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차 후기 : 군주의 길, 신하의 길

토용
2021-04-24 01:45
215

1.

예치국가를 꿈꾼 순자에게는 도의를 갖춘 군주의 역할이 중요했다. 군주는 왕도를 실현할 주체로서 도덕군주여야 했다. 솔선수범하는 군주의 모습이 중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도의를 따르는 수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 대답해 말하기를 ‘자신의 몸을 닦는다 함은 들었으나 나라를 다스린다 함은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군주라 하는 것은 깃대다. 민이라 하는 것은 그림자다. 깃대가 바로 서면 그림자도 바르게 된다. 군주라 하는 것은 쟁반이다. 민이라 하는 것은 물이다. 쟁반이 둥글면 물도 둥글어진다. <군도君道>

 

『논어』 <안연>편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 군주가 수신해서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임으로써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유가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수신을 잘 해야 하는 것 외에 군주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우선 군주는 사회(群)를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내용은 유가에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분에 따른 등급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현인을 임용하여 백성들을 잘 다스리면 된다. 그리고 군주라면 치국을 먼저 생각할 것. 군주의 즐거움은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 찾을 수 있다.

 

순자는 <군도>편에서 공도公道, 공의公義라는 표현을 쓴다. 현실에서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순자가 강조하는 것은 ‘상현사능尙賢使能(현인을 숭상하고 유능한 사람을 부린다)’이다.

 

‘인군이란 자가 편안하기를 바란다면 정사를 공평하게 하고 백성을 사랑함만 같지 못하고, 영광되기를 바란다면 예의를 높이고 사인士人을 공경함만 같지 못하며, 공명 세우기를 바란다면 어진 자를 받들고 유능한 자를 부림만 같지 못하다. <왕제王制>

 

2.

『순자』에는 <군도>에 이어 <신도臣道>가 나온다. 신하가 가야할 길은 군주를 존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존군애민의 길이다. 순자는 신하가 해야 할 네 가지 역할을 말한다. 군주가 잘못된 길로 갈 때 간언을 하고(간諫), 군주에게 간언하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워 죽고(쟁爭), 나라의 큰 해악을 물리치고 군주의 존엄과 나라의 안녕을 이루고(보輔), 공적이 나라에 큰 이익이 되게 한다(필拂). 간쟁과 보필은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신도>를 읽으면서 특이했던 것은 ‘폭군을 섬기는 도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조화를 꾀하더라도 빗나가지 않고, 유순하더라도 굴하지 않으며, 관용하더라도 분별없이 혼란하지 않고 지극한 도를 가지고 분명하게 타일러서 조화되지 않음이 없으며 능히 감화시켜 마음을 바꾸게 하고 때맞추어 말을 납득시키는 것이 폭군 섬기는 도리다.”

 

공자는 ‘대신大臣이란 도로써 군주를 섬기다가 불가능하면 그만둔다’(선진23)고 했고, 맹자도 ‘군주가 잘못이 있으면 간하고, 반복해도 듣지 않으면 떠난다’(만장하9)고 했다. 그런데 순자는 어째서 폭군이지만 섬겨야 한다고 했을까? 폭군을 끝까지 섬겨야 할까?

순자는 포악한 군주가 도의를 잃으면 더 이상 군주로서의 존재의의가 없기 때문에 도의를 가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에게 귀의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탕왕, 무왕의 예가 그런 경우이다. 

순자는 현실적으로 군주를 바꾸는 것은 힘든 상황에서 타협을 한 것처럼 보인다. 현실의 군주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예로써 군주의 본성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자의 고민도 엿보인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고 예로써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순자이기에 가능한 논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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