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논어 4회] 말과 생각, 그리고 배움에 대하여

관리쟈
2020-04-16 08:40
308
[딩동 논어]  딩동!~ 리플레이 논어가 편지처럼 왔습니다. 문탁의 고전답게 다양하게 변주된 <논어>, 친구들은 예전에 어떻게 읽었을까요? 몇 년전 부쳤던 편지를 받는 기분으로,  리플레이되는 논어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리플레이 4회는 두 청년의 에세이로 <파지스쿨>에서 <논어>를 공부하고 썼습니다.  동은은 1회 졸업생, 우현은 2회 졸업생인데, 지금도 문탁 여기저기에 출몰하며 일상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 동은 / 작성일 : 2015-02-12

생각을 넘어서 배움이라는 실천으로

 

『논어(論語)』를 만난 지 5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비뚠 마음으로 읽히던 구절들도 어느새 내 안에서 공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약장수’라고 까지 폄하하던 공자를 어쩌다 인정하게 된 것은 ‘성인이라 칭송 받는 자들은 그들의 삶 속에 실천이 드러나는 이들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그들의 생각을 넘어서 두고두고 회자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 중에 한 명이 내가 만난 공자였다.

공자는 언제나 배움을 당부한다. 언제나 배우는 것이 행복하고, 좋고, 중요하다고 말하다 죽었다. 그렇다면 공자만큼 배움을 좋아한 사람이 없었을까? 있었을 지라도 공자만큼 드러낼 수 있던 사람이 없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공부를 좋아했던 공자는 『논어』에서 어떤 공부를 주장했을까? 내가 읽은 『논어』 원문에 공자가 생각(思)와 배움(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以思 無益不如學也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으나, 유익함이 없었다. 배움에 힘쓰느니만 못한 일이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이 원문에 <김영민의 공부론>에 나온 내용까지 더한 내용까지 덧붙혀 설명하자.

 

“‘思而不學則殆’라는 말. 이 위험이란 곧 자기생각을 ‘자연화’ 시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다. (……) 실은 생각이 적어서 공부가 모자란 것이 아니다. 실없이 생각이 많은 데다 결국 그 생각의 틀 자체가 완고한 테두리를 이루는 게 오히려 결정적인 문제다.”

 

인간은 1초에 1억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무한한 아이디어들이 매일 우리를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간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구절이 생길 정도로 생각은 우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모두 그런 생각이란 그저 ‘스치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생각 중이다.’ ‘구상 중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미 머리 속에 다 들어있다는 말이다. 생각 해둔 게 있으니 금방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난 이미 시작 했고, 반은 끝냈다는 안도감에 빠진다. 이것이 바로 <김영민의 공부론>에 나오는 “자연화”, 즉 생각만으로 끝났다고 “당연시”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자도 ‘내가 하루 종일 생각만 해 봤는데 아무 소용 없더라!’라고 외친 것 아닐까

그렇다면 배움은 무엇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실천’ 즉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아는데 몇 년이 걸린 것 같다. 분명 공자도 하루 만에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아니리라. (왜냐면 공자도 인간이니까!) 우리는 생각한 것을 이미 이룬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작게는 나를,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받는 것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수업받은 것을 스스로 행동해 보아야 비로소 ‘배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공자시대 때의 ‘배움’이란 유세를 뜻했을 것일 짐작된다. 생각을 당연시함으로 실천하지 않는, 행동하지 않는 간극을 깨부수기 위해 그 시절 보다 못한 공자가 처음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 움직임이 후에 혼란한 전국시대에 유세가들의 풍토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현대에 들어서서는 ‘배움’의 가장 보편적인 결과물로 ‘글’이 있다. 생각을 정리해 배움으로 표현했기에,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인간사가 변화해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커다란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한 구절 더 짚어본다면, ‘생각 없는 배움’이다. ‘배움’ 즉 행동 없는 생각이란 망한 것인데 ‘생각’ 없는 배움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배움과 생각이 순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아무래도 공자가 아직도 “시기를 잘 만난 약장수”라는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이런 고전은 명확한 개념이 아니라 수만 가지 해석의 요지가 가능하기에 그것이 매력이기도, 한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실 현대의 철학적 사유들도 <논어>만큼 숙성이 된다면 후에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아직 고전은 한계에 더 가깝다. 아직 공자에 꼬인 마음을 가진나는 ‘그럼 결국 자기처럼 살라는 건가’ 같은 짓궂은 마음도 들게 만들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주기에 <논어>가 손색이 없는 것을 보면 공자에 대한 존경심이 약간 움틀대는 것은 사실이다.

