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해석학>5~7강 후기 ‘자기 전향’이란 무엇인가?

작은물방울
2020-07-02 14:34
392

주체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니!!!

다른 방법도 있다. 자기와 자신이 맺는 기술을 통해 주체화되는 방식!!

그리하여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를 살펴보면 ‘자기배려’라는 테마가 발견됨. 무려 1000년 동안이나 이 주제는 강약을 거치면서 이어오다 결국은 기독교에 의해 변형된다.

<주체 해석학>의 강의를 하고 있던 1982년. 푸코는 분명 통치성이라는 권력의 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와 자기의 관계로 주체화되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말한다. 특히 역전 가능한 관계의 총체로서 권력을 분석하려면 고대 1000년간의 주체화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스에서는 자기배려보다는 자기인식에 방점을 찍으며

타인을 지배하기 위한 자기배려를 이야기한다. 저 놈이 저렇게 하는게 싫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내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그 놈도 바뀐다. 많이 들었지만 실천하기 무지 어려운 이야기이다. 놈이 그러는 것은 쉽게 보이지만 내가 그러는 것은 안보이고 안보고싶으니까.

‘너 자신을 알라’에 도달하는 자기 인식. 그렇다면 나의 무지를 깨닫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기(想起)를 통해서이다. 자신의 영혼은 본질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찌 살다보니 자신이 까먹게 된 그 본질을 기억해내면 ‘무지’를 깨닫게 된다. 현자의 질문에 우리가 ‘아하!!!!’하고 느낌이 퐉!!!! 하고 온다면 나의 본디 영혼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난 여기서 정토회의 즉문즉설이 떠올랐다. 종교라는 색채를 제거한다면 스승(교육)을 통해 지혜에 도달하는 방식.

 

진정한 자기배려의 황금기는 기원후 1~2세기이다. 우리가 <성의 역사3>에서 읽은 자기 연마, 자기 수양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이 시기는 그리스 시대와 달리 전 생애를 걸쳐 모든 사람이 자기 배려를 해야한다. 보편적이지만 소수만 자기배려이에 다가갈 수 있었다. 문탁쌤은 이것에 대해 더 광범위적으로 확산되었지만 새로운 분할선이 그어진 것이라 말씀하셨다. 여튼 이렇게 소수만 도달하는 실존의 형식을 ‘구원’이라 불렀다. 구원은 종교의 언어 이전 이미 철학의 용어였다. 플라톤의 구원은 ‘지혜’의 도달이었고, 기독교의 구원은 ‘영생’의 도달이었다. 헬레니즘의 시대에 구원은 ‘영성’을 얻는 것이었으며 이는 ‘전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번 주의 토픽은 ‘전향’이었다.

전향이란 자기수양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테크놀로지인데, 이는 자기와 자기가 맺는 행동의 형태(예> 자신이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태도의 형태(예> 자신을 영예롭게 하기)/ 상태의 형태(예> 자신에게 즐거움과 쾌락을 경험하는)이다.

전향은 크게 자기 인식(자기자신에게 시선돌리기)과 아스케시스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자기 인식은 ‘너 자신을 알라’와는 구별된다. 자기 인식의 방법으로는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해방과 세계의 사물로부터 해방이 있다. 푸코는 두 번째의 해방에 더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번 시간엔 첫 번째 해방까지만! 진도를 나간다.

타자로부터의 시선 해방의 훈련 방법에는 ‘개’가 등장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줄에 묶인 개처럼 한 가지 목표와 목적만을 생각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는 날아오는 공을 잡기 위해 방향과 속도 그리고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하여 하나의 목표 공에 집중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 자신과 자신과의 목표의 거리를 줄이는 훈련!!!

개!!! 너 쫌 존경스럽다!!

 

후기를 쓰다 밥을 먹다 다시 책을 읽다가 수박을 먹다가 다시 후기 2줄을 쓰고 커피를 타고 그러다 하루를 넘기고 이틀을 넘기고 결국 삼일째 후기를 붙들고 있는 나에겐 ‘개’가 되기도 쉬운 게 아니다.

댓글 4
  • 2020-07-02 14:58

    아렌트의 <혁명론>에서 '혁명' revolution'의 어원을 밝혀준다. 별들의 운행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레볼루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궁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한 신하가 루이 16세에게 보고할 때 '레볼루션'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하면서.
    아렌트를 읽을 때는 혁명이란 별의 운행이 바뀌는 정도의, 기이한 일이어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읽으면서는 '전향'(conversion )이란 이 기이한 일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혁명문학이란 말과 함께 전향문학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의 문제로 돌아와서 '혁명'도 '전향'도 쉽지 않다. 이 둘이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아리까리를 발견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 2020-07-02 15:00

    토론할 때 목줄 단 개에 열폭하더만 ㅋㅋ
    물방울이 줄곧 집중하고 있는 아스케시스의 한 방법인 것 같데요. 이번 주도 열폭 시스터즈 중 한 사람으로 함께 토론해봅시다~

  • 2020-07-03 08:10

    삼일동안 이 후기를 붙들고 이런 식으로 정리해봤다는 것이 참 대단한 거예요.
    3일동안은 줄에 묶여 있었던 거잖아요.
    양생프로젝트 한 학기가 이번 후기로 수렴될 거예요. 그리고 다시 여기서부터^^

  • 2020-07-03 19:09

    물방울샘의 '흔적들'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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