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37.풍화가인괘-부모자식간의 거리를 생각한다

기린
2019-05-14 09:23
365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부모자식의 거리를 생각한다.

  


  가인(家人)괘는 집안의 도()에 대한 괘이다. 괘상을 보면 상괘에는 바람을 나타내는 손()괘와 하괘에는 불을 나타내는 리()괘로 이루어져있다. 바람과 불이 만난 형상이다. 이 형상은 두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불이 잘 일어나려면 바람이 있어야 하지만 또 바람이 너무 거세면 사그라진다. 그러나 바람과 불이 조화를 이루면 두루두루 이롭다. 이러한 형상에 대해 단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었다.

 

가인은 여자가 안에서 제 위치를 올바르게 잡고 남자는 밖에서 제 위치를 올바르게 잡고 있으니 남녀가 모두 올바른 것이니, 천지의 크나큰 의로움이다. 가족 구성원에 엄한 임금이 있다는 것은 곧 부모가 있음을 말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가정의 도가 올바른 것이니, 집안을 올바르게 하여야 세상이 안정된다. (彖曰 家人 女正位乎內 男正位乎外 男女正 天地之大義也. 家人有嚴君焉 父母之謂也. 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 而家道正 正家而天下定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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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바람과 불의 만남으로 집안을 꾸리는 도로 상상한 것이 흥미롭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가족을 이루는데 여자는 안에 남자는 밖에서 올바르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안과 밖이라고 하는 설정은 조건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면 올바르게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름은 어떻게 드러날까? 집안이 불같이 일어나고 또 바람을 타고 일이 술술 풀려나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남자와 여자가 바람과 불에 각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바람이 되었다가 어느 때는 불이 되어서 서로를 살리는 것이다. 양쪽이 서로에게 긍정의 영향을 미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긍정이 영향을 미치면 나라에 임금이 있어 위엄이 드러나듯이 부모도 위엄을 갖추게 된다. 위엄이 드러나는 집안에서 부모와 자식은 어떻게 관계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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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에는 공자가 아들 리()를 가르치는 내용이 나온다. 리가 공자가 뜰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새삼 몸가짐을 삼간다. 몸은 수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본 공자는 아들을 불러 세워 시()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하자 시를 배워야 하는 까닭을 일러준다. 아들은 열심히 배우겠다는 대답을 하고 물러난다. 이때 공자가 보이는 아버지다움은 자식에게 마음껏 애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다. 그보다는 거리를 두고 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정도에서 그친다. 이를 들은 대부는 군자는 자식을 멀리하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 거리만큼의 위엄이 생성되었다. 동시에 리 또한 부모 앞에서 스스로의 몸가짐을 삼감으로써 자식다움을 발현하여 위엄을 드러내었다.


 『맹자에서는 부모는 자식을 직접 가르칠 수 없다며 그 거리를 더 멀리 둔다. 가르치는 자리에서 하게 되는 말이 부모자식 사이에서 위엄을 발휘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말에 갇혀서 혈육 간의 정에 금이 가는 지경에 이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섣불리 가르치려는 마음을 버리고 훌륭한 스승을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요즘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바람과 불이 만나서 집안을 잘 다스리는 도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만큼의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활활 타올라 사라져 버릴 수 있고 너무 멀면 서로 의지가 되지 못한다. 바람과 불이 만나 서로에게 이로운 거리는 어느 만큼일까? 가정의 달 5월에 그 거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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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9-05-14 21:46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는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바라보는 거리와

    자식으로서 부모를 바라보는 거리가 있을터인데

    자식이 다 커서 품을 벗어나고 나니 부모와의 거리가 더 와 닿습니다.

    자식으로서 부모와의 거리는 어찌해야 할지

    그 거리는 매일매일 달라지면서 나를 시험에 들게합니다.

  • 2019-05-15 16:38

    너무가까이 있고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과의 거리를 생각하는 것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가인괘의 풀이가 쉬운 듯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때문일까요??ㅎ

    아직 육아 초보이기에 애들 키우며 하루에도 울그락 불그락 웃었다가 화냇다가 감정에 많이 흔들리기에 엄마로서 위치잡기가 참 어려워서일까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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