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후기 -'윤리는 자유의 사려깊은 형식'

기린
2020-04-24 00:31
291
  1. 토의

 

우리 조에서는 인디언님의 동양의 양생을 다룬 동의보감과 공통적으로 읽히는 내용과 그에 따른 질문을 논의한 후 나의 메모에서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토의를 했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편인데 투표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 라는 표현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자칫 자기 멋대로 한다는 의미로 읽힐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실제로 그런가 라는 질문이었다. 투표를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을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상황의 맥락을 하기 싫다는 말로 뭉떵 그려버렸다. 이번 주에 읽은 내용 중에서 4. 자유와 진리 부분을 다시 찾아보면서 정리해 보았다.

“우리는 자제력을 훈련함으로써, 그리고 쾌락의 실천에서 자제함으로써 도달하고자 하는 상태인 소프로쉬네는 자유와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127) 이번 주에 읽은 내용과 연관하여 절제, 자제, 금욕, 실천, 훈련 등의 방법(?)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 ‘자유’인 것 같다. 이것은 “각 개인이 자기 자신과 갖는 어떤 관계의 형태” 라고도 볼 수 있다.

푸코는 ‘하기 싫다는 것’이 제 멋대로가 아닌 자유를 확고히 하는 방식이려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권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것이 “가장 충만하고 능동적인 형태의 자유”란다. 플라톤이 직공에 대해 사람들이 그에게 내리는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는 상태이기에 “자기 절제의 원칙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예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권력이란 자기 절제를 활용하여 욕망과 쾌락의 과도함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리킨다. 이번 선거에 투표를 하지 않은 행위를 ‘자기 절제의 활용’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러자면 무엇을 절제한 것인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거가 필요하겠다. 그런 면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2.규범화와 양식화

 

이번 시간에 나는 규범화와 양식화의 차이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지배를 통해 도달하는 존재양식에 대한 실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업 때 문탁샘이 소개하기도 했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양생프로젝트’ 에 관한 글쓰기에서 이 개념을 궁구해 보았다. 동학들이 읽어보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알려주면 좋겠다.

 

 푸코는 『성의 역사 2』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성적 절제를 통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자기 지배를 형태화하는 훈련 방법을 밝히고 있다. 이 때 ‘자기 지배’는 자신의 행위를 규범화하거나 해석하는 쪽이 아니라 “태도의 양식화(樣式化)와 존재의 미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태도를 양식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규범화는 무엇이고 양식화는 또 무엇일까?

한 곡의 노래를 한 달 동안 부르다보면 반복에서 오는 익숙함이 몸에 스민다. 굳이 전념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부르고 끝나기도 한다. 매일 부르기로 한 약속도 지켰으니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 수월함과 홀가분함에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만족하는데 머무르게 되면 100일의 시간을 채우더라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저 매일 노래를 부르기로 한 약속을 충실하게 지켰다는 사실만 앙상하게 남는다. 이런 방식이 자신의 행위를 규범화하는 것이다.

최근 항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는 대부분 이미 발표된 노래였다. 송가인이 부른 ‘한 많은 대동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판소리를 가미한 창법에 오랜 무명을 거치면서 버틴 힘이 뿜어내는 그만의 ‘한’의 정서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타고난 재능이라도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훈련의 결과였다. 현재 ‘송가인이어라’ 라는 한 마디로도 관중을 열광시키면서 존재의 아름다움까지 한창 밝히고 있으니, 한 곡의 노래에서 비롯된 양식화일 것이다.

이렇게 규범화와 양식화를 살펴보니 우리의 노래 프로젝트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노래 한 곡 잘 부르고 싶다는 의욕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훈련을 시도하고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년 연말의 부끄러움을 또다시 맛볼지도 모른다. 그저 도전에 의의를 둔다며 미적댈수록 주어진 규범에 휘둘리는 결과로 남을 것이다. 나만의 스타일로 불러내는 노래 한 곡이 되었을 때 저 부끄러움의 구덩이에서 차올라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3. 윤리는 자유의 사려 깊은 형식

 

문탁샘이 강의 때 푸코가 한 말(?)이라고 소개한 “윤리란 자유의 사려 깊은 형식”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연이어 자발적인 복종(자기지배?)과 사려 깊은 불복종(저항?)이란 표현도. 복종은 자발적으로 불복종은 사려 깊게. 복종 하면 우선 억압부터 떠오르는데 자기 지배와 관련하여 복종을, 불복종은 일단 거부가 떠오르는데 그 때 사려 깊게 라고 하니 그 사이에 담긴 “다양한 변수에 따라 활용의 양태들을 규정하는 기술 수완”을 생각하게 된다. 멋진 말이다. 문탁에 처음 왔을 때 공간 사용 규칙이라고 하지 않고 공간 사용 윤리라고 하는 말이 낯설었다. 윤리의 정의를 들으니 표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사려 깊음’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러기 위해 터득해야 할 기술의 내용에 대해 오래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댓글 2
  • 2020-04-24 13:23

    '~하기 싫다'는 자제 또는 절제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번 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하기 싫어하 안한게 아니라
    '사려깊은 불복종'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저 또한 이번 선거를 생각하다 제가 내린 결론 즉 나의 윤리로 투표를 했습니다. ^^
    규범화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는 '반드시 ~해야 한다' 라는 금기와 명령이 작동하는 거 같구요,
    양식화는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거니까 금기나 명령의 언어는 없을 듯요.

  • 2020-04-24 14:58

    문제는 규범화나 양식화가 무엇에 근거해 작동하고 있느냐 같네요.
    양식화라는게 어떤것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게 아니라면, 내가 만드는 그 사려깊은 (불복종의) 원칙들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ᆢ
    내가 능동적으로 (쾌락같은 것을) 활용하고, 또 무언가의 한계를 지킬 때(자기 지배), 그리고 어떤 위계에 따를때(자발적 복종),
    그것이 자연성과 합리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알수 있을까..실천하면서 알게되는 어떤것?
    (책을 듬성읽어 그런가 ㅜ)진리와 도덕적 주체와의 관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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