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4회차 후기

고은
2020-09-21 21:18
208

2주만에 대면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발제문을 종이로 들고 읽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병행하며 읽고 있었던 『중국고대사』와 『십팔사략』을 끝냈습니다.
『중국고대사』는 진나라까지, 『십팔사략은』 한나라 초반부분(?)까지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도 중국역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유명한 항우와 유방도 잘 몰랐습니다. 한나라 초반부분까지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항우와 유방의 캐릭터였습니다. 호랑이 기운을 가지고 있는 항우와 한량에 가까운 유방의 대립, 유명할만 하더군요…. 『십팔사략』 곳곳에는 항우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유방과 항우가 대립할 때 부하들끼리의 싸움에서 계속 지자 뛰쳐나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덩이처럼 화가 치밀어 오른 항우는 갑옷을 걸치고 창을 잡더니 곧바로 뛰쳐나갔다. … 이때 항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사수에게 천지가 진동할 만큼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사수는 그만 눈이 어른거리고 손이 떨려서 도저히 겨냥할 수가 없어 끝내는 요새로 들어가 두 번 다시 밖에 나오지 못하였다.”

 

 

저는 이번에 초나라 역사를 처음 접해봤는데요, 그 스케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GSRC 기후위기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고있는데 여기에 한나라 번영과 기후가 관련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국고대사』 앞부분에서 기후와 중국 고대문명이 연관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나라의 번영 역시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홀로세에서도 지역적으로 건조해진 지역에서 문명이 약화되거나 소멸하기도 했지만, 기후가 더 안정적으로 바뀐 지역은 문명에 이롭게 작용했다. 기원전 400년경부터 서기 200년경까지 기후가 비교적 온화하고 안정적이었던 시기를 기후 최적기라고 한다. 이때 가장 크고 강력한 두 왕국이 번성했다. 유럽의 로마와 아시아의 한나라다. 그 전까지는 그렇게 대규모로 밭을 갈고, 그렇게 많은 양의 곡식을 지배하고, 그렇게 많은 가축을 길러본 적이 없었다. 이후 안정적이었던 기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국의 힘도 함께 약화되었다.”

 

 

『중국고대사』는 저와 동은이의 요구로 처음 계획했던 부분보다 조금 더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발견된 문헌을 통해 춘추전국 시대의 철학적 상황을 재조명해보는 장을, 동은이는 진나라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읽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전국과 한시대의 무덤에서 문헌이 출토되면서 유가와 도가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전국시대 후기에 철학적인 문헌의 체계(?)가 자리잡혔다는 설이 우세했었는데요, 1993년 작은 무덤에서 발굴된 문헌을 통해 시기가 그보다 더 이르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 발굴된 문헌이 자사의 것으로 보이고 있어 공자와 맹자 사이를 잇는 학맥을 추측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도가와 유가의 대립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과거에 명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였습니다. 작년에 『장자』를 읽으면서 사상의 뿌리는 유가와 거의 흡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장자』의 외잡편에 공자무리를 싸잡아 욕하는 일화가 많아서 저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었는데, 고고학적 자료로 입증되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반가웠습니다.

 

 

두 권의 책 모두 재미있었습니다만, 『중국고대사』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최근 연구가 많이 반영된 책이라 그런지 신선하기도 했고 고고학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더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중국에 실제로 가고 싶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시대적 상황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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