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 3부 숙제

동은
2020-05-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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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유교와 시장

 

유교는 이익보다 도덕주의, 욕망을 억누른 관념주의, 현실과는 다른 이상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비루한 면모를 직접 대면하고, 질척거리는 시장통 속에서 삶의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고, 당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유교다.

 

  1. 하필왈리

<맹자> 첫머리에는 하필왈리를 통해 ‘이익 vs 인의’의 대결을 보여준다. 이 구절은 유교의 오랜 비현실, 관념, 도덕주의으 증거가 되어왔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오해일 뿐이다. 맹자가 말하려고 한 것은 국가의 경영자가 이익에만 관심이 있으면 국가를 위험에 빠트리게 할 거라는 지적이었을 뿐이다.

유교는 인간의 이익추구를 이해하고 인간의 요소로 여겼다. 이는 맹자뿐만이 아니라 공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군자는 의에 밝아야 하고 소인은 이끗에 밝아야 한다”) 하필왈리는 군자에게 해당하는 덕목이다.

맹자의 “유항산 유항심”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유물론적 정치경제학자인 점을 보여준다. (“백성에게 진리는 경제적 이득이 있을 때 만들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항상적인 마음을 낼 수 없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군주는 항상 겸양, 검소, 공경하고 취하는 세금에는 제한을 둔다.”)

 

  1. 유교의 시장

시장은 인간사회의 전제다. 시장은 유교와는 관련없이 이미 인간사회의 한 요소로 존재하고 있었다. 유교에서는 시장을 평화와 정의의 비유로 자주 사용하곤 했다. (당의 혁명전쟁이 정당한 이유, 훌륭한 군주가 떠날 때 그를 따르는 백성들) 유교는 시장친화적이다.

보통 유교가 농업을 숭상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법가다. 유교국가에서는 상인보호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 경제책이었다. 오히려 공자나 맹자는 쇄국정책을 비판하고 물류의 순환을 이루고자 했다. 세금수탈과 같은 불통, 폐쇄, 경직이야말로 유교가 개선하려고 했던 대상들이다. 맹자 경제사상의 특징은 상업의 보호와 발전을 주장하고 상업세의 면제,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1. 시장의 기능

유교가 이해한 시장의 작동원리는 근대 서구의 경제학 이론과 흡사하다. 공자 제자인 자공은 상품가격의 결정원리(옥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희소성의 원리)를 이해하는 경제인이었다.

<맹자>에는 농가와 유교의 사상투쟁이 실려있다. 농가학파는 시장의 거짓과 시기를 문제삼아 고정가격제도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맹자는 시장의 순기능을 긍정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을 시장의 속성이라고 보았다. 유교는 시장을 문명제도의 핵심요소로 수긍하고, 인민들의 이익추구도 당연한 것으로 보았다.

 

  1. 시장의 문제

그러나 유교가 시장의 무한정한 자율성, 자유방임주의적 시장주의를 용인한 것은 아니다. 농단의 고사를 보면 문제는 상인들의 이익추구가 아니라 부정한 방법을 통해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려는데 있다. 때문에 거래질서의 혼란으로 벌어지는 사태에 부당한 축척이 발생해 불균형으로 이어질 때, 국가의 개입은 정당하고 마땅하다는 것을 농단으 고사가 보여준다. 자유로운 시장거래 보장과 재화의 균등한 분배가 정치의 기능으로 여겨진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정치가에게는 일반 백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윤리가 요구된다. 맹자가 말한 하필왈리는 군자가 이득으 보면 먼저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교는 인간세계를 서로 다른 두 영역으로 나눠 보고 있는 듯하다. ‘시장영역’과 ‘공공영역’이다. 공자와 맹자가 인식한 춘추전국시대의 구조적 문제점은 이 두 영역이 뒤섞여서 공공영역이 황폐화된 데 있다. 유교는 공공영역에서 이익추구의 논리를 몰아내고 공평성과 공정성이 관철되는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1. 탁아소 실험

애리얼리 연구의 중요성은 첫째, 인간사회가 사회규범이 지배하는 공공역역과 이익이 우선되는 시장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추출했다. 둘째, 사회-윤리적 영역이 이익-손실의 시장논리에 침해당하면 복원되기 어렵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연구성과는 공자와 맹자의 당대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 하필왈리는 시장논리가 공공영역으로 범람할 때 빚어질 사태에 대한 염려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1. 신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유교는 시장이 사회의 한 요소로 국한되어야 하며 정치와 도덕에 의해 규찰받을 때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시장과 국가는 긴장하면서 보전되어야 하는 인간문명의 필수요소다.

