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LAB S4 목공인문학] 세번째 시간 후기

안현아
2019-12-13 21:59
301

안녕하세요, 안현아입니다.

 

처음 수업을 참석하지 못해 강의안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나 몇 번을 읽어보고, 직접 만들 물건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지는 그때까지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가구는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하여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직접 수업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원 씨가 강의안을 못 알아듣게 쓴다는 말이 아닙니다(웃음포인트)! 핸드아웃에 적혀있지 않은 생각들을 덧붙여 알려주시고, 시시때때로 나오는 다른 분들 질문에 같이 궁금해지고, 곧바로 답변을 듣다 보니 알게된 것입니다. 지금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 전혀 틀릴 수 있다는 것을요. 목공과 인문학을 연결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도 틀렸고,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가장 튼튼할 것이라는 생각도 틀렸습니다. 

 

수업 내내 집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지지대가 없어 긴 면적 중간이 휘어버린 mdf 침대-의 모서리 가공도 안되어 매일 발을 찧는 나. 아무 생각 없이 구매했던 저급 수납장-이 닫히지도 않고 고장 나 오랜 기간 고통받는 나.

 

특히 저의 집. 무조건 싼 자재로 대충 때려 넣어 스위치 커버들은 눈뜨고 봐주기 어렵고.  방음이 안되어서 저는 위층 이웃 아킬레스건 건강을 매일 밤 걱정합니다. 빌트인 옷장은 형식만 옷장일 뿐 옷걸이 폭보다 좁아 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참고 살거나, 이사를 하거나, 돈을 들여 새로 교체를 하거나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대충’ ‘싸구려’로 눈앞을 채워 넣은 시공사와 저의 선택 때문에 스스로 고통받고 경제적이긴 커녕 손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맞다 생각한 것들이 콘크리트처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이든 미적이든 환경적이든 어떤 관점이라도 좋으니, 이렇게 목적에 반하는 선택만은 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아,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저는 실용적인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수업에서 만들 어떤 물건 하나가, 위에 설명한 모든 불편함을 당장 해소할 수 없더라도 앞으로 제게 기념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매일 눈이 닿는 곳에서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새로 알게된 좋은 분들과의 관계가 생긴 것, 그리고  친구라는 관계로만 알던 이들과는 옆에 앉은 수강생 또는 마주하는 선생님으로의 새로운 관계가 생긴 것 역시 즐겁고 감사한 기억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19-12-14 08:41

    후기 고맙습니다~다들 후기를 너무 잘 남겨주어서 감사합니다ㅠ.ㅠ
    맞아요. 인문학과 목공을 결합하는 시도를 그동안 제가 꺼렸던 이유도 한편으로 우리가 '타협'이라고 부르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난 시간에 다뤘던 스피노자의 '적합함'으로 본다면, 아마 그러한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현아를 수업에서 보니 새롭고 좋아요. 함께 적합한 물건들을 만들어봅시다!!

  • 2019-12-14 12:36

    저도 mdf와 합판에 대한 그리고 원목에 대한 오해를 처음부터 짚을 수 있어서 흥미롭고 좋았어요.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ㅎㅎ 후기가 넘나뤼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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