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1탄 리뷰> 신은 이웃에 살지 않고 내 안에 산다 (스포 가득^^)

문탁
2017-04-1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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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이웃에 살지 않고 내 안에 산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빵은 꼭 잼 바른 쪽으로 떨어진다거나  마트에서 계산할 때 늘 옆줄이 빠르다거나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거나(제가 꼭 그래요..ㅠㅠ)...

그래서 이런 우연들은 우연이 아니라 신의 장난처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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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샐리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늦게 집에서 나섰는데 오히려 차가 더 쭉쭉 빠진다거나 시험 직전에 펼쳐본 페이지에서 시험문제가 나온다거나...

그래서 이런 우연들도 우연이 아니라 (여)신의 축복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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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의 못된 아빠 신이나 착한 엄마 신 모두, 그런 점에서, 충분히 공감가는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감독은 성도착자, 장애인, 기계처럼 살아가는 직장인, 삶이 권태로운 유부녀, 죽음을 사랑하는 암살자 등의 소수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는 '정치적인 올바름' 까지... ㅋㅋ.... 선보입니다.
그 정치적 올바름이 너무 관습적으로 표현되어서 약간 오글거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종일관 영화가 보여주는 깜찍함과 유쾌함, 러블리함때문에 그 정도는 용서하자~~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전,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영석을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는 나영석의 예능과 비슷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재미와 '정치적 올바름'을 함께 갖추고 있는 장르는 김태호와 나영석의 예능 뿐이잖아요?....ㅋㅋㅋ...)

 

 

이 날 <시네마 드 파지>엔 신기하게도 커플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모녀 커플 두 쌍, 부부 커플 한 쌍, 그리고 잘생김 브로맨스!  특히 아름다운 부부커플은 녹색당원이시라네요. 히말라야가 녹색당에 열심히 [필름이다]를 홍보하여 오시게 된 거죠.(히말라야, 여신의 축복을 받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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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정관객인 요요님과 게으르니 그리고 뚜버기, 간만에 오신 라라님,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우연님 등도 함께 했습니다. (아, 문탁씨네필들. 콕 짚어서 띠우, 토용, 담쟁이, 달팽이......왜 영화보러 안 오는지...ㅠㅠ...)

 

 

또 신기하게도^^ 많은 분들이 다음의 두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으셨어요.

하나는 우연한 사고로 팔 하나를 잃고 비탄 속에서 살아가는 젊고 예쁜 여자가 잃어버린 자신의 손과 악수를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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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樂으로 삼고 있는 암살자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과 포옹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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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자유인은 결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성찰이다"(E Ⅳ, P67) 라고 했나요?

이 사람들이 자기 안의 타자와 화해를 하는 순간, 이들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 기쁨을, 죽음이 아니라 삶을 긍정하게 되는 순간, 우리 모두 울컥하는 게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는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군요. 이 영화는 창조에 관한 이야기(구약)가 아닙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새로 쓰는 신약 이야기. 다시 말해 새로운 사도들의 이야기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삶을 새롭게 씀으로써 사도가 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신약! 그것은 신의 말씀이고 마리아의 개념이었던 예수를 좇아 그렇게 살아갔던 사도들의 행전과 복음의 이야기이고, 따라서 그것은 누구라도 예수를 발견하면(=신을 인식하면) 언제라도 사도처럼 살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니까요.

 

하여, 영화에서 보통사람들 여섯 명. 이들은 신의 딸이자 예수(J.C)의 동생인 에아가 세탁기를 통해 아버지-전지전능 못된 신의 집을 탈출하면서 우연히 손에 쥔 명단입니다. 지상에 내려온 에아는 이 사람들은 찾아갑니다. 그러나 에아는 아버지처럼 전지전능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에아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마음 속의 음악을 듣는 능력이 있습니다. 에아를 통해 보통 사람들 여섯명은 각자 자기 안의 음악을 듣습니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해본다면 자신의 본성을 인식하는 것이지요. 그러자 더 이상 정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출근길에 가방을 버리고 북극으로 떠나고, 지루한 남편과 헤어져서 고릴라와 사랑을 나눕니다. 때론 더 이상 아픈 아이로 살지 않고 여자-되기를 통해 하루를 한달처럼 살아갑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이웃집의 신이 아니라 내 안의 신이었습니다. 신은 결코 하늘에도 살지 않고 이웃집에도 살지 않고 내 안에 살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적합한 인식을 하자마자 삶을 긍정하자마자 이제 이들은 바다 속에서 살 수도 있고, 빌딩도 걸어다닐 수도 있고, 남자이면서 임신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와우... 만물과 공통되기가 가능해졌군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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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4월 기획전의 풀네임이 이해가 됩니다.

