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 논쟁자들>(1) 세미나후기

고은
2020-08-03 16:04
241

 

 

그레이엄이 유가와 묵가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릅니다. <논어>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레이엄은 <도의 논쟁자들>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철학적 전통이라고 하기에 좀 미흡한 데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계속하기로 하자."(32) 서론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그레이엄은 서양에서 논리학은 항상 중심적 위상을 차지해왔던 반면, 동양에서는 논리학과 관련된 문헌들이 일실되고 원형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연구의 터전이 상실되었다고 봅니다. 이때 상실된 연구의 터전이라 하면 사실상 7세기에 소실된 <묵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논리와 이성에 대한 관심이 산발적으로 되살아났지만, 서양의 합리주의를 만나고 나서야 중국은 정작 이것들의 중요성을 소화하게 된다."(23)

 

책은 유가로 시작했지만 그 다음 묵가 파트에 와서야 비로소 책이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그때문일 것입니다. 그레이엄은 묵가 파트를 이렇게 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합리적 논쟁은 공자의 첫번째 적수인 묵적과 더불어 시작하며, 그리고 경쟁 학파들과 충돌하면서 점점 더 세련된다."(70) 사실 좀 재미있었던 점은 어느정도까지는 서양의 합리주의의 측면에서 묵가를 해석해나가기가 어렵지 않아보입니다만, 중요한 한 지점에서 막히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슈워츠도 그렇고 그레이엄도 그렇고 서양의 합리주의 사고로 보았을 때 <묵가> 사상의 기반이 어디로부터 오는지가 불분명해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과 악이 이 세상에서 분명히 보상받는다는 점을 왜 묵가는 단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96) 이때 묻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하면은 사실상 슈워츠를 말합니다. <묵가>의 결연한 행동방식은 현세에 선과 악이 보상받는다는 지점으로부터 비롯됩니다. 그러나 이 지점은 서양의 합리주의적 사고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지요. 이에 대한 그레이엄은 대답은 "아마도 ~이지 않을까" 정도로 의견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질서의 정의가 포인트이지, 각각의 개체를 위한 절대적 정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즉 선악의 구도는 개개인의 사적인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서양의 '정의'의 측면에 더 어울리게 됩니다. 아마도 서양의 선악개념과 맞물리게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외에 몇가지 재미있는 묵가의 특징을 두가지 더 집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묵가에게 개인은 비존재적이다.

"공자와 비교할 때 신기할 정도로 개인 감정이 억제된 묵자와 그 제자들"(70), "공자는 철저히 실재의 자신으로서 남을 가르치지만, 반대로 묵자는 대부분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존재적이다."(75) 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묵가에게는 개개인의 특성이 비교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논어> 같은 경우는 그 등장인물들의 특성이 뚜렷히 보여서 제자들에 대한 입체적인 성격까지도 상상해볼 수 있었는데요, <묵자>같은 경우는 묵자 그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장자>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논리성을 추구하는 면에서 서양의 합리주의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2. 이상적인 사회는 과거 어느시점엔가 존재했으며, 상동의 모습을 띈다.

묵가가 지혜의 권위를 찾는 지점은 공자와 사뭇다릅니다. 공자는 요순우와 같은 구체적인 인물로부터 찾는다면 묵가는 막연한 과거의 어떤 고대 성왕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지요. 여기서 원시주의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윗사람을 잘 따르는 사회입니다. 마을사람들은 이장의 말을, 이장은 황장의 말을, 황장은 국군의 말을, 국군은 천자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이지요. 천자의 도덕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때 천자는 천자 어떤 개인이라기보단 하늘의 명을 받잡는 대리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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