신뢰는 시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공공영역 질서도 화복할 수 있는 열쇠다. 인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신뢰. 유교 정치경제론의 핵심은 신뢰에 있다. 시장에서든 국가에서든 구조적 위기를 이겨낼 방안은 신뢰의 힘에서 비롯된다. 유교 정치경제학의 의의는 국가든 시장이든 모든 사회제도가 폭력과 금력이 아니라 신뢰의 힘에 기초한다는 사실이다.

댓글 5
  • 2020-05-14 18:18

    13장 덕이란 매력이다
    1. 폭력의 시대
    전국시대 사상다들의 주된 쟁론 인간의 본성이었다는 것은 거꾸로 인간과 짐슴의 근본적 차이를 물을만큼 시절이 참혹했다는 뜻
    순자가 말한 세 가지 힘
    도덕의 힘/폭력의 힘/미쳐버린 힘
    순자에 따르면 덕은 인격이나 윤리이기 이전에 힘!
    폭력도 미친 힘도 아닌 제 3의 힘
    공자는"현실정치에의 참여는 지식인의 본래적 의미를 실천하는 것"이라며(p.243) 은둔자의 살을 비판함.

    2. 덕은 힘이다
    공자는 폭력과 폭행의 시대에 맙서 힘의 종류와 작동 원리를 연구한 사람
    천리마 기의 비유 : '기'를 명마로 꼽는 것은 그 속력이 아니라 말 탄 사람의 뜻에 맞춰 배려하는 힘, 곧 덕때문.
    덕은 힘이되 폭력은 아니며,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면, 그 마음으로부터 기뻐서 참으로 복종한다"고 봄

    3. 비유와 역설
    오늘날에도 그 시대에도 덕을 직접 설명하기는 어려워 야러 비유를 사용함.
    "덕으러써 정치를 행함은 '비유컨대'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데도 주변의 많은 별들이 그를 향하는 것과 같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되느니!"
    공자 덕치의 역학을 바람과 풀에 비유
    노자는 덕을 설명하기 위해 '역설의 방법'사용
    "큰 덕을 갖충 사람은 자신의 덕을 의식하지 않는다ㅡ 구러기에 정말로 덕이 있는 사람이 된다. 반면 박덕한 자는 덕을 의식하고 잡착하기에 덕이 없다. 최상의 덕은 억지로 하지 않는데도 되지 않는 일이 없다."

    공자 "덕은 고독하지 않다. 반드시 그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

    낯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꺼워하며 몰려오는 것이 공자가 보는 정치, 곧 덕치의 힘
    배병삼은 이를 자신의 속을 비워 주위의 쓰레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에 비유
    태픙 또한 같은 이치
    강한 힘은 자기를 낮출수록, 중심을 텅 비우고 고요하게 유지할 적에 터져나온다는 '힘의 역설'

    4. 태풍, 계곡 그리고 덕성
    <시경> '대아 탕지십'편 <상유>
    큰 바람은 굴을 겆고 있는데,
    텅 비고 큰 골짝이로다.
    이 좋은 사람은
    저식들을 선하게 만드는구나.

    퇴계, 율곡
    골짜기를 이름 삼은 이황과 이이
    조선의 유교는 개인의 도덕성 함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전망 내포
    "제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말라. 외려 스스로를 비워내고 상대방을 포용하고 감싸라. 그리하면 물이 계곡으로 몰려 내려오듯, 비워둔 그 자리로 사람들이 몰려오리라. 또 그것은 마치 낮고 텅 빈 골짜기애서 자아진 바람이 결국애는 천하을 휘감는 태풍과 같은 위력으로표출되리라"
    매력 : 남들이 스스로 끌려오는 힘
    덕의 거처는 남의 말을 들어주는 '귀'와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마음씨 그리고 아픔을 품어주는 배려에 위치
    덕치란 내가 남을 능동적으로 다스리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나를 낮추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또 함께 더불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 속에 사람들이 끌려드는 것

