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 천의 고원 후기

타라
2019-04-05 15:23
356

<기관없는 몸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라라샘과 제가 발제를 했습니다.

저는 제가 꽂힌 부분만 발제를 한 반면, 라라샘은 전반적으로 개념을 다 훑어 요약 설명해 주셔서 한 눈에 의미파악하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생식질의 개념을 통해 기관 형성 이전의 잠재성의 상태를 기관없는 몸체라고 설명해 주신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 저는 강렬함에 꽂혀서 기관없는 몸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라라샘이 새로운 욕망의 긍정적 배치를 갖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욕망이라도 스스로를 파멸과 죽음의 탈주선으로 향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한 부분도 의미가 있었던 듯합니다. 저는 마조히스트의 몸체에서 CsO 찾기에서, “마조히스트들은 고통의 강렬함들, 고통의 파동들에 의해서 CsO를 찾아낸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반면, 라라샘은 파시스트의 암적인 CsO, 텅빈 공허한 CsO, 충만한 CsO로 나누어 여러 기관없는 몸체들에 대한 분석도 겸비하셨습니다. /가의 이론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라라샘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마약중독자나 마조히스트의 기관없는 몸체나 충만한 기관없는 몸체라 부르는, 가령 예를 들어 부처의 기관없는 몸체도 강렬도의 차원, 또는 잠재성의 차원에서는 같지 않냐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물론, 그 질적 차이, 이를 테면, 강렬도의 지속성, 강렬도의 정도 등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요.


저는 강렬함들이 지나가서 더 이상 자아도 타자도 없게 되는 기관없는 몸체가 되는 상태, 그것은 오히려 <자아>를 인식하지 않는 절대적인 <바깥>과도 같다. 내부나 외부 모두 그것들의 토대가 되는 내재성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라라샘의 발제문이 제가 발제한 자아에 대한 개념 자체를 넘어섬으로써 자타의 개념을 넘어선 자아를 되찾게 되고, 이것이 불이(不二)의 경지이다라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블랙커피샘이 제가 쓰는 쾌락이나 고통, 에고, 자아 등의 용어가 들/가의 맥락에서 개념이 혼재해 있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명식샘은 <님포매니악>을 예를 들어 여주인공 조가 (마조히스트가 되는 과정을 통해) 쾌락과 고통의 코드화를 재배치해낸 것은 아닐까라는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저는 발제문에서 조가 마조히스트로서의 몸체에서 CsO를 경험 또는 구성함에 있어, 고통을 그저 유기체라는 맥락 안에서의 고통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 지층화 되어 있는 상태로서의 고통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표, 기의를 벗어나서 강렬함이라는 배치 속에서 고통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님포매니악>의 예를 들었던 것인데 설명이 부족하였던 듯합니다.


, 블랙커피샘이 지적하신 에고, 자아를 죽임으로써, 더 큰 자아가 되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문장의 불편함은 들/가가 말하는 자기-파괴 과정을 통한 탈영토화를 이해함에 있어, 스스로가 자아라고 쌓아 놓았던 영토화된 자기 인식을 파헤치고 부숴냄으로써, 자아라는 한계, 제한을 넘어선, 즉 위에서 말한, 강렬함들이 지나가서 더 이상 자아도 타자도 없게 되는 기관없는 몸체가 된 상태, 자아를 인식하지 않는 절대적인 바깥, 내재성의 한 부분을 더 큰 자아라고 거칠게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공부를 하면서 아무리 한 개념에 꽂혀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벗어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거친 은유는 안 하니만 못 하다라는 후회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저만의 이해의 틀을 가져보려는 끈을 놓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 천의 고원 집중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

댓글 5
  • 2019-04-06 23:41

    ‘탈기관체(corps sans organes)’가 나랑 무슨 상관인가?

     

      세미나를 통해 다들 나름대로 CsO에 대해서 감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워낙 낯설고 기발한 개념들이 많이 쏟아지다 보니 개념들에 대한 개념을 잡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가의 수많은 개념들은 그들이 직접 새롭게 정립한 것은 거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기존의 개념들을 변형, 확장, 조합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야말로 개념들의 탈코드화, 재코드화가 이루어지는 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의 코드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탙코드화와 재코드화를 따라가려니 버겁습니다. 그래서 제 머리와 몸도 지리소(支離疏)처럼 탈코드화, 탈영토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정우쌤의 말에 의하면 불어의 ‘sans’는 영어의 ‘without’ 과 상응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sans’없다라는 말보다는 탈()에 가까운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관 없는 몸체' 보다는 탈기관체가 의미상으로는 더 적합한 번역이라고 주장하지요. 저도 탈기관체라는 말이 저자들의 의도에 더 부합되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없는이라고 했을 때는 텅빈, 공허한 신체가 떠오르기 때문이고,  ()이라고 했을 때는 있으면서 없는상태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CsO 도 물리적인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조직화된 유기체이면서도 혹은 유기체 안에 있으면서도 내재적으로는 그것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가 소위 말하는 강밀도=0 이고, 이는 힘의 강도 즉, 힘이 응축되어 잠재성이 100%인 상태를 말합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논리적인 극한이고 저자들은 사람들은 CsO에 도달하지 않으며, 거기에 도달할 수도 없고, 끝내 그것을 획득한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마치 불교의  해탈이나 도가의 성인의 경지를 연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CsO와 고원, 고른판, 추상기계를 연결시킵니다.

