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후기)지구는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는가?

뿔옹
2019-03-19 08:58
241

<천의 고원>의 3고원인 '도덕의 지질학'은 난해하기로 소문나 있는 챕터다.

<노마디즘>을 쓴 이진경은 '누가 읽어도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희망을 가지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길래 이렇게까지 말할까? ^^;;

제목부터가 신비로웠다. 3장 전체 제목을 써보면 이렇다.

"기원전 1만년 - 도덕의 지질학, 지구는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언급된 년도도 그렇고, 도덕과 지질학을 연결시키 것, '지구'를 주체로 만들어서 질문을 하는 부분까지.

제목만 이해하면 뭔가 풀릴 것 같은 기분, 아니 제목이라도 좀 이해했으면 하는 목마름이라 해야할까? -.-;

발제를 읽고 시작했지만, 3고원은 처음부터 강독의 방식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다른 고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에서는 새로운 개념들이 뭉터기로 흩뿌려지듯이 나온다.

충실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대한) 전체의 윤곽을 잡으려는 시도처럼 빠르게 스케치된다.

좀 혼란스럽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3고원이야말로 들뢰즈/가타리(들/가)의 심중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처럼 느껴진다.

'안다'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 한꺼번에 개념들을 폭포처럼 쏟아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들/가가 지금까지의 개념으로 말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을 말하고 싶어하는구나...

성층화, 지층, (이중)분절, 내용의 형식과 내용의 실체, 표현의 형식과 표현의 실체,

핵산과 단백질, 기관없는몸체, 고른판(일관성의 구도plane of consistency), 절대적 도주선,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탈코드화와 재고드화, 배치 그리고 추상기계까지.

휴....여기에 나온 개념들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무엇을 하고 싶어서 들뢰즈는 이렇게 많은 개념들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했을까?

가장 많이 논의되었던 것은 지층(성층화), 이중분절, 그리고 내용과 표현(실체와 형식)에 대분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표현은 내용에 종속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컵이라는 표현은 결국 저 바깥에 있는 대상(내용)에 환원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들/가는 여기에 새로운 이의를 제기하며, 내용과 표현이 각각 그 자체로 독립적이며 자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단순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내용과 표현'이 서로 연관되지만 환원적이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개인과 공동체, 책과 단어, 국가와 국민, 사유와 표상, 몸과 정신......

쉽게 말하게 되는 이런 이분법적인 방식에 균열의 가능성을 주는 것 같다.

들/가는 여기서 표상으로서의 사유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유란 표상이고 이것들과의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표상이 아닌 사유의 이미지가 가능하다고, 기존의 표상이 아닌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전의 시대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인 생물학적 요소들과 관찰결과들은 대거 도입해서 말하려는 것 같다.

양자역학이나 미시생물학의 결과들은 기존의 역학이나 질서로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냐고? 마~이 어렵다. 난해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재밌다. 흥미롭다. 많은 자극affect이 된다. 여기 나온 표현들, 비유들, 개념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진다.

(물론, 들/가는 설명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 비유로 말하고 있다.)

물론, 함께 읽으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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