    5. 오늘도 살이 숨 쉬는 덕의 힘
    미국 기업경영 전문가 짐 콜린스의 연구 '평범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을 일군 경영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
    자신들의 이야기를 삼가고 다른 이들의 공헌이 대해 이야기함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경청하고, 동등하게 대하며, 적대세력조차 끌어안는'사례
    예술에서의 덕의 힘 - 김석출 선생의 동해안 별신굿 연주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 힘을 주고 내지르는 것만이 아니라 힘을 빼고 억제하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이먼 바커,<시사IN>155호(2010년 9월 4일자)

    13장은 덕이란 매력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게 친구가 많지 않은 것은 적극적으로 사귀지 않는 나의 성격도 있겠지만 어쩌면 덕의 부족이 그 아래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덕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덕을 이루어 상대가 자연스레 나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생각만해도 기쁜 일이다. 논어 읽는 여자가 되어 그런 삶의 가장자리라도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2020-05-15 18:28

    11장 불인하도다, 카이스트여!

    저자는 『맹자』에 나오는 자탁유자와 유공지사의 예를 들어 오늘날 횡행하는 기술위주의 교육을 비판한다. ‘사람다움’을 가르치지 않는 교윤, 기술・지식위주의 교육은 재난을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배움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도구화되고,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의 기술이 아니라 남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자의 교육은 어떠했는가? 공자는 동양 최초의 교사였다. 공자학교는 귀천, 빈부,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받아들인 ‘열린 학교’였다. 그 예로 『논어』에는 속수(말린 육포 같은 하찮은 것) 이상의 예물을 가져오면 누구든 받아들였다는 말이 있다. 또 천민부락집단인 호향의 어린아이가 배움을 청했을 때 거절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공자 자신이 어려서 곤궁했었던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호학자라 칭할만큼 배우기를 열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우려는 사람은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가르쳤던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제자들이 다음과 같은 자세를 가져야 가르쳐주었다. 첫째, 학생은 배움에 절실함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不憤不啓. 질문하지 않으면 대답해주지 않았다. 또 같은 질문에도 질문자에 따라 다르게 대답함으로써 개개인을 깨우쳐주는 방식을 썼다. 둘째, 아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학생을 틔워주었다. 不悱不發. 증자에게 던진 한 마디 ‘吾道一以貫之’에 증자가 바로 ‘忠恕’로 깨달음. 셋째, 한 모서리를 잠깐 들어 보여주면 제자는 나머지 세 모서리의 존재와 의미를 금방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與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공자는 제자들의 수준에 맞춰 가르쳤지만 두 번 반복하지 않는 엄격함을 가졌다.

  • 2020-05-18 15:30

    12장 인이란 소통이다

    1. 물길과 말길
    (1) 우와 백규의 치수사업 비교
    - 백규 : 물을 가두고 역류시켜 이웃나라 침수시킨다. 사람을 죽이는 기술.
    - 우 : 물이 흐르게 길을 텄다. 흐르는 물의 이치를 좇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
    (2) 말과 물의 상관성
    - 백규처럼 물이 흐르지 않게 하면 독백
    - 우처럼 물을 흐르게 하면 소통

    2. 인이란 무엇인가
    (1) 인이란?
    - 불인 : 의학에서 불인이란 손발이 마비된 것
    - 인 : 거꾸로 천지만물이 한몸으로 순환된 상태
    - 공자의 인 : 공동체 수립에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인을 기혈의 순환이 아닌 의사의 소통으로 보았음.
    (2) 무엇을 소통하는가?
    - 공자, 춘추시대는 소통이 단절되고 개개인으로 분절된 소외현상이 문제라고 보았다.
    - 동이불화 : 상대에게 나의 의사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
    - 즉 인이란 홀로를 부수고 함께 더불어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3. 대화는 고급기술이다
    - 소통이란 쉽지 않다. 유교에서는 과장과 다변을 경계해왔다.
    - 유교는 말하기에서 듣기로 중요성을 전환시킨다.
    - 발화자와 청취자의 속마음이 합치하는 이해에 도달할 때 소통은 가능하다.
    - 이것을 해낸 사람이 순임금으로, 인정仁政의 모델이 된다.

