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논어 6회] 공부가 어떻게 밥이 될 수 있을까?

관리쟈
2020-04-20 07:05
334
[딩동 논어]  딩동! ?~ 리플레이 논어가 편지처럼 왔습니다. 문탁의 고전답게 다양하게 변주된 <논어>, 친구들은 예전에 어떻게 읽었을까요? 몇 년전 부쳤던 편지를 받는 기분으로,  리플레이되는 논어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리플레이 6회는 <曰可曰否논어>에서 연재되었던 여울아의 글입니다. <曰可曰否논어>는 사서를 줄기차게 암송하던 '미친암송단' 친구들이 2018년 매주 한 편씩 33회에 걸쳐 연재한 코너입니다. 

글쓴이: 여울아 / 작성일: 2018-09-10


 

공부가 어떻게 밥이 될 수 있을까?

 

子曰 君子謀道 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不憂貧 (위령공편 31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도를 추구하지, 밥을 추구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도 굶주림에 대한 걱정은 그 안에 있지만, 공부를 하면 녹봉이 그 안에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왈가왈부(22회)에서 나는 공부의 성과는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태백 12장 “삼년을 공부하고도 녹봉에 뜻을 두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문장을 조급한 출세지향적 공부에 대한 경계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주 읽은 위령공편에서는 “공부를 하면 녹봉이 그 안에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삼년 공부를 하고 나서 녹봉에 뜻을 두지 말라.’는 문장과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것 아닌가? 과연 이 두 문장은 모순적인가? 그리고 공자는 『논어』 여기저기서 이랬다저랬다 말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지난 번 문장에서 풀이하지 않았던 “三年學”, 즉 ‘삼년 공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장에서 삼년은 공자학당의 학제일수도 있지만 딱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 정도 공부를 하고나면 어디 가서든 공자 밑에서 좀 배웠다고 인정받을만한 기간이거나 혹은 3년이든 5년이든 이만큼 배우면 다 배웠다고 당시 제자들이 스스로 획을 그은 불명확한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삼년 공부는 어떤 공부 과정을 완수한 기간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의 조급한 마음의 표현이다. 가령 대학 4년을 공부하고 나서 자신이 전공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나서면 얼마나 우스운 꼴인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삼년 공부는 충분하지 못한 공부의 정도를 표현하고 있다. 공자는 그런 미성숙한 공부를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녹봉, 즉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실수가 많을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공부와 녹봉의 관계에 대해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면 먹고 사는 길이 열린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당시로는 녹봉이 계손씨 정도의 권세가 집안이나 왕의 부름에 따른 정계진출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은 나랏일 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수만 가지 직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월급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실제로 공자의 제자 번지(樊遲)는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을 물었다가 “소인(小人)”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자로편 4장).

 

 

 

위령공편에서는 공자가 도를 추구하는 공부와 먹을 것을 추구하는 공부, 둘로 나누고 있다. 도를 추구하는 공부는 22회에서 언급한 안회의 공부, 즉 내면을 키우는 공부일 것이고, 후자는 농사일(耕)로 비유된다. 밭 갈고 모내기하다 보면 한 해 농사가 흉년이 들까 걱정하느라 오히려 먹고 사는 근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늘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던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공자는 농사일을 경시한 것이 아니라 홍수와 가뭄 같은 천재지변을 인간이 좌지우지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을 뿐이 아닐까? 이것은 술이편 20장 “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과도 상통한다. 따라서 공자의 입장에서 농사일은 외부적인 성과에 의존하는 입신양명의 공부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공부가 어떻게 밥이 될 수 있을까? 공자는 도를 추구하면 저절로 밥이 된다고 말한다. 이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공부가 밥이 되지 않으면 먹고 사는 근심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다. 나는 밥이 되는 공부는 몰라도 오래전 직장생활을 통해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쌀 한 톨도 내 입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절실하게 나는 공부가 밥이 되기 위해 애를 썼던가. 공자의 도를 추구하는 공부는 혼자만 잘 살기 위한 공부는 아니다. 지난 주 고전공방 회의에서는 올해 고전공방 프로그램 신청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기서는 시류에 편승할만한 프로그램을 궁리하기보다(물론 아이디어는 필요하지만) 공부의 밀도와 강도(세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공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나는 밥이 되는 공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친구들의 공부를 걱정하고 살피는 것이 도를 추구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 2
  • 2020-04-20 15:55

    이 질문은 고전 공부를 하는 내내 하게 되는 저의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공부의 밀도와 강도가 밥과 연결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밀도와 강도를 높힌다.... 아... 어렵다 쩝

  • 2020-04-21 07:44

    공부와 밥!!
    10년째 주제이죠.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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