[필름이다] 4월 기획전의 이름은 <자기와 신과 사물의 참다운 인식을 위하여>였습니다. 청실장은, 역시 멋있습니다msn032.gif

다음 주에도 神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영화보러 오세요.

 

댓글 7
  • 2017-04-10 08:15

    전 이 영화 참 좋았어요. 

    우리 각자도 사도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면...

  • 2017-04-10 08:39

    그래요 사도로 살아봐요^^

  • 2017-04-10 14:21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감독이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구석구석 상징과 은유를 많이 사용해 제가 놓친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도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reset 이라고 보여 집니다.

    세탁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  청소기 돌리는 장면,  컴퓨터의 reset, 세탁소에서 나와 비 맞는 장면... 등등

    이것은 기독교의 주요 개념의 하나인 정화, 회심, 쇄신의 의미로 영화 속에서 계속 여러 이미지와 스토리로 변주됩니다.

    세탁이나 청소의 기능이  비본질적인 것인 오염을 제거 하여 본질적인 것을 드러내고 온전히 하는데 있습니다.

    기존의 신약성경으로는 더 이상 인간을 쇄신하여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에아는 오빠인 J.C.의 도움으로 새로운 사도를 통해 신약성경을 보강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옵니다. 에아가 신약성경을 직접 쓸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스토리를 만들고, 인간이 적어야 합니다. 에아는 그저 그들의 내면의 음악을 말해주고 그들의 기원과 처지에 대해 질문 할 뿐입니다.(마치 소크라테스 처럼^^ 자기의 내면의 진실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자신의 남은 수명과 내면의 음악을 알게 된 사람들, 그 중의 무작위의 6명이 자신의 내면과 직면해 가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개개인의 인생 reset을 통해 신약성경을 reset한다는 의미로 보여 집니다.

    저는 그 중에 오렐리의 복음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내면의 음악을 알게 된 후, 그 날 밤 꿈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손목과 춤을 추며 해원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면서,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오래 묵어 딱딱해진 슬픔이 눈물과 음악과 함께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랜 세월 울 수 없었던 그녀가 이제 울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사랑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녀의 눈물은 영혼을 깨어나게 하고 정화시킵니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이 노래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에아도 인간들과 함께 성장해 갑니다.

    처음에 시종 경직되고 분노하는 표정이었던 그녀는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과 함께하면서 점차 풍부한 표정을 보여 줍니다.

    드디어 소년 월리를 만나고 나서는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조만간 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과(아마도 선악과)도 먹을 수 있게 되겠지요.

    감독은 신에게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갈 수 있는 세탁기를 찾지 못하게 하고 지상에 유배 시킵니다.

    통쾌한 복수입니다.

    기독교의 개념과 상징을 빌려와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그리고 화석화된 신을 유쾌하게 풍자합니다.

    희극의 형식을 취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쉽고 기발하고 감동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이 압권입니다.

    p.s.

    영화가 넘 좋아서 자발적 후기를 쓰고 싶었으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댓글로 대신합니다.

    제가 요즈음 이렇습니다.

    감동 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나는데...  

    그 감동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ㅜㅜ

    이거슨  비극인지... 희극인지...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인지...

    • 2017-04-12 20:04

      자발적 후기 내지 댓글이라! 멋져요! 라라샘!

      엄청 많은 것을 기억하고 쓰셔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저도 영화를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봤는데..

      제 머리 속엔 물고기가 펫이 된 것에 대한 섭섭함만 강렬하게 남은 것 같아요. 하하하..

      • 2017-04-15 05:21
        ㅋ 감사해요.
        근데 물고기에 대해서 저는 좀  다르게 봤었어요.
        물고기는 기독교에서 신앙의 상징으로 표상됩니다.
        초반에 에아가 지상에 내려왔을 때 쓰레기통에서 피쉬버거를 발견하고 한 입 먹어 보고 뱉어 버리지요.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혹은 썩었는지도...)
        그러니까 신앙이라는 것이 죽어서 패스트 푸드인 햄버거에.. 그것도 쓰레기통에 있었는데...
        후반에 새로운 신약성경이 완성되어 가면서는 그 신앙이 살아 움직이며
        길잡이 역활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식으로 물고기를  본다면 요요샘의 섭섭함이 기쁨으로 바뀔지도...^^

  • 2017-04-10 19:18

    라라님의 댓글을 보니 영화를 못본게 영 아쉽네요.

    저도 영화 보고 싶었어요.

    나름 열혈 고객인데 뒷통수가 땡겼지요.

    근데 몸이 집으로 가자 하더이다. ㅋㅋ

    담주를 기약해봅니다.

  • 2017-04-11 00:09

    저도 그래요.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이다. 이번주는 꼭 보러 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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