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역사 갈무리데이(오전반) - 후기

매실
2020-06-06 23:22
341

오늘 갈무리데이 오전반 후기입니다. 

 

메모를 읽으면서 나눈 질문과 문탁샘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토론 중에 메모를 하긴 했는데 제대로 이해했는지, 글을 쓰면서 좀 헷갈리긴 하네요. 함께 하신 학인분들의 의견 더 부탁드려요. 

 

 

1.복종과 주체의 관계 - 푸른사자코 

 

기독교의 지도에서 자기 포기는 하느님의 권능에 복종하기 위함이지만 이런 부분을 배제한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 자기 포기가 될 수 있을까.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교만함을 ‘능동적’으로 포기하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commnet : 타자와의 의사소통은 어려운 문제인데 여기에서 푸코의 자기포기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더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 푸코는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말하는 하버마스에 대립하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언어’는 없다고 했고, 우리가 소통이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담론이며 언어게임이라고 했다. 타자와의 관계를 위한 복종의 문제는 더 고민해보기. 

 

 

2.한국힙합의 대항품행은 무엇인가. - 우현 

 

힙합은 빈민가 흑인들이 차별과 억압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만들어낸 삶의 스타일이자 대항품행이었다. 태그를 떼지 않고 곧게 일자로 뻗어있는 모자는 다시 되팔기 위함이었지만 이들은 돈이 없다고 하기보다 ‘멋있잖아!’라고 말했다. 힙합이 성공하며 코드화 되었고 맥락이 떨어져나갔다. 한국에서도 이런 코드화된 힙합을 받아들였지만 삶으로서의 힙합은 부족해보이고 기술적인 면이 높아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나는 삶으로서 힙합과 어떻게 관계맺고 대항품행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Comment: 힙합에서 기술적인면 (라임 등)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한국의 힙합이 어떤 면에서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하는지, 또 무엇이 발전했는지가 글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거 같다. 힙합의 플레이어가 된다면 대항품행을 말할 때 테크닉을 빼고서는 어려울 거 같다. 이 부분을 더 고민해보기.  

 

 

3. 삶의 스타일을 디자인 한다는 것은 - 새은 

 

어릴 때는 교회에서, 그리고 문탁에서는 청년으로서 목자의 신도가 되어왔다. 욕망을 표출하고 책임지기에 쫄려왔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있고, 또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목자의 보호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하고 싶어졌다. 또 문탁에서 디자인 일을 하면서 의뢰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을’처럼 하는 것만 아니라 내가 좀 더 주도성을 가진 디자인을 기획 해서 하고 싶어졌다. 앞으로 쫄지 않고 건강하고 유익하게 살고 싶다. 

 

Comment :의뢰인과 갑과 을의 관계가 되는 건 디자인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작업할 때 협상력을 키우고 주도적으로 기획해서 제시하려면 그만큼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 그동안 글을 쓰면서 꼭 기승전다짐으로 귀결되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패턴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게 필요해보인다. 습관성 다짐은 이제 그만.  

 

 

4. 주체가 되어가는 법 & 욕망의 존재 - 매실 

 

주체적으로 살라, 주체성을 가져라는 말과 푸코가 말하는 ‘주체화’는 다르다. 후자는 주체를 선험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특정상황과 배경, 양식에 의해 구성되는 결과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기혼여성들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평등한 관계를 위해 남편을 설득하고 노력하도록 주체화 되고 있는 건’아닌지.  또 진로 고민에 있어서도 ‘자아와 욕망의 탐색’ 과정 없이는 뭘 할 수 없는 주체가 되는건 아닌지 묻게 된다. 그러나 주체가 ‘주체화’의 결과라면 결국 우린 새로운 ‘주체화의 양식’을 또 찾아야 하는 걸까. 

