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 세미나 2회차 후기 :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자 공부하기

고로께
2021-04-09 11:04
237

작년에 마지막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세미나를 끝내서 아쉬웠었는데, 올해는 소박한 인원으로 다시 만났다 (토용샘. 여울아샘. 봉옥샘. 그리고 나). 세미나 인원은 소박해도 공부할 책들을 살펴보니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첫 책이 순자다. 성악설을 말한 ~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주변을 보면 순자님의 말씀이 맞아~ 라고 조심히 긍정한다.

세미나는 순자 사상책, 순자 원문을 꼼꼼히 체크하고 토론한다. 그 강도가 세고 깊다. 메모나 발제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 올 때면 쬐금 후회한다. 내가 왜? 세미나를 한다고 했을까.... 그렇지만 같이 공부하는 동학샘들이 있기 때문에 후회는 금방 사그라 든다.

 

순자 「성악」편 첫 머리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적으로 된 것이다.(性惡, 人之性惡, 其善者僞也”.) 라는 말고 시작된다. 무엇을 인간의 본성이라하고, 왜 선한 것은 인위적으로 된 것이라고 하는 걸까? 우선 성을 뭐라 주장했는지 찾아보자.

순자가 언급한 성(性)은 나면서부터 본래 그러한 것을 성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감각기관의 자연적인 반응(귀. 눈. 입. 코가 소리. 색. 맛. 냄새를 구별하는 것, 몸이 더위. 추위. 아픔 등을 구별하는 것), 생리적 욕구(배고프면 먹고 싶고, 추우면 따뜻함을 찾는 등), 심리적 측면(이익을 좋아하고 그것을 얻으려 하며, 헤로움을 싫어하고 악한 것을 싫어하는 감정)등 선천적으로 본래 그러한 자연적인 반응을 ‘성’이라고 했다(自然之性). 이것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인간이 동물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뿐, 어디에도 도덕 가치의 의미를 찾아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자가 본 인간의 본성은 생물의 생리적 생명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순자가 말한 성론(性論)은 ‘욕구를 성으로 본 것이며, 욕구를 성으로 보았기 때문에 성은 악한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본성을 어겨야 선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본성은 스스로 아름다워질 수 없지만 인위적인 공부를 통해서 선을 이룰 수 있다. 인위는 반드시 성을 바탕으로 한다. 즉 성은 원료이고, 인위는 가공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위 역시 자발적으로 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점점 복잡해지네..

 

순자는 성을 말하면서 ’선(善)‘은 없고 ’악(惡)‘만 있어서, 자연 그대로의 바탕 자체가 ’선‘이 되기에 부족하여 ’심(心)을 내세웠다. 심이 중요하고 덧붙여서 예의(禮義)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순자가 내세운 심(心)은 무엇이고 예의는 또 무엇일까? 사람이 희로애락이나 감정에 대해 선택하고 합리성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 즉, 사려(慮)와 선택은 ‘마음’의 이지적 작용이다. 사물을 인지하고 시비를 분별하는 마음은 인지심(認知心)이며, 이는 지성(知性)의 주체이다. 오호~ 그렇구나. 인지심(認知心)이 나오네~ 마음이 가장 중요했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순자는 왜 마음으로 성을 다스린다고 했을까?

사람은 마음에 인지작용이 있어도 욕망에 쉽게 이끌려 방해를 받아 곧잘 잃어버린다. 이렇게 사리의 시비를 판단하고 의심스러운 것을 해결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예의이다. 마음이 예의로써 본성을 다스리면 본성은 필연적으로 마음이 긍정한 것을 따라 나타나 악한 본성을 변화시켜 선(善)을 이룰 수 있다. 마음은 어떤 상태여야 하는가? 마음은 허정(虛靜)하고 청명하여 필연적으로 예의를 인지할 수 있다. 청명한 마음이 이미 예의를 인지하였다는 것은 그 예의를 행위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순자는 인간이 욕망을 절제하는 방법으로 예의지도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이상 나의 공부나 필력으로는 추가 설명을 못하겠다. 다만 맹자는 인간은 모두 선한 심성(心性)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키우고 확충해가면 선한 덕행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모두 자신에게 있으니 외부에서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도덕적인 역량 또한 마음에서 나온다. 덕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도 내가 하지 않을 뿐이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렇게 선으로 가는 방법?을 나열했지만 악한 본성이 마음이 긍정하는 것을 따라서 선한 행위를 할 수 있나? 마음으로 예의를 배워서 알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평범한 사람들은 예의를 실천할 소명같은 것이 없을 수 있도 있을 않을까?.

공자와 맹자는 성인이 예의와 법도를 만든 근거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순자는 본성에 이미 예의가 없어서 외부에 성인을 기다려 그가 이끌어 주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댓글 2
  • 2021-04-09 14:03

    제가 내용을 이어받을 수 밖에 없네요 ㅎㅎ

    저의 지난 발제 "심론"에서 고로케님의 질문, 악한 본성이 어떻게 선을 따르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심(마음)=지(인식작용)

    맹자는 우리 마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측은지심, 시비지심 등 사단이 있어 본래 선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순자는 우리 마음이 본래 선한 것이 아니라 선함과 악함을 분별할 수 있는 지력(앎=심)이 있다고 합니다. 타고난 본성은 호오와 희노애락을 좇지만, 본성대로 살다가 남을 해치면 나쁘다는 것을 생각할 수는 있는 거죠. 그래서 순자는 교육 등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순자의 지력에 대한 논리를 따라갈 때 좀 헷갈리는 게, 인식작용=두뇌작용 이라는 오늘날의 과학상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마음(가슴)에서 생각하는 힘이 나온다고 봤던 게 일반적입니다. 저는 이번에 순자가 지력을 강조한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도 다른 유가들처럼 관습과 전통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지만, 현실에서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앞편 <천론>에서 하늘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사는 달라진다고 주장한 근거도 바로 마음=지력이라는 원리 때문입니다~ 

     

  • 2021-04-14 09:01

    그러면 인식작용=두뇌 라는 것은 문자가 발명되고 부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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