요즈음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고민도 결국엔 생각에 불과하다. 으레 그렇듯 생각들은 여전히 대부분 뭉게뭉게 구름처럼 떠다니다 휘발될 뿐이다. 결국 공부라는 것은 그 떠다니는 구름들을 응집시켜 빗방울로 떨어뜨리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었다. 생각이 어떤 형태로든 내 몸을 떠날 때, 떠나 순환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올 때 그것이 공자가 말하려 했던 생각과 배움의 순환일 것이다.


 

글쓴이 : 송우현 / 작성일 : 2015-12-02

말과 말재주

 

나는 남들보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크다. 랩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말하는 것이 즐거운 것도 있지만 이야기로서 불멸에 가까워지고자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과 닮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에 대한 문장들이 인상 깊었다.

 

혹자가 말하길 옹은 인하나 말재주가 없습니다.”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재주를 어디다 쓰겠는가. 구변으로 남의 말을 막아서 자주 남에게 미움만 받을 뿐이니,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으나 말재주를 어디다 쓰겠는가.”

 

공자의 제자 옹은 인하나 말재주가 없다고 전해지는데 말재주가 좋으면 남의 말을 막고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며 말재주가 없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말하는 사람을 보면 감탄과 함께 그 사람을 존경스러워 한다. 그런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말을 잘하는 것과 말재주가 좋은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재주는 남의 말을 막고 미움을 받게 한다는 내용을 보고 의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말재주’와 ‘말을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의 ‘말재주()’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은 ‘아첨하다’라는 뜻이 있다. 즉, 여기나온 말재주가 좋은 자는 아첨을 잘하는 자, 가식적인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을 막아서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을 많이 해서 남의 말을 막는다면 이해가 되지만 가식과 아첨을 뜻하는 ‘말재주’도 남의 말을 막을 수 있을까? 이에 게으르니 쌤은 화려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 앞에 있으면 말문이 막혀 하고 싶은 말을 못할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여 화려한 말솜씨로 자기가 잘 보여 뭔가 얻으려는 게 있을 수 있다며 말을 잘하는 것은 아첨의 일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말문이 막혀 하고 싶은 말을 못했을 때 그 사람을 미워해야 되는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 사람처럼 되려고 더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말 잘하는 사람을 미워하기만 한다면 미워하는 사람의 문제이지 말 잘하는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고, 실행은 민첩하고자 한다.”

 

공자는 행실이 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고,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범지는 어려운 것은 말하기가 아니라 행하기요, 말하는 것을 그 행실과 같이하고 행실을 그 말한 것과 같이 한다면 말을 입에서 낼 때 반드시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공자에게 말재주란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이 남에게 아첨을 하는, 가식을 부리는 것이다. 말재주를 부린다는 것은 배움을 실천할 때 써야할 힘을 말에 더 쏟는 것이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 라고 말한 것 같다. 말재주와 말을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말을 잘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아마도 말에 앞서 먼저 행동하고, 후에 자신이 행동한 바를 말해야 한다. 라는 게 공자가 생각하는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힙합에서도 그저 랩만 잘해서는 좋은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힙합의 기초는 마음가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 다른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마음이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요즘 신예 랩퍼들 중 그런 마음가짐을 통해 정체성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매우 적다. 나도 이 문장을 읽고 그저 랩만 잘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랩을 잘하기 위해서는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것이니 만큼 마음가짐을 굳건히 하고 좋은 음악을 해 나아가야겠다.


 

댓글 3
  • 2020-04-16 09:32

    청년 둘의 초심을 발견하다^^

    * "배움은 무엇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실천’ 즉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 이동은, 2015

    *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랩을 잘하기 위해서는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송우현, 2015

  • 2020-04-16 23:42

    동은은 올해 같이 논어를 공부하게 되어 기대되고,
    우현은 혹시 랩과 고전을 연결할까 은근히 기대해봅니다^^
    모든 공부가 알토란같은 결실이 되도록 계속 같이 공부해보아요~~

  • 2020-04-17 08:18

    벌써 5년 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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