 

Comment: 그리스, 로마, 기독교 시대의 주체화 양식들이 ‘목표’가 있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계’를 두었냐고 말을 해야 정확하다. 각 시대마다 문제를 삼는 질문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능동적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초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신에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지금 시대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가 문제계인 것처럼.  그리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4B 운동처럼 새로운 ‘대항품행’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이것이 또 다른 ‘주체화’가 되는 과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푸코는 subject(주체)와 self(자기)를 구분하고 있다. Self는 내가 나와 맺는 관계이고 주체로 있기 보다 ‘자기’를 만들어가라고 말하는데 가깝지만 개념을 정밀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5. 아르스에로티카에서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로의 이행  - 뿔옹 

 

중곡과 인도에서 전수되어왔던 성애의 기술- 아르스에로티카와 17세기 이후 임상의학의 등장함께 나타난 성과학인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를 비교했다. 이 둘은 전적으로 대립하기보다는 기독교적인 고해, 신과의 영적 합일 등에서 성애의 기술과 유사한 쾌락적인 면이 발견될 수 있다.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도 아르스 에로티카가 담당했던 자기 통제의 기술, 윤리적 주체를 구성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Commnet: 자기 배려는 실천, 자기 인식은 담론/지식으로 보는 게 지나친 구분 같다. / 아르스 에로티카는 2권에서 잠깐 등장하고 그 후엔 나오지 않았다. 푸코가 중점적으로 연구한 섹슈얼리티의 테크놀로지와는 좀 다르다. 

 

 

6.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라라 

 

푸코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말해지며 왜 말하여 지는가’ 라는 주체 형식과 진리놀이의 관계 안에서 우린 그렇다면 어디에서 저항을 조직화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개인인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 주체화되었는지 지금의 세상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고 자신과 세상이 서로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사유하고 내 생활을 방식을 만들어가야한다. 자기에의 배려가 나를 평화롭게 한다. 

 

 

7. 아시스케시스에 대하여 - 작은물방울 

 

철학은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는 시험이고 사고에서의 고행이자 자기의 훈련이다. 이걸 고대 그리스 쾌락의 활용편에서는 ‘아스케시스’라는 말로 나온다. 삶에서 훈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아스케시스를 통해 우리는 변화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찾으며 쾌락과 욕망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Comment: 문제제기를 좀 더 명확하게 하면 좋겠다. 철학적 활동이 왜 아스케시스(훈련)이어야 하는가, 지금 인문학 공부에서는 이 훈련이 빠져있는 건 아닐까, 앎이 삶으로 이어지는 자기 변형이 가능하기 위해 아스케시스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제를 설정하기. 

 

 

8. 철학과 의학의 분리로부터 앎삶의 불일치와 몸의 소외 -둥글레 

 

“철학의 목적이 아파테이아 또는 감정의 조절로서 자유라고 한다면, 의학의 목적인 건강은 이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관계가 고대와 기독교 시대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지점이고 현대에 이르러 철학과 의학이 분리되는 지점이다. “ 철학과 의학의 분리는 플라톤의 이원론을 심화시킨 3-5세기 기독교 교부들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때부터 시작된 이런 분리를 우린 어떻게 다시 통합하고 또 몸의 소외가 아닌 앎과 삶의 일치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Comment: 갑자기 이원론과 영혼의 문제로 가기보다  철학과 의학이 다르지 않던, 분리 이전의 모습을 좀 더 심화해서 탐구해보면 좋겠다. 

 

 

9. ‘아줌마’라는 성의 주체로 바라본 욕망의 계보학  - 정의와 미소 

 

아줌마라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이라고 분류되는 양태는 무엇일까. 중년들에게 욕망의 주체로서 새로운 성적 환타지, 젊음을 강요하며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부부는 공동 이해 관계이자 목적과 관련되어 있었고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자기와의 관계를 통해 존재의 미학을 만들고자 했다. 기독교에서는 동정과 복종을 통해 욕망의 주체라는 문제계를 부각시켰다.  아줌마라는 주체화에서 내가 원하는 게 무얼까라는 질문을 벗어나 새로운 품행을 발견해하고 싶다. 성의 역사를 읽으며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이나 아줌마라는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Comment: 아줌마는 전통적 여성성의 규범에서 벗어나 탈성애화된 젠더를 일컫는다. 아줌마가 되지 않으려면 ‘미시족 (예쁜 아줌마)’기 되어야 한다. 이건 규범적 주체화였다. 이게 아닌 다른 품행은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자. 

