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5회차 후기

바람~
2020-06-30 22:28
276

오늘은 爲政 18장부터 八佾 4장까지 했다.

 

위정 18장, 子張學干祿

공자보다 48세나 어린 子張은 감히 국가의 녹을 얻을 수 있는 법, 즉 벼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묻는다.

내가 보기엔 ‘배우면서 학생이 가질만한’ 가장 실용적인 질문 같은데, 유가의 입장에선 공부하는 이가 절대 묻지 않아야 할 질문인 것 같다.

그래도 공자는 나이어린(!) 자장을 무조건 예뻐하기에 두 줄로 길게 성의껏 답해주신다.

 

多聞闕疑 多見闕殆하고 愼言愼行하면 허물이 적고 후회가 적어 곧 녹을 받을 수 있다.

‘많이 묻고 의심나는 것은 빼며, 많이 보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빼고,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그러다보면 소문이 좋게 나고, 결국 일자리에 천거되어 녹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의문이 들거나 확실하지 않은 것은 빼놓아야 하고 언행에 조심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월급 받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 여기, 내 일상에서도 늘 새기고 싶은 말이다.

확신이 들더라도 다시 한 번 의심해보고 언행을 하는 것, 허물과 후회를 줄일 수 있다면 나이 들면서 살고 싶은 삶의 한 형태가 아닐까...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어눌한 사람이 더 좋아 보이기까지 한다.

행동이 무조건 빠른 사람보다 느리더라도 여러 면에서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다.

 

나이 어린 자장이 거리낌 없이 선생님께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쏙 든다.

음...그러면 나이 든 사람은 질문도 신중하게???

마음에 쏙 들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어린 자장의 질문에 성의껏 답해주는 공자의 모습도 참 보기 좋다.

‘무슨 그런 질문을 다 하니?’

야단치지 않고 친절하신 공자가 참 좋다.

배우는 사람의 어떤 질문이라도 받아주고, 계속 질문하고 싶도록 편하게 해주는 선생님이 난 좋다.

 

 

팔일 4장, 林放禮의 근본(本)을 묻자, 공자 왈

禮 與其奢也 寧儉 喪 與其易也 寧戚

예란 사치하느니 차라리 검소한 게 낫고, 상을 당하면 절차를 따지느니 차라리 슬퍼하는 게 낫다.

공자가 이렇게 말했어도 제자들이 모두 그렇게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 성리학자들도 이 글귀를 몇이나 마음에 새겼을까...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말이다.

 

지금 내 나이에 친정엄마를 떠나보냈다.

그 슬픔은 말로 다 할 수도 없었지만, 이십대의 나는 울음소리도 마음껏 내지 못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을 뿐...

그때, 장지 주위에서 수군거리던 소리가 지금도 쟁쟁하다.

“엄마가 죽어도 소리 내서 울어주는 딸 하나 없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몇 년 전 시아버지를 여의고 장사지낼 때, 눈물만 흘리는 며느리들 주변에서 또렷하게 들렸던 소리,

“시아버지가 죽어도 소리 내 울어줄 며느리 하나 없네...”

 

그 사람들이 예가 없는 걸까...

내가 예가 부족한 걸까...

난 그저 많이 슬펐고, ‘곡비’처럼 울지 못했을 뿐이다.

남자에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만 요구된 뭔가가 있었구나...싶기도 하지만, 상을 당해서는 ‘슬퍼하는 것이 최고의 예’라는 사실은 기억하고 싶다.

 

 

10여년 만에 다시 보는 論語.

강좌 듣고 나름 열심히 복습도 했지만, 한 구절도 제대로 읊을 수 없었다.

한자를 해석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지금도...크게 다르진 않지만, 글자가 다시 보이고, 의미도 좀 다르게 다가온다.

孝에 대한 논어 구절도 거부감이 먼저 들었었는데, 지금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서인가... 내 나이가 들어서인가...

천천히 한 구절 한 구절 되새기며, 이번에는 ‘미친 복습단’에 들어가 ‘암기해 써보는’ 미션을 수행중이다.

내 몸에 새기고 좋은 길을 찾아보고 싶어서.

 

아침에 강좌 듣고, 오후에 복습하고 써보고...

어느새 저녁밥시간이다.

허겁지겁 식구들 저녁상을 차리려고 보니 밥이 2인분뿐이다.

이것저것 남은 음식을 총동원해서 3인분을 채우고,

君子 食無求飽를 기억하며 나는 조금만 먹었다.

行有餘力이면 則以學文이라 하셨는데...

무리하지 않고 공부를 즐기도록 해야겠다.

 

 

댓글 4
  • 2020-07-01 07:57

    "君子 食無求飽를 기억하며 나는 조금만 먹었다"....여기서 정말 빵!! 터졌어요. ㅋㅋ

  • 2020-07-01 11:08

    음....알아 듣는 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번주부터 복습 시작했어요.
    진달래샘이 친절히 한 번 더 반복해주시니
    논어와 좀 더 가까워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기분!!에 가깝고
    논어와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려야겠지요^^

  • 2020-07-01 15:01

    저랑 같은 경험을 하셨네요.....
    제가 22살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친척 분 중 누군가가 곡을 안한다고 뭐라 하시더라구요.
    너무 슬프면 곡소리도 안나잖아요.
    그 분은 그 날 하루 눈물없는 곡을 하시고 가셨지만, 전 28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엄마를 생각하며 그리워하지요.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상례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 2020-07-05 16:35

    빛내샘이 상우에 올린 고대 중국 연표를 올려 드립니다.
    공자 부분만 잘라서 프린트 해서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수정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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