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호외> '스피노자빠'들이 떴다!

웹진
2014-05-07 22:35
2950

웹진 호외



‘스피노자빠’들이 떴다

-스피노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강좌 추천 메시지-

 

    

 

탁네트워크가 사랑하는 철학자를 손꼽는다면, 주저없이 TOP3 안에 오를 철학자가 ‘스피노자’다.

문탁에서 이루어진 스피노자 공부의 역사를 살펴보면, 2010년 봄 5월, 8강에 걸쳐 고병권샘의 ‘에티카’강좌가 있었고(고병권샘의 친절로 강의는 한 강좌 더 진행되어 9강으로 마무리되었다), 비전세미나에서도 한 차례 <에티카>를 공부했고,

2013년 1월 12강에 걸쳐 <에티카 철학교실>이 열렸다. 철학교실에서는 강좌보다 꼼꼼히 텍스트를 이해하고 한편의 에세이로 공부를 마무리하느라 여러 사람이 스피노자와 씨름한 ‘뜨거운’ 기억도 있다.

철학교실을 마치고 <에티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몇몇 사람은 다시 에티카강독세미나를 만들기도 했다.

강독에 열심히 참여한 달팽이는 만물상 세미나팀과 다시 한 번 에티카강독에 도전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 봄 다시 ‘스피노자 강좌’가 문탁에 돌아왔다.

왜 이렇게 자주 우리는 스피노자와 에티카를 공부하려 하는걸까? 

‘스피노자빠’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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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많은 사람들이 스피노자강좌를 들었으면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달팽이 : <에티카>는 도저히 ‘그냥’ 혼자서는 못 읽는 책이다. 강좌를 듣고 세미나를 해야 그나마 읽어볼 엄두가 나는 책이다. 이번이 문탁에서 스피노자강좌가 열리는 세 번째 기회다. 아마 당분간 스피노자강좌는 열리지 않을 텐데, 기회가 왔을 때 버스에 올라타자.

봄날 : 작년에 들뢰즈 강좌와 함께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나는 사정상 강좌를 듣지 못하고 세미나에만 참여했는데, 텍스트를 이해하기 힘드니 자연스럽게 세미나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되었다. 강좌를 듣는 사람들에게는 세미나가 시너지효과를 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즐거움을 나눌 수 없어 아쉬웠다.

자누리 : 혼자 <에티카>를 펼치면, 정의, 정리, 공리, 증명 이런 새로운 용어들이 드넓은 가시밭길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의지를 다잡아도 ‘막연함’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그래서 <에티카>에 도전했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좌는 스피노자철학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웹진 : 우리는 왜 스피노자를 공부해야 할까?

달팽이 : <에티카>를 읽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이제껏 명사로 세계를 보았다면 이제는 동사형으로 세계를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자누리 : ‘주체의 철학’이 주류를 이룬 시대에 살아온 우리에게 스피노자는 이와 다른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신체와 사유의 이원론 극복이라든가, 감정에 대한 부분들은 실제 일상생활을 달리 사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 시간의 기준이 아닌 영원과 양의 기준이 아닌 무한의 개념 등은 나의 사유를 뒤흔들어 놓았다. 무한을 ‘무규정적’이라고 정의하는 사유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유체계였다. 감히 말하건대, 나의 삶은 스피노자를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스피노자 이후 나를 규정하던 ‘쪼임’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졌다. 게을러진 면도 있지만ㅋㅋ

 

웹진 : 스피노자를 공부하면 사는 데 도움이 될까?

달팽이 : 스피노자의 감정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용기’와 ‘아량’이 나에게는 의미있다. 용기는 자기 자신에게 아량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을 준다. 뭔가 일을 계속하기 힘들 때, 왜 이렇게 내가 힘들지 그런 회의감이 들 때 스피노자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내가 지금 힘든 건 내 능동성이 확장되지 못해서 그런 거구나 이런 진단도 해보고, 상황에 쪼그라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봄날 : 매번 자신이 100%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스피노자의 개념은 나에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늘 온전히 자신을 드러낸다고 하니 누구를 만나든 진심으로 대해야 하고, 나도 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해 파지사유를 만들며 많은 회의가 있었다. 그때 나를 지치지 않게 독려했던 게 그런 스피노자의 철학이었던 것 같다. 철학 따로 일상 따로였던 삶이 스피노자 이후 둘이 ‘확’ 섞여버릴 수밖에 없다.

 

여러 번 <에티카>를 읽은 달팽이에게 <에티카>란?

달팽이 : 다시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철학교실을 마치고나서 좀 암담했다. 철학교실을 마쳤는데도 <에티카>에 대해 깜깜하다는 사실이. 그래서 시작한 <에티카>강독에서 철학교실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세미나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의견이 분분했던 것도 좋았고, ‘중구난방의 스피노자’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ㅋㅋ. 매번 읽을 때마다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계속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철학교실을 하며 도움을 받은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한 번 두 번 스피노자를 접하며 나의 <에티카>를 정립해가는 것 같다. 이번 강좌를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렇게 스피노자의 강물에 발을 적시는 기회가 없다면, 스피노자의 강물에 풍덩 빠져들 수 없다. 자누리샘 말처럼 누구에게나 스피노자와 <에티카>는 ‘가시밭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강물에 발만 적셔도 스피노자가 말하는 ‘기쁨’의 정서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빠들의 애정이 절절히 느껴지는가? 단언컨대 스피노자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스피노자를 만나고도 그에게 빠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정말? 정말!!! ㅎㅎㅎ)

그래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가? 그럼 이제 이번 스피노자 강좌를 맡아주신 이수영쌤의 맛보기 인터뷰를 들어보자.