 

 

 

성의역사 1-4권을 이렇게 갈무리하고, 각자의 고민 지점을 나누고 나니 푸코가 어렵지만, 아주 멀게만은 느껴지지 않게 되네요. 5개월간 꼼꼼한 강독으로 이끌어주신 문탁샘 감사드립니다. 🙂 

 

 

 

댓글 8
  • 2020-06-07 08:37

    o

    KakaoTalk_20200607_083605946.jpg

  • 2020-06-07 10:04

    오전반은 이랬군요^^
    신속하고도 상세한 후기때문에 현장감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푸코사상의 이해도 이해지만,
    '꼭 그런 방식으로 , 그렇게 길게, 그런 복잡한 경로로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욕ᆢ 아니 뒷담화(?)를 함께 하지 못해 무엇보다 아싑네요 ㅎㅎ
    오후반 스토리도 기대해 주세요 ^

  • 2020-06-07 10:53

    와우~~ 상세 후기네요. 갈무리하고 나니 주체해석학에 들어갈 준비도 된듯요. 다들 책 읽느라 수고하셨어요!!

  • 2020-06-07 13:11

    어제 문탁샘이 반복해서 이야기 해준 subject라는 말 자체가 참 재미난것 같습니다.
    주체(subject)라는 말에 곧바로 예속/복종(subject)이 겹쳐있다는 뜻이되니까요.
    하나의 주체란 언제나 하나의 틀과 집을 짓고 그것에 예속/복종하는(규정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라는 뜻으로 읽히고,
    이런 주체가 아닌 새로운 주체란 곧바로 예속/복종과 겹쳐지지 않는 주체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예속/복종하지 않는 주체가 가능할까라는 생각)
    문탁샘 이야기로는 그래서 푸코는 이 새로운 주체에게 subject를 쓰지 않고 Self를 썼다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새로운 주체란 하나의 틀을 짓지만 언제라도 그 틀을 부수고 새로워질 수 있는 유연한 신체인 것 같습니다.
    존재론적으로 이전에 '본질을 가진 주체'와는 전혀 다른 주체에 대한 상상이 가능할 것 같네요. (들뢰즈의 기계, 리좀, 우글거리는 자아...와 매치시켜봐도 좋을듯.)

    갈무리데이인데 에세이데이처럼.....다들 고생하셨음다.

  • 2020-06-07 15:27

    후기를 자원해 준 매실님 고맙습니다♥♥

    20200606_102457_HDR.jpg

  • 2020-06-08 00:26

    오전팀 에세이가 뭔가 다채로운거 같아서 읽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팍팍드네요. 후기 읽으면서 "아....그렇구나.... " 다시, 복습하고 있습니다 ㅋ

    근데, 문탁샘~~
    이러시기에요?
    후기 읽어보니, 오전팀에 엄청난 에너지와 애정을 쏟으셨네~ㅎㅎ

  • 2020-06-08 15:07

    저도 오전반 궁금해서 기웃거려요~~
    한가지 궁금한게 저도 매실샘처럼 그리스로마와 기독교의 각각의 주체화 양식의 목표가 달랐고 그에 따라 어떻게라고 하는 테크네가 달라졌다고 이해했거든요.
    예를들어, 그리스로마인들이 삶의 존재의 미학이라는 목표를 두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하면 능동적으로 윤리적으로 처신할수있을까?라는 테그네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나오는거 아닌가요? 목표로 둔다는것과 문제계가 있었다고 말하는것의 차이가 뭘까요? 궁금해집니다^^

    • 2020-06-08 22:09

      저도 요즘식으로, 그게 '목표'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목표'라고 하니까 매우 성과/결과 중심적으로 설정되어버리는 어감이 있어서 적합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루틴님이 써주신 목표와 문제계라는 말이 차이가 뭘까,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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