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可曰否 논어>30회-내 삶의 내공을 위하여

게으르니
2018-10-08 04:39
349

  <曰可曰否논어>는 '미친 암송단'이 필진으로 연재하는 글쓰기 입니다.


葉公 問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에 대해 물었다. 자로가 대답하지 못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 말하지 못했느냐? 그 사람은 분한 마음이 일어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즐거우면 근심도 잊고 


늙음이 장차 이르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이야.” (술이,18)


 

 난생 처음 논어원문을 읽기 시작했던 그 때, 내 마음을 잡아챈 첫 문장이 發憤忘食(발분망식)’이었다. 뜻을 파악함과 동시에 !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떠올렸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發憤은 분함이 일어나다로 직역할 수 있지만 분함이 일어나는 곳이 마음이라고 보면 發心(발심)으로 읽어도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발심, 무언가 해 보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면 밥 먹는 것도 잊는다고? 문장 하나하나가 정언명령으로 읽히던 시절, 식탐에 휘둘리기 일쑤인 나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문장으로 읽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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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인문학축제때 논어 '9인9색'을 함께 썼던 동학들, 그리고 문탁샘과 우샘>

   

 올해 논어20편 전문을 암송하고 <왈가왈부 논어>라는 코너명으로 글쓰기까지 하면서 다시 논어를 읽게 되었다. 더 많은 문장에서 더 깊은 울림으로 여전히 생생하게 읽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마무리하는 <왈가왈부 논어> 문장으로 이 문장을 다시 마주했다. 그 때 읽지 못한 그리하여 몰랐다가 이제는 알게된 것은 무엇일까?


 공자님은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둔 이후 평생을 배우기를 좋아하는(好學) 삶에 충실했다. 위에 문장에는 배움이라는 단어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세월 가는 줄 모르는 공자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까닭이다. , 배움의 현장에서 모르는 것에 봉착했을 때 그 마음에 분()함이 일어나서 앎에 이르기까지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몰두하는 모습이다. 일상에서 가장 일상적인 밥 먹는 일을 잊는다는 것은, 밥 먹는 시간이외에는 오로지 그 앎에 일상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님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그 사람의 선()과 불선(不善)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선한 것은 따라 배우고, 불선한 것은 고친다(술이, 21) 했다. 내가 갖추지 못한 선이 있다면 배우고, 나에게도 저런 불선이 있을까 돌이켜보아 고치려는 자세이다. 또 하나를 꼽자면 시경이다. 물론 공자님은 자기 당대에 전해오던 주()나라의 경전을 두루 공부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시경은 특히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원을 산택하다 만난 아들에게도 시를 배웠느냐 묻고, 여러 제자들에게도 시를 꼭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를 배우면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일의 추이를 살필 수 있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원망을 잘 드러낼 수 있게()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까이는 부모님을 잘 섬기고, 멀리로는 임금을 잘 섬길 수 있다고 했다.(양화,9)


 사람과 경전을 배움이 인간다움을 향한 연마이자 실제 일상에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 300편을 다 외웠더라도 정사에 능숙하지 못하고, 외교 업무를 유능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자로,5)아무 소용없다고 일축했다. 하여 공자님의 배움은 일상에서 제 맡은 일을 잘 해내는 능력으로 드러날 때 완전히 터득되는 것이다. 치열한 앎이 곧 능숙한 삶이 되는 순간의 희열()로 근심을 잊을 뿐만 아니라, 장차 닥칠 근심()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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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많이 흔들렸던 그 시절, 우연히 문탁에 접속하여 논어를 읽었다. 읽는 문장 족족 정언명령이 되어 내 자신이 한없이 왜소해졌던 때를 지나, 이제는 공자님이 살았던 시대를 살피고 공자님의 질문을 탐구하면서 차근차근 제대로읽을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다. 그 힘으로 흔들리는 삶에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배움은 내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일상을 텍스트가 담지하고 있는 이치로 꿰어 보겠다는 발분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알았다.  배움으로 보낸 세월만큼 근심 가운데에서도 즐길 수 있는 내공 또한 깊어지리라 믿게되었다. 하여 논어를 읽은 시간 내 삶의 내공(內功)을 키웠다. 그리고 내 삶의 내공 프로젝트는 여전히 고군분투중이다.

댓글 2
  • 2018-10-09 21:20

    설명에 발분이 발심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고 쓰시고 원문 해석에 '분함이 일어나면' 이라고 하시니까...

    왠지 공자가 억울한 걸 못 참는 사람처럼 보여요^^;; 

    이런게 앞으로 우리가 논어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되겠네요... 

  • 2018-10-22 06:06

    늙었나봐여.. 학이당이 친구들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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