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논어 1회] 가마솥과 인디안과 논어와 좋은삶!

관리쟈
2020-04-08 08:26
287

 

[딩동 논어] 딩동!~ 리플레이 논어가 편지처럼 왔습니다. 문탁의 고전답게 다양하게 변주된 <논어>, 친구들은 예전에 어떻게 읽었을까요? 몇 년전 부쳤던 편지를 받는 기분으로,  리플레이되는 논어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 1회는 2010년 문탁에서 처음 열었던 우쌤의 논어강좌에 대한 후기 중 댓글이 가장 많은 글입니다 

    작성자 : 가마솥 / 작성일 : 2010-01-21


 

수요일.

인디언님의 엄명을 받자와 간식을 챙긴다.

 

“어디 가 ? 아빠 저녁 안먹어 ?” 방학이 되어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 있는 딸래미가 묻는다.

“문탁에… 논어 들으러…. 너도 갈래 ?”

“난... 논어 들을 준비가 안됐어.” (짜으식. 비싸게 굴기는 ! …)

“내가 준비 다 해놨어. 교재도 프린트하고, 이렇게 간식도 준비하고…”

“그런 거 말고 !!!!” (ㅋㅋㅋ)

녀석은 대학 초년생으로 교양강의에는 심드렁하고, 4학년 철학과 전공과목인 ‘장자’/’노자’에 빠져 있다.

 

문탁에 가면서 생각했다.  ‘논어 들을 준비라…’

 

고등학교 때까지 한문을 배웠다. 쓸려면 어렵지만, 훈과 음은 기억난다. (200 개는 분명히 넘음. ㅎㅎ)

17대 종손인 장인 어른이 보시는 한문서를 읽어 볼 기회가 가끔 있다. 물론 당신 조상님의 글이다.

중요 단어의 ‘훈’으로 대략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똑 같은 글자가 종결사와 접속사 혹은 문장 앞에 나와서 이러 저리 설칠 때에는 도통……

해서, 한문의 문장을 이해하고 싶었다.

한자 자체는 중국 것을 차용했다고 해도, 지금 우리가 쓰는/알고 있는 한문은 우리 조상들의 글이니,
이 것을 이해하여야 온전히 조상님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는 중국 글이 아니라 우리 글이다.
(아들 놈이랑 함께 다닌 이우생협 토요서당 선생님의 통쾌한 해석이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어떤 단어의 출처(앞 뒤)를 모르면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경우도 보았다.

10년 전 쯤인가, 공동 육아로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낼 때, 신문에 ‘愼獨’이라는 단어를 “혼자 있는 것을 삼간다”로 해석하면서,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논지로 부부가 함께 사회생활하는 풍토를 비판한 글을 사설에서 보았다.

율곡 선생인 말했다는 것까지 들먹이고, 현모양처로 알고 있는 신사임당과 묘한 대비를 만들면서…

 

아닌 것 같았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 않을 때이므로, 열심히 찾아 보니 ‘愼獨’은 ‘혼자 있는 것을 삼가라’는 뜻이 아니고,

남 앞에서 삼가는 것은 당연하고 ‘혼자 있을 때에도 삼간다’는 뜻이었다.

원전과 함께 당신의 해석이 틀렸다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신문 편집자에게 편지를 날렸지만, 바뀌지는 않았다.

해서, 원전을 읽어 보아야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한문을 접했다.

기억력이 좋을 때이니, 소동파의 적벽부를 줄줄 외웠다. (지금은 첫 문장만…ㅋㅋㅋ. 三忘)

‘임술기 추 칠월 기망에 소자 여객하여 범주유어 적벽지하 할 새, 청풍은 서래하고 수파는 불흥이라...’
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 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

왜 ? 멋져 보이려고…

그래서 ? 아니, 뭐 그렇다고…따질 것 까지.  아니면 말고 !

직접 가 보지 않은 ‘적벽’이니 그 詩情은 알 수 없고, 나만의 상상으로 장부의 氣槪를 그렸던 것인데,  

최근에 영화 ‘적벽대전’을 보고 깨졌다.

