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첫시간 후기

토용
2019-10-20 01:08
360

새로운 책 『모터사이클 필로소피』로 들어갔다.

이 책의 저자는 매튜 크로포드인데 이력이 독특하다. 정치철학 박사로 워싱턴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을 맡았다가 때려치우고 오토바이 수리공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 노동보다 손으로 하는 노동에서 더 큰 행위주체성과 능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남학생은 기술을 배우고, 여학생은 가정, 가사를 배웠는데, 지금도 그런 과목이 있는지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요리도 하고 수도 놓고 심지어 한지로 한복까지 만들었었는데,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수업시간이 있었나보다. 저자가 손을 쓰는 능력이 줄어든 이유를 먼저 미국 공교육에서 도구를 사용한 수업이 사라진데서 찾기 때문이다. 공구를 사용하는 행위가 감소함으로써 우리가 물건과 맺는 관계는 보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변하게 된다. 직접 만들어 쓰거나 직접 고쳐서 쓰던 것을 이제는 손쉽게 사고 전문가를 불러 수리한다.

몸을 써서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행위주체성이 따른다. 그러나 기술이 진보하면서 우리는 기계를 만지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저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자율성을 늘렸지만 대신 소비중심의 물질문화에 쉽게 예속되었다. 이 자유는 항상 새로운 것을 사게 할 뿐, 절대로 오래된 것을 아껴 쓰게 하지 않는다. 행위주체성이 없으면 수동적인 소비에 더 잘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수리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물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교묘한 조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주장한다. 손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일이라고. 손기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어떻게 인간의 존재가 빛나게 되는지 깊이 고민하는 일이라고. 이를 위해서는 행위주체성 경험에 알맞은 인류학이 필요하다고.

‘행위주체성 경험에 알맞은 인류학’이 과연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식 노동보다 손으로 하는 노동에서 더 큰 행위주체성과 능력이 발휘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지만, 어쨌든 지식 노동 못지않게 몸으로 하는 일에서도 인간의 능동성과 창의력, 문제해결력이 길러짐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월든이 파지로 이사한 지 두 달이 다되어 간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행위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사람들에게 손을 쓴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니 무엇을 만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 전에 손작업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고 말하지만 나는 감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아! 갈 길이 멀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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