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 에세이 스케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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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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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후기라는 사실을 늦게 확인하였고, 에세이 스케치 후기가 일반적인 세미나보다 후기보다 어려운 점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주, 2시즌의 마지막 들뢰즈 시간은 5장 기호체제/ 7장 얼굴성에 대한 에세이 스케치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주를 빠져서 얼굴성 세미나를 놓쳤더니, 열심히 책을 읽었음에도 다른 분들이 써온 스케치 중 많은 부분에 물음표가 생기더군요. 대부분 얼굴성에 대한 이야기를 써 오셔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얼굴성에 대한 7장 뿐 아니라 이번 시즌 들뢰즈를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을 에세이 초안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어떤 벽,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거나 합의가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들을 마주하는 일이 점점 잦아집니다. 개인적인 경험 뿐 아니라 차로 이동하며 라디오로 뉴스를 들어도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여야, 남녀..  이런 문제들이 혹 들뢰즈가 비판코자 한 기호학, 언어학의 공준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근대 이래 세상을 더 나아지게 했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러한 세계관과 인식, 의미생성과 주체화가 이제는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올해 '무언지교'를 접한 이후 계속 같은 주제를 멤돌고 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드백 결과,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치 않고 '얼굴성' 개념이 적합하지 않아서 주제를 좀 줄이고 바꾸자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기에, "소통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아마도 언어학을 다룬 4장으로부터 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목표는 똑같은 질문을 던지기를 그만하는 것입니다. 답을 정하기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4장을 잘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분들의 에세이 스케치도 재미있는 주제가 많았습니다. 타라 선생님이 영화들을 가지고 써온 스케치는 많은 아이디어가 담겨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영화 혹은 주제에 집중해 쓰라는 결론이 되었지만, 예로 든 영화들이 모두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꼭 얼굴성의 직접적인 이야기-영화 <마스크>도 재미있다는 생각 들었습니다!-가 아니더라도 어떤 영화든지 얼굴성과 관련하여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타라 샘 외에 블랙커피님도 영화 <국제시장>과 드라마 <아내의 자격>을 가지고 오셨고, 뿔옹님도 <23아이덴티티>를 가져오셨습니다(제목이 멋졌습니다! <23아이덴티티를 넘어...> 이번엔 이과생 말고 '문과생처럼(?)'더 섬세하게 써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책을 보며 미.드 <왕좌의 게임>이나 한.드 <스카이캐슬>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스카이 캐슬>은 드라마가 유독 인물들의 손을 '클로즈업' 하는 씬이 많았습니다. <왕좌의 게임>엔 '얼굴없는 신'이라는 것이 나와서 한 인물을 얼굴 없는 자가 될 수 있도록 수련시키는데, 들뢰즈가 말하는 '식별불가능의 영역'을 상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장에 특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나와서 그런지, 영화 뿐 아니라 시에 대한 이야기도 좀 있었는데요. 라라 선생님이 스케치에 인용한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얼굴성과 관련할 때 너무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를 처음 본 저는 남몰래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시는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다른 주제를 찾기보다,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에서 주제가 되고 있는 국가주의, 민족주의적인 교육과 의례가 사라졌음에도 왜 여전히 우리는 국민,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에 얽매여 있는가? 라고 한발 더 나가보면 어떨까? 하는. 이것이 아마도 문탁샘이 푸코를 언급하며 말씀하신, "권력이 독재자에게 재력가에게 혹은 국가에게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상의 시를 가져오신 소영샘의 에세이에도 너무 어려운(석사 논문 수준의 글을 써야 할 것이라는^^;) 시 분석 보다는 전반적으로 딸 혹은 남편과의 관계, 가족관계에서의 얼굴성(권력)을 써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마음샘은 의외로 SNS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는데요, 뒤에 나온 BTS 이야기를 굳이 넣을 필요 없이 SNS에서의 얼굴성을 분석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공간은 본격적으로 인식불가능성, 얼굴없음을 열리도록 하지만, 현실은 그런 조건 속에서, 그와 동시에, 마치 그에 대한 반동이라도 하듯이 더 강력한 정체화를 낳고 인식 가능성의 장으로 점점 더 굳혀져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일베, 워마드... 더 이상 인식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는 워마드', '너는 일베'라는 낙인찍기와 각종 커뮤니티 유행어들이 그것을 확인해 줍니다.). 제 주제와도 어느정도 연결되어 있는 지점인 것 같아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명식이형은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가서 봤던 전쟁박물관 이야기를 썼습니다. 거기엔 특정한 방식으로 전시된(과거 많은 혁명적 에너지로 전환되었던), 또 대부분의 식민 혹은 전쟁을 겪은 국가들이 반복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전시하는 그런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본 날 저녁에도 형과 이 주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은데요. 저 또한 같은 이유에서 박물관을 보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명식이형의 글이 반가웠습니다. 어떤 글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고은의 글도 <다른 이십대의 탄생>에 끝끝내 들어갈 수 없었던 연애-사랑에 대한 글이어서 반가웠습니다. "'얼굴성 기계'로부터 도주한다"와 같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러프하게 사용한 것들을 잘 정리하면서 쓴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이번엔 과연 쓸 수 있을지?!). 

오영님의 글은 좋은 정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 예시가 약간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이야기하는 '스타일'과 오영샘이 제시한 옷-스타일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옷도 물론 스타일이겠으나 취사선택, 혹은 취향으로서의 스타일이 아닌 조건을 고려하며 특정한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그러한 스타일을 가지고 풀어내신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의 에세이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시면서 남은 장자도 즐거운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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