 

장인 어른은 수 많은 주례를 보셨고, 지금도 보신다.  종손이라는 지위(?)에서 당연하지.

나도 함께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도 종종 있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주례사를 나도 듣는다.

당신의 주례사가 많이 바뀌었다. 

30여년 전의 孝를 강조하시는 주례사에서, 禮(법도)를 강조하면서 상식있는 사회를 말씀하신다. 물론 수려한 한문 귀절이 수없이 인용된다.

어르신들은 ‘역시 ~’하면서 감탄하시지만, 당사자인 신혼 부부들을 얼마나...ㅋㅋㅋ

 

그런데, 연전에 모시고 간 결혼식에서의 주례사는 확 달라 지셨다.(그 전부터 달라 지셨을 지도...)

어려운 한문장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면서도, 옛 성인들이 갈파한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신다. 

신혼부부나 함께 온 하객들이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대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 하는 주례사이다. 

정말이지 지루하지 않게 쏙쏙 들어 온다(나만 그런가 ?).

이제 여든 가까이 되셔서 通하셨는 지 모르겠다.,

 

수 천년 전이 지난 지금에도 ‘삶의 근원’은 어쩌면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치창한 현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우리가 잊고(속고) 있어서 그렇지.

해서, 공자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우선은 그의 말에서 그의 사상을 이해(學)해야 하겠지. 

좀더 풍부하게 이해하려면 당시의 상황(배경)에 대해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

예를 들면,

무력이 통치 수단이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어떻게 공자가 살아 남아 있었을까 ?

각 나라간의 (혹은 나라 내에서) 경쟁이 지금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사람은 제거하려고 난리를 치는 지금 세상보다는 덜 했나 ?

아님,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 그래서 지켜야 하는 - 그 무엇(상식)이 있었나 ?

 

나에게는 첫 시간이었는데, 시험 점수를 위해 맹목적으로 외우던 그 한자들이 의미있게 다가 서는 시간이었다.  

좀더 일찍 이렇게 공부했으면 좋았을 텐데….

 

문탁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준다.  “쓰고 외울 것 !”  ㅋㅋㅋ 

근데... 아그들아. 맞는 말씀이다.

나도 해 볼 생각이다. 

시험보고 머리를 '탁' 흔들면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三忘 ㅋㅋㅋ), 써 보면서 그 뜻을 좀더 새겨 보려고.

가능하면 입에서 항상 주절 주절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

그러면, 살면서 문득 외웠던 귀절이 생각나서, 판단하는 데,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不亦說乎 아 !!! 

(근데, 내 이름처럼 왜 기쁠 '열'(悅)자를 안쓰죠 ? ...고등학교 시험 때, 틀렸었음.)

 

 

돌아 가는 길에 생각해 본다. ‘學’, ‘思’, ‘習’, ‘行’.

녀석이 내게 지적한 ‘논어 읽을 준비’도 떠 올린다.

 

그냥 덜렁 올라간 내게, 많이 얻어 가는 기회를 준 ‘문탁’이 고마울 뿐이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피에쑤 :

항상 길게 써서 문제여 ~~~~ (인디언님에게 또 혼나겠군 !)

하지만 공자께서 人不知而不慍 이면 不亦君子乎아 라고 말씀하셨으니……흠흠.  끙 !

 


 

댓글 3
  • 2020-04-08 12:51

    ㅋㅋㅋ 신기하게도 예전에도 지금도 재미있게 읽히네요.
    이런 게 고전!!
    그런데 그 사이 장인어른은 돌아가셨고
    가마솥님의 머리카락도 히끗히끗해졌네요.
    사람만 변하는구나...

  • 2020-04-08 13:55

    아....가마솥님...우리 다시 공부해요.
    논어...좋잖아요?

  • 2020-04-08 14:48

    "수 천년 전이 지난 지금에도 ‘삶의 근원’은 어쩌면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 요 문장을 읽는데 최근 보았던 드라마 등장인물의 이름 '장근원'이 떠오르는 이런 망발이~~ ㅋㅋㅋ

    우리의 맥가이버 가마솥님~~~ 같이 논어 읽고 싶습니다~~~논어 좋잖아요~~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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