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영화인문학 2주차 후기> 영화는 우리도 말하게 한다

청량리
2020-03-30 07:11
259

지난 3월 19일 <퇴근길 영화인문학> 2주차 후기

 

어김없이(!) 두 분이 함께 해주셨다. 출석률 100%에 감사하다.

 

오늘은 영화인문학의 본격적인 첫 시간으로 무성영화, 초기 유성영화 그리고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영화를 함께 봤다. 모두 5편인데,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감독인 프란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 B급 공포영화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1931), 맥거핀이 아닌 밀도 있는 편집구성이 돋보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보타주>(1936). 서부영화의 대부이자 오손 웰스의 영화적 스승 존 포드의 <역마차>(1939), 그리고 영화기법의 교과서적인 영화 <시민 케인>(1941) 등이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는 두 편인데, <프랑켄슈타인>과 <역마차>였다.

 

 프란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

 

<프랑켄슈타인>에서 논쟁이 됐던 것은 과연 그 영화를 공포의 장르에 포함시키는 게 맞는가였다. 영화는 프랑켄슈타인(박사의 이름인지 ‘그’의 이름인지는 불분명하지만)이 소녀와 노는 장면을 보여준다. 꽃을 배처럼 물에 띄우는 놀이를 하는 프랑켄슈타인과 소녀. 하지만 그는 꽃에 대해서도, 소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소녀가 웃는 걸 보고 따라 웃는다. 그의 손에서 꽃이 다 떨어지자 이윽고 그는 소녀와 했던 것처럼, 소녀를 물에 빠뜨린다. 죽음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모르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소녀가 물속으로 사라지자 당황해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하나는 소녀를 죽인 그를 괴물로 바라보고 격리시키는 것이다. 이때 그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어떤 소녀가 그 앞에서 죽임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영화 속 그의 행위가 우리에게 던지는 감정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놀이와 살인, 유머와 끔찍함, 순진함과 무책임함의 경계가 흐트러지면서 혼란스럽다. 채플린의 말처럼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다가오는 그 장면은 그래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메리 셸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프랑켄슈타인>(1931)

 

<역마차>에서 띠우샘이 바라보고자 했던 것은 협력의 관계였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이라는 사회를 역마차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압축해서 보여준 존 포드의 관점에,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협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 본다. 사회적, 계층별, 성별 등이 서로 다른 이들의 충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디언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에서 그들은 협력의 관계를 형성한다. 존 포드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존 웨인으로 등장하는 미국의 영웅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들의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역설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띠우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어떠한 목적을 위한 협력보다 협력 그 자체로 유지되는 공동체를 리처드 세넷의 <투게더>를 통해 말한다.

 

서부영화의 아이콘 모뉴먼트 벨리의 첫 등장 <역마차>(1939)

 

한국사회와 외국계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윤호님과 직접적인 경험담과 사회현상에 대한 의견을 맑게 전해준 재하군 덕분에 영화를 통한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영화가 갖는 텍스트로서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 2
  • 2020-03-31 10:53

    어려운 시기에.. 굳이 함께 영화를 보는 것... 굳이 이야기를 섞는 것...
    어떻게 우리 삶에 새겨질까요?
    이번주에도 모두모두 건강한 일상을 보내셔요~~

  • 2020-04-02 00:02

    인간이 공포인지...괴물이 공포인지...그리고 모두가 다 같이 협력 그 자체로서 뭉칠 수 있다는것..항상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들의 일상과 연결지어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니 좋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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