    자신을 정점을 향해 가게 하지도 않고 외적인 종결에 의해 중단되게 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연속적인 강밀함의 지역고원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고원은 한 조각의 내재성이다. 각각의 CsO는 고원들로 만들어져 있다. 각각의 CsO 자체는 고른판 위에서 다른 고원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고원이다. CsO는 이행의 성분이다. 고른판은 추상기계와 함께 모든 충만한 CsO의 건설과 관련된 것을 구분하고 선택한다.”

    효과들의 동일성, 종류들의 연속성, 모든 CsO들의 집합은 오직 고른판을 뒤덮고 심지어 그려낼 수 있는 추상기계를 통해서만, ... 다양한 배치물들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

     

      장자가 덕이 겉에 나타나지 않음(德不形)’을 평자수정지성(平者水停之盛 :수평이란 물이 아주 잔잔하게 멈춘 상태입니다. :평형이란 물이 아주 정지한 상태이고, 수정지성은 그 정지한 상태의 극점)이라는 말로 설명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막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위에서 들/가가 말한 고원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재적으로 강밀함=0의 상태이기에 표면이 외물에 의해 출렁이지 않으면서도 무한의 잠재성의 상태, 즉 고원의 상태가 그것이 아닐까하는... 그리고 이는 사물이 완성, 조화되는 힘이 몸에 갖추어져 있는 상태가 덕()이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충분히 가꾸고 닦은 경지, 즉 덕자성화지수(德子成和之修)와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들/가가 6장의 초반에 언급한 “CsO는 하나의 수련(修鍊)이며, 하나의 실험이다.”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탈기관체'에 관한 이 지난한 공부도 수련과 실험의 한 과정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만한 탈기관체를 구성하는 그날까지...^^

    화이팅!!!

  • 2019-04-07 08:36

    아, '탈' 기관체가 그런 뜻이군요 ㅎㅎㅎ

    라라샘께 많이 배워요~^^

  • 2019-04-07 16:14

    전, 타라샘 시도 매우 환영해요. 타라샘은 어디에 꽂혔는지 보여서 좋아요. 그만큼 어디가 비었는지도 보여요. 그것도 좋구요.ㅋ

    라라샘의 댓글도 훌륭하네요. 일부러 장자와 천의고원을 연결시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읽다보면 연결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잖아요^^

    • 2019-04-09 11:12

      <장자> 도 <천의 고원>도 넘 어려워...

      오또케든 이해해 보려고 애를 쓰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마구 줄긋기를 시도해 보았으나...

      그것이 넘 성급하고 억지스러운 人爲였음을 깨닫고...

      우선은 각각의 결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 2019-04-08 10:21

    라라쌤의 전반적인 정리는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았고, 타라쌤의 핀포인트 발제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잡하게 지층을 파괴하는 것' - '텅 빈 기관 없는 신체' 부분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단지 조잡하게 지층들을 파괴하는 것으로서는 CsO나 고른판에 도달할 수 없다 (...) 유기체라 불리는 기관들의 이런 조직화를 끈기 있게 그리고 순간적으로 해체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찾으려 하는 대신 그 몸체들은 자신의 기관들을 비워버리는 것이다. (...) CsO를 너무 격렬한 동작으로 해방하거나 신중하지 못하게 지층들을 건너뛰면 판을 그려내기는커녕 당신 자신을 죽이게 되고, 검은 구멍에 빠지고, 심지어 파국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지층화된 채, 즉 조직화되고 의미화되고 예속된 채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층들을 자살적, 착란적 붕괴로 몰아가는 것, 이리하여 지층들이 다시 우리를 한층 더 무겁게 짓누르게 하는 것이다." (308-309)

     왜냐하면 제가 지난주에 이것을 주제로 68에 대한 글을 하나 썼기 때문에.....들뢰즈가 68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 이런 사건들도 이 부분을 집필할 때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http://www.moontaknet.com/migrated?type=doc_link&doc=1065487&board=mt_lifestory_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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