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숙제

동하
2010-05-17 17:40
2505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詩經』3백 篇의 뜻을 한 마디로 단정하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 말이다. <爲政편>

 

『詩經』은 공자께서 정리했다고 합니다.

모두 3백 11편인데 그걸 한 마디로 말하면 思無邪라는 거지요.

제법 품격 있는 오래된 찻집에서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간사함이 없다, 사악함이 없다. 마음의 평화가 그윽하지 않고서는 힘든 경지이지요.

최근 대통령의 촛불 발언이나 조선일보의 촛불 기사를 보면서 思無邪가 생각났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저리도 격이 없을까.

스스로 최고의 신문이라는 이 신문의 뻔뻔함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아무리 개념 없기로서니 왜 저럴까, 답이 안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5월 17일치 한겨레 이재성 기자의 ‘우파의 전략’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유추하게 됐습니다.

저지르고 낙인찍기라더군요.

렇더라도 대통령의 촛불 반성 얘기는 희대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천안함 문제는 그보다 더하지요. 思滿邪에 事滿私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생전에 思無邪에 事無私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子曰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

군자는 말은 어눌하고자 하고 실행은 민첩하고자 한다. <里仁편>

 

공자님은 말 잘하는 사람을 아주 싫어한 듯합니다.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말을 듣기 좋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사람은 인한 이가 적다. - 學而편)

…敏於事而愼於言…(일을 민첩히 하고 말을 삼가며, - 學而편)

…子曰 焉用佞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仁 焉用佞(말 재주를 어디에다 쓰겠는가. 구변으로 남의 말을 막아서 자주 남에게 미움만 받을 뿐이니, 그가 仁한지는 모르겠으나 말 재주를 어디에다 쓰겠는가. - 公冶長편)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 恥之…(교언영색하고 공손을 지나치게 함을 좌구명이 부끄러워했는데…, - 公冶長편 )

공야장편까지 뽑은 것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는 모릅니다.

欲訥於言을 강독하며 신영복 선생의 강의 중 ‘노자’에 나오는 大巧若拙 大辯若訥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 하고 가장 잘 하는 말은 마치 더듬는 듯하다’입니다.

신 선생은 拙을 말하면서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쓴 봉은사 현판 板殿을 예로 들지요.

그 서툴고 어수룩한 필체로 하여 최고의 경지로 치는 것입니다.

라이브 콘서트 장에서 노래 중간 중간에 가수가 엮어 나가는 이야기가 어떻게 청중을 사로잡는지를 예로 들면서 訥을 말했지요.

사실 요즘도 말 많고 말 잘하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酒中不語眞君子를 다시 새깁니다.

 

그리고 문탁 식구들에게 소동파의 시 한 편을 올립니다.

<봄밤>이란 시인데 첫 구절(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을 저는 무던히도 써먹었답니다.

탁상공논이며 마루계며, 하하.

이 구절과 ‘봄날은 간다’ 노래 때문에 술 바다가 되곤 했지요.

늦은 봄이긴 하지만 요즈음 밤도 못지않습니다.

 

春夜

春宵一刻値千金 봄 밤 일각은 천금과 같고

花有淸香月有陰 맑은 향기 꽃과 달 그림자

歌管樓臺聲寂寂 누각의 노래소리 잦아들고

鞦韆院落夜沈沈 그네 타던 정원 봄밤 깊어만 가네.

댓글 1
  • 2010-05-17 18:13

    친미 사대주의에 물든 자들이 미친 사대강 파헤치기를 고집합니다.

    사무사 대신 살모사가 떠오르게 하는 카카를 뫼시고 하루하루 지내기가 버겁습니다.

    중국에 가서는 천안함 사건을 천안문 사태라고 해서 미움을 샀다더군요.

    제 고향 천안이 두 동강 난 듯 해 마음이 아픈데 북풍에 이용되어 더욱 속상합니다.

    6월 첫째날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 다음날부터라도 좀 숨통에 트여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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