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등인문학교 S1 <마을이란 낯선 곳> 여섯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8-03 17:28
254

 

  2020 중등인문학교 시즌1 <마을이란 낯선 곳>의 여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책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를 읽었는데요. 연주, 연경, 가람, 한영,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는 요즘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공동체 운동의 개념과 실제 사례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공동체의 개념을 짚어주는 부분들에서는 우리가 지난 책들(난쏘공, 아홉 살 인생,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좀 더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형태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공동체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을 같이 하는 집단’ 같은 식으로 아주 두루뭉술하게 잡혀있지만 이것은 다시 ‘생활을 비롯해 공통의 활동이나 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좀 더 좁혀볼 수 있다는 것, 또 도시가 탄생하고 개인주의가 대두하며 한 곳에 평생 살기보다는 계속해서 이주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적 공동체의 형태가 붕괴하고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가 자리 잡았다는 것 등이 앞서 우리가 이미 나누었던 이야기들이겠지요. 또 마을 공동체 같은 경우에는 그 주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구성하고 있는 관계망이 중요한 것이며 따라서 마을 공동체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도요.

 

  한편 수업에서, 연주는 258페이지의 다음 내용을 인상 깊은 부분으로 골라왔습니다.

 

  “무엇보다 깊이 되새길 것은 우리 문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서 해결하고 우리 일도 우리 힘으로 풀어 나가자는 게 공동체라는 점입니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내가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기 삶의 주체이자 주인으로 거듭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이는 곧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나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존엄을 공동체를 통해 자각하고 또 자기 삶에 새겨 넣게 된다는 뜻이지요.”

 

  이 구절을 나누고, 우리는, 우리가 각자 속해 있는 ‘공동체’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가족이 있을 것이고, 학교와 학급도 있고, 또 친구들 그룹이 있고, 학원, 교회, 마을 도서관 등도 있을 수 있겠지요. 이것들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공동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는 얼마나 공동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또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그 정도는 또 조금씩 다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 공동체에서 여러분이 지고 있는 ‘책임’에 대해서는 ‘애완동물 돌보기, 분리수거 하기, 심부름하기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주었고, 학급에서 여러분이 공동의 일에 참여하는 것으로는 ’반티(T) 정하기, 학급 규칙 정하기, 청소당번 정하기‘ 등등이 있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어린‘ 여러분들이기에 공동체의 온전한 일원으로 여겨지기보다 책임 면에서도 권리 면에서도 어느 정도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또 우리는, ‘만약 우리가 학년 전체가 떠날 수학여행을 기획하는 일을 맡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는 어디로 갈지, 또 어떤 교통편을 타고 어떤 밥을 먹으며 어떤 숙소에서 잘지, 수많은 ‘의제’들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제들을 결정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해야 할 거고, 그 가운데 의견의 충돌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다수결로, 때로는 가위바위보로, 또 다른 방법으로 그 의견 충돌들을 조율해야 할 거고, 그 뒤에도 역할을 배분해야 할 거고, 그렇게 힘들게 기획을 끝마쳐도 분명 어떤 친구들을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가람이는 의외로 쉬울 수도 있고 보람도 느낄 것 같다고 했지만, 또 연경이나 한영이는 너무 힘든 일이 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마을에서 공동체를 구성해내고자 하면, 아니, 마을 외에도 어떤 공동체의 온전한 일원이 되어 그 공동체를 운영하게 되면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들입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지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주 고된 일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들 가운데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면, 또 회사나 대학에 가서 동료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하게 된다면 피할 수 없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아 그때그때의 상황을 보고 맞설 수밖에 없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 활동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가족 공동체나 학급 공동체의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며 보다 능동적으로 활동을 구성해나가는 마을 공동체의 경험은 특히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경이가 인상 깊은 부분으로 꼽아온 ‘성미산 마을 공동체’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와 같이 마을 공동체의 경험(성공 뿐 아니라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포함하여)은 단순히 어떤 여가 활동 같은 것이 아니라 ‘난쏘공’의 시대에 도시가 탄생한 이래 우리가 조금씩 잃어가는 있는 능력 -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구성해나가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날 첨단의 도시에 살면서도 마을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일 테지요.

 

  자,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마을이란 낯선 곳>이라는 주제에 대한 네 권의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도시의 탄생을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도시가 점점 더 굳건해가는 과정에서 그 구성원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아홉 살 인생』과 『원미동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에서 다시 마을을 고민하는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까지요. 이제 이번 주에는 이 네 권의 책 중 각자 한 권씩을 골라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에세이 초안을 쓰게 됩니다. 다들 아래 링크되어 있는 에세이 쓰는 도움말을 확인해주시고, 이번 주에는 에세이 초안과 함께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에세이를 쓰는 팁과 각자의 에세이 주제

 http://moontaknet.com/?page_id=1028&mod=document&uid=31223&execute_uid=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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