    4. 충과 서, 소통의 길
    -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충과 서이다.
    - 충 : 대화에 앞서 발화자 스스로 점검하는 성찰과정
    - 서 :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 상대의 입장을 나의 것으로 접어서 생각함.

    5. 내 속에 네ㅏ 있다
    - "공자의 이상인 인이란 지금 나의 주변에서, 즉 집안과 직장 그리고 사회 속에서 말과 의견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상태를 뜻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공자의 꿈은 '말이 서로 소통하는 문명사회'였다는 점을."

  • 2020-05-18 17:49

    15장 유교와 정치
    왜 유교에서는 정치를 중요하게 여겼을까? 공자와 맹자는 인간 세상이 짐승의 세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때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들은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1. 부끄러움이 사람에게 큰 까닭
    유교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요소라고 본다. 수치심이란 자기자신의 잘못을 성찰하는 양심이다. 이것이 기본조건인 까닭은 부끄러움만이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과 부정의에 대한 증오심을 싹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끄러움만이 자아성찰과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즉 측은지심과 부정한 현실에 대한 분노를 배양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선비란 무엇인가? 라는 자공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의 행실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 능력”을 첫 번째로 말했다. 그렇다면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 “나라에 도가 있을 때 나아가고, 나라가 도를 잃었는데도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이 부끄러움이다”라고 공자는 답했다. 정치가와 공직자에게 부끄러움을 타는 감수성이 핵심 덕목임을 보여준다.

    2. 염유가 파문당한 까닭
    그는 재정운영 능력과 회계의 재능은 뛰어났으나, 이것이 탈도덕적 기술주의에 몰두하게 만드는 역기능도 했다. 결국 염유는 권력자 계씨의 이익에 복무하는 처신을 하다가 공자에게 파문 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염유가 파문당하는 과정을 통해 부끄러움이 정치가에게 갖는 중요성을 확인해보자. 염유는 “力不足” 즉, 힘에 부친다고 말하며,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때 공자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 긋기 즉 획을 그었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획은 닫힌 마음을 뜻한다. 염유의 닫힌 마음은 공자의 호학과 대조된다. 호학이란 공자의 공부자랑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공자가 염유를 꾸짖은 것은 그의 탁월한 재정운용기술이 이기심으로 타락할 것을 경고한 문장으로 읽을 수 있다.

    3. 염유의 꿈, 염유의 죄
    염유는 자신을 재정분야 전문가로 한정짓고 있다. 그러나 공자는 君子不器,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어떠한 요구에도 적절히 부응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권했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은 <춘추>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에 계씨 정권의 이익을 위해 백성에게 가혹한 세법을 관철하는 행정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에 대해 공자는 염유의 경제제일주의가 결국 정부와 인민의 삶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매섭게 비판한다.
    공자가 정치가의 덕목으로 부끄러움을 최우선으로 꼽은 것은 이렇듯 염유처럼 전문적인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여 다른 백성의 삶에는 무감각해져서 세금을 수탈하고 마침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게 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염유의 죄다.

    4. 국가의 역할
    공자에게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빵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화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화합과 안정, 분배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의 도덕적 정당성이 우선적으로 요청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공자가 정치가와 공직자에게 우선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 까닭이다. 공자는 공정한 분배를 꾀하는 정의의 원칙을 정치의 핵심 구조로 본 반면, 염유의 것은 이익추구를 당연시하는 시장중심 논리다.

    5. 정치를 회복하자
    부끄러움은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일상,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생겨난다. 사소하며 구체적인 일을 예민하게 느끼는 데서 부끄럼이 비롯된다. 공자가 복원하고자 했던 정치가 부끄러움의 회복에 있다면, 그 출발점은 지금 이곳이다. 정치란 청와대나 정부청사, 혹은 의사당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자에게 정치란 나의 부끄러움에서 발아된 감수성을 측은함과 공분으로 확장시켜나가기이다.

  • 2020-05-18 17:53

    숙제 취합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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