 

웹진 : 문탁에서 스피노자를 먼저 읽었던 친구들은 대체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선생님이 처음 스피노자와 만났을 때의 느낌이 궁금하다.

이수영 : 제 책 서문에도 썼지만, 제가 <에티카>를 처음 접한 건 대학생 때였습니다. 강영계선생이 번역한 초판이었죠. 참 유명한 책이었는데 책장을 들춰보고는 그만 절망했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읽으라는 것인지... 정의와 공리, 정리, 주석들로 가득 채워진 수학책? 제 경험만으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에티카는 대대로 독파하기 어려운 책으로 악명이 났던 책이지요. 따라서 서양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조차 없이 자랐던 우리들이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새삼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일이지요. 문제는 이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점에 있지 않을까요? 만약 우리가 힘들더라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이 책이 분명 우리들에게 엄청난 것들을 선사하는 책일 것이라 장담합니다. 기존의 형이상학적 통념들을 과감히 파괴해버리고 새로운 통찰들을 열어주는 책이고, 그래서 ‘반시대적’으로 살아갈 이념적 무기를 쥐어주는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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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현대 탈근대 철학자들에게 스피노자는 중요한 사상적 모티브를 제공한다. 지금 우리 시대 스피노자 철학의 힘은 무엇인가?

이수영 : 이 부분은 저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존재론적으로는 ‘신 즉 자연’이라는 개념을 통한 세계 전체에 대한 긍정의 사유가, 인식론적으로는 ‘신체와 정신의 평행론’을 통한 의식에 대한 평가절하의 사유가, 윤리학적으로는 ‘공통개념’이라는 개념을 통한 공동체 구성과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가 스피노자에게서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자연 전체를 신으로 간주하면서 신의 도덕적이고 초월적인 통치를 자연에 내재화시키면서 신에 대한 인간주의적 해석을 전복했다는 점, 그리고 영혼조차 하나의 양태로 사유하면서 철저히 신체라는 유물론적 근거 속에서 사유하고자 했다는 점, 정치권력의 근거를 살아 있는 다중들의 구성적 힘에서 발견하고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전복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스피노자 철학의 급진성을 확인할 수 있죠.

 

웹진 : 이번 강의를 신청한 분들에게 스피노자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텍스트를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

이수영 : 스피노자의 삶과 철학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들뢰즈가 아닐까 합니다. 제 경우도 들뢰즈의 책을 여러번 읽고나서 겨우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체계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요. 따라서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스피노자의 철학>은 필수 텍스트인 셈입니다. 정치학적 접근쪽으로는 네그리의 <전복적 스피노자>가, 스피노자에 대한 전기로는 스티븐 네들러의 <스피노자>가 가장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스피노자를 만나기 위한 100M 전.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라.

이번을 놓쳐도 다음에? 물론 언젠가 또 만나기야 하겠지만 우리가 다시 스피노자를 읽어야 할 이유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노예가 아닌 자유인의 삶! 궁금한 그의 삶과 철학, 자유인 스피노자를 지금 만나러 갑시다.

2014년 5월 15일(목) 저녁 7시 반 문탁 강의실

 

    

 

 

댓글 9
  • 2014-05-07 23:02

    오호, 스피노자빠라~,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쬐끔이라도 있는지

    가늠해 볼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기대반 걱정반이네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

  • 2014-05-07 23:06

    ㅋㅋㅋ 스피노자 확 땡기는데요..

    5월 15일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rabbit%20(30).gif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스피노자를 알고 싶군요.^^

  • 2014-05-07 23:22

    아주 예전에 이수영샘과 니체를 공부했는데

    이번엔 스피노자네요^^

    수영샘의 스피노자강좌는 어떨지 궁금해요!!

     

  • 2014-05-08 00:17

    오늘 못갔는데 찰진 이야기들을 나누셨네요.

    무한이라는 개념, 능동, 정신 신체 평행론... 새록새록합니다.

    강좌를 통해 나만의 에티카를 써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주에 뵈요!

  • 2014-05-08 06:17

    오.... 이런 문장 확 꽂히는군요^^

    " 영혼조차 하나의 양태로 사유하면서 철저히 신체라는 유물론적 근거 속에서 사유하고자 했다는 점"

    

    신체라는 유물론적 근거 속에서 사유하고 했다는 점?

    이런 건 어떻게 사유하는 걸까요?

    점점 궁금해지는 스피노자 강의!

    새로운 사유의 세계와 접속할 마음 한 번 먹어보시압!

     

  • 2014-05-08 09:47

    우리 바깥에도 스피노자빠들이 많구만...ㅋㅋ

  • 2014-05-08 12:45

    '반시대적'으로 살아갈 이념의 무기...라는 글귀에서 깜놀했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니체에세이 제목이 '반시대적으로 살아가기'인데...ㅎㅎ 

    역시 스피노자와 니체는 매우 친한 것이 맞나봅니다. ^^

    스피노자 강의가 더욱 기다려지네요.

    신청해야쥐~~ 맘만 먹고 이적까지 밍기적거리다

    깜놀한 김에 오늘에야 신청합니다!

  • 2014-05-08 14:59

    장자를 공부하면서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접근하기는 요원하고

    오히려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끈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줄을 놓으면 허무의 바다로 깊이 빠져버릴 것 같거든요.

    스피노자라면 이 슬픔의 현실에서 빠져나갈 사다리를 내려 줄 수 있을까요?

    장자와 스피노자의 자유는 어떤 것일까요?

    스피노자에게서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2014-05-09 01:20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군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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