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 46 지풍승地風升 : 상승上升 對 승승乘勝

영감
2019-07-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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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상승上升  對  승승乘勝 




사람들은 성장과 성취의 과정을 오르는 것으로 표현한다. 키가 크고, 재물이 쌓이고, 벼슬은 올라간다.
주역의 지풍승地風升 괘는 나무가 땅 가운데 생기고 자라서 높이 올라가는 매우 진취적이고 형통한 상이다. 오른다는 뜻을 가진 한자 중에 승乘과 승升이 있다. 1) 乘은 '승마乘馬처럼 동작의 주체가 어떤 대상을 밟고 오르는 능동적 행위이다.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오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반면 2) 승升 은 '상승上升()' 에서와 같이 피동被動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다. 오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대인이 발탁하여 끌어올려주는 진인사 대천명의 경우다. 승升자가 두 손으로 떠받드는 모양에서
유래했다는 풀이도 있다.

                

        

                

 

승升괘에서는 중력을 거스르며 오르는 데 필요한 동력을 대인大人을 만나서 구하라고 한다. '升은 크게 선善하고 형통亨通하니 대인大人을 만나보되 근심하지 말고 남쪽으로 가면 길吉하리라 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 吉
' 그리고 정이천은 만나야 할 대인을 당시 지배계층을 대표하는 관료와 학자 집단 별로 특화
시켜 제안하였다. '지위에 오르려면 왕공王公을 만나야 하고 도道에 오르려면 성현聖賢을 만나야 한다升於位則由王公
升於道則由聖賢
. 조직의 실력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학생이 실력과 덕망을 겸비한
스승 밑에서 수학하고, 사업을 도모하는 이가 유망한 투자자를 확보할 때 일단 순조로운 상승이 시작된다.

 

그런데 대인은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게 아니다. 지풍승 괘의 단전에서는
대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손恭巽하고 순順하고 강중剛中으로 응應하라巽而順 剛中而應 是以大亨'고 했다. 학문과 덕을 닦은 후 대인을 만나 역량을 발휘하되, 완급을 조절하여(너무 튀지 말고)
때와 윗사람을 거스르지 않고 도리에 따르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인을 만나더라도
차근차근 꾸준히 노력해야만 크고 높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어지는 대상전의 요점이다順德 積小以高大.


캡처.PNG                                     캡처1.PNG

현대 사회에서도 대인大人을 만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능력을 갖춘 후에 대인을 만나 올라간다는 지풍승 괘의 용견대인用見大人의 도리가, 요새 와서는 적극적으로
각종 연緣줄을 발굴하거나 매수해서 그걸 타고 올라가는 인맥관리의 술책으로 대체되고 있는 듯하다. 대인을
만나는 게 아니라 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우수하면서도 연줄을 댈 만한 배경이 없거나
살 만한 금력이 없는 인재는 좌절하며 실력 배양의 동기는 사라진다. 아이의 학교 성적표를 받았을 때
점수보다는 등수에 눈이 간다. 획일적 기준의 과도한 경쟁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무리한 오름을 부추긴다.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얽힌 인맥은 부정부패의 주요 수단이자 목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려 갖가지
부조리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인맥의 도움을 받아 '오르는' 주체는 그 인맥의 유효기한이 다하기 전에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투입된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속도를 내게
된다. 조금씩 순조롭게 크고 높아지는順德 積小以高大' 승升의
차원에서 이탈하여, 남을 밟고 죽죽 올라가고 싶은 승승장구乘勝長驅의 유혹에 빠져 무리하게 고도를 높이다
급기야 추락하고 만다.

 

이제 우리 사회는 승升의 바른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발견이나 사상은, 경쟁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실험적인 시도의 결과물이다.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을 격려하고 띄워주는 성숙한 사회에서 승升이 실현된다. 서두에 소개한 단전 '공손恭巽하고 순順하고 강중剛中으로 응應하라는 대인을 만나게 될 인재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덕을 말했다. 바르고
실력 있는 인재를 중용하고 지지해주는 풍토에서 사회 발전이 지속된다. 대인이 사심 없이 바르고 투명한
기준으로 자격 있는 인재 ( 미래의 대인 )를 물색해서 올려줄
때 승은 선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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