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36 地火明夷괘 : 중국은 아직 어둡다

영감
2019-05-07 07:49
315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중국은 아직 어둡다




1980 년대 말에서
90
년대 초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해있었다. 천안문 사태의 무력 진압에 대해 국제
여론은 부정적이었고 소련이 해체된 후 체제 정당성에도 위협을 받았다
. 이에 당시 실권자였던 등소평이
내놓은 지도 방침의 핵심이 그 유명한 '
도광양회 韜光養晦 유소작위 有所作爲'. '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기르며 꼭 필요한 일만 하자'는 전략이다. 영토분쟁에 있어서도 등소평은 경제개혁을 강조하며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자세를 취하며 분쟁을 보류하였다.
후 정치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경제 발전엔 박차를 가해 중국은 어느새 세계 제
2 경제 대국이 되었다. 미국이 화들짝 놀라 어떻게 해보려고 애쓰지만 간단하지가 않다. GDP 12조 달러를 넘어 세계경제의 15%를 점하는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을, 미국으로서도 제살 깎기를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고는 손보기가 어려워졌다
. 일단 등소평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캡처2.PNG



주역의 지화명이地火明夷괘는 땅坤이 위에 있고 불離이 아래에
있어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 밝음이 상처받고 땅속으로 들어가니 암울하다. 그러나 주역은 절망을 이겨내는 지혜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명이괘의
괘사
'어려울 때 정함이 이롭다利艱貞'文王이 은나라 말 폭군 주왕에 의해 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초연하게 禍와 患을 멀리한 道라고 전해지고 있다. 명이괘의
대상전에 나오는
'용회이명 用晦而明' '어둠을 써서 밝음을 지킴', 즉 어려움을
알고 드러나지 않게 몸을 굽히고 조용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다
. 주역의 계사전에서도
'자벌레가 몸을 굽히고 용과 뱀이 겨울잠을 자는 것을 나중에 몸을 보존하기 위한 단계로서 음양의
순환 이치
'
설명했는데 용회이명을 이 순환과정에서 굽히는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 등소평을 문왕과 등치할
수는 없으나 그의 전략 도광양회는 문왕의 용회이명과 닮았다
. 난관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도전하는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졸렬할지 몰라도
, 무모하게 덤비는 대신 주어진 명命으로 알아서 피하고 때를 기다리는 동양의
철학을 용회이명에서 읽는다
.




 


한편 서구 주도의
시장경제를 수용하며 경제력을 키운 중국은 이제 중화의 자존심을 숨기지 않고 서구의 오만함에 맞서기 시작했다
. 후진타오가
통치이념으로 내건 화평 굴기를 시진핑이 중국몽으로 이어받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다
. 2010
대에 들어서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 베트남 등과의 해양 영토 영유권 분쟁에서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 별안간 밝음이 어둠을 밀어낸 듯 소매를 걷어 이두박근을 과시하는 치기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가져오기
충분하다
. 무려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팽창정책을
쓸 때 주변 지역은 긴장하게 되며 이에 따라 물리적 충돌의 확률도 높아진다
.






그러나 중국의 밝음은 아직 땅속에 숨어 있다. 경제발전을 통해
중국인들의 평균 소득이 만 불에 육박하지만 도시 중심의 성장 정책으로 인해 도농都農간 빈부 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져 있다
. 중국 농민의 소득은 도시 사람의 30%에도 못 미친다. 풍부한 노동력으로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정부의 성장 정책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충돌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노동자 농민들이 권리 신장을 위해 연대하고 행동할 경우 천안문 사태와는 다르게 인민해방군이 제압할 수 있는
위세를 넘어설 수 있다
. 민중의 팽배한 분노가 폭발하는 계기는 지배층의 부패가 제공할 것이다. 역사가 말해준다. 명나라를 멸망시킨 농민 봉기 이자성의 난도 당시
조정 대신들의 부패가 촉발시켰다
. 중앙권력이 정치를 독점할 때 부패는 당연지사다. 국가가 국민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일당 독재의 수직적 권력 구조를 포기하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들을 풀 수 없다.




 부패.PNG 




중국의 민주화는 순리이면서 필연적이다. 지배층이 나서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혁명적으로 민주화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민중이 피를 흘리며 세상을 바꿀 것이다
. 중국의 지도자들은
동양철학 종주국의 정예답게 역사의 맥락에 순응하여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 그래야 땅속에서 빛이 솟을
때 동반해서 떠오를 수 있다
. 그것이 중국으로서 용회이명을 완성하고 당당하게 국제사회에서 대국으로
인정받는 길이다
. 그렇지 않고 권력자들이 지식인들과 결탁하여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역사 발전을 외면하면 훗날 중국 땅에 밝음이 떠오를 때에도 그들은 어둠 속에 머무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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