동 속에서 어딘가가 비대하고, 어딘가는 약해져서 전체의 부조화가 일어난다.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 쇠퇴를 품은 모노의 작동으로서 모노노케인 것이다)으로도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말의 주름은 복잡하게 접혀 들어간다. ‘카히’와 같은 것에 포함된 내포량으로서의 타마를 인간 신체에 부착시켜 그 인간을 영적인 (내포강도적인) 위력이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진혼(타마후리)이라는 상징적인 행위에서는, 타마의 작동을 자신 안에 포함한 거울과 검과 옥을 흔드는(후루베유라유라니후루헤바) 것에 의해 그 부착이 행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에 이용되는 거울과 검 그 자체가 이번에는 모노라고 불리게 된다. 상징적인 도구가 가진 물체성 때문에 그것이 모노라고 불렸던 것은 아니다. 그런 도구가 타마의 변성과 조작에 관계하여 내포적인 강도의 작동이 이 물체적 세계의 현상이 되어 나타나는(강림하는), 역동적인 변성의 프로세스 전체에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모노라고 불린 것이다.
모노노베씨가 장악하고 있던 진혼의 기술은, 바로 기예 중의 기예였다. 이 시대(6세기 후반)까지는 천황이 지방의 호족을 복속시키기 위해서는 호족들이 소중하게 보관해왔던 그들 집의 신성한 보물을 헌상시켜, 이소노카미 신궁에 만든 신고(신사보물창고)에 넣고, 모노노베씨의 기예에 의해서 신중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들의 신성한 보물=모노에는 호족들의 영토인 대지와 직접 연결된 타마=영력이 포함되어져 있으므로, 그것을 대지로부터 분리하여, 나라(大和)에서 집중관리하는 것에 의해서 천황의 타마의 위력은 증가하여, 호족들이 복속한 사실은 단순한 현실세계의 권력관계를 넘어 비감각적인 내포 공간의 관계에서 확실한 것이 되었다. 료제로 변성되어가는 과정이 그 위에 계속되었다. 고대세계에서는 호족들도 천황도 각각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그 권력은 기예적인 본질을 갖고 있었다. 권력은 어떤 형태로든 토지(영토)와 연결되어 있던 타마=영력의 강도를 상징의 도구인 다양한 모노를 이용해서 포획한다든지, ‘카히’ 속에 넣어서 증식시킨다든지, 신체에 부착시킨다든지 하는 것에 의해서 특별한 인간이 그것을 관리한다는 사람들의 공통 인식으로부터 실질적인 힘을 얻었던 것이다. 권력은 내포부터 외연에 이르기까지 횡단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그것을 쉽게 횡단할 수 있는 능력을 사람에게 부여한 모노야말로, 실은 기예나 예능이나 기술이라고 말해진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한 기예 능력이라는 본질을 가졌던 고대적인 권력이 모노노베씨의 몰락과 함께, 말하자면 사회의 ‘어둠의 영역’으로 가라앉게 되었기 때문에 쇼토쿠 태자와 소가노 우미코를 중심으로 한 이 쿠데타는 그 후의 일본인의 정신에 실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진혼의 기예는 그로부터 여러 지역·영역으로 흩어졌다고 생각한다. 모노노베 씨족과 관련 있는 다른 지방의 신사에서는 여러 가지로 형태를 바꾸면서도 이 진혼법의 사상은 확실하게 전승되었고, 대본교를 시작으로 하는 근대의 새로운 신도계통의 종교에서 행해진 진혼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슈켄도(修驗道)가 일찍부터 이 진혼사상을 자신들의 실천으로 받아들였다. 거기에는 불교적인 밀교도 흘러들어왔기 때문에 중세에는 삼륜류 신도(三輪流神道)를 시작으로 하는 양부 신도(兩部神道)의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깊은 산간 지방에서도 그 진혼사상은 다채로운 훌륭한 기예의 능력과 결합하여 사람들의 생활에 깊이를 부여했다. 시코쿠의 산중에서는 ‘이자나기류’ 같은 주술의 장대한 체계가 만들어졌고 (덧붙여 말하면, 그것을 전승하는 마을들은 모노노베 마을이라고 불리는 지대에 집중되어 있다) 오쿠미카와로부터 신슈·엔슈 지역에 걸쳐서 수많은 꽃들이 어우러진 여러 가지 ‘하나마츠리(꽃축제)’의 예능에는 타마의 증식과 그 증식한 타마에 접촉함으로써 생명을 되살리려고 하는 진혼사상이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지금까지도 볼 수 있다.
거기에서, 왜 아직까지도 민속학 같은 학문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은 모노에 대한 아직 형성 중에 있는 학문이고, ‘모노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이렇게 심각한 의미를 가지게 된 현대에서야말로 필요한 학문인 것이다. 생명현상이 게놈과 같은 물질적 과정으로 환원되고, 생사에 관련된 많은 일들이 기술에 의해 조작되고, 마침내 상품화되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민속학은 그러한 환원과 조작을 받지 않는 모노의 활동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지금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려고 하는 학문이다. 나는 유물론이라는 말로, 물질적 과정으로의 환원을 지향하는 과학주의가 아니라, 민속학적인 모노의 깊은 곳으로 내려서는 실천(praxis, 프락시스)을 그렇게 부르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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