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어디 낭독회 하겠어!!

김수경
2016-04-01 02:08
506

다음 주 낭독회를 앞두고, 이번 주는 일찍 모여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 대부분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일찍 모여도 6시30분이다.

볶았는데도 딱딱한 볶음밥을 먹고, 7시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책상을 두고 위에 앉을까 앞에 앉을까 몇 주전부터 고심했는데,

결국 대본 들고 편하게 앞에 앉는 자세로 결정했다.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몇이 평소보다 더 잘 읽지 못해 나는 애간장이 탔다.

어떤 친구는 꽤 안정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초반 대본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한 번에 세번정도 대본리딩을 해도 잘 따랐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번정도 읽고 나서 바로 간식 타임을 가졌다.

오늘은 두 번을 읽고 중간에 개인 연습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아이들은 한 번더 읽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대본을 외울정도로 잘 하는 몇몇은 왜 못 하는 애들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야 하냐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너무나 익숙해지고 만만해진 대본은 더이상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대본을 그렇게 많이 읽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배역에 충분히 동화되지도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도 못 했기 때문에 연습이 힘든 것이다.

이번 대본의 역할은 제비뽑기로 결정됐다.

초반에는 자원하기도 하고 추천하기도 해서 각자 역할을 맡았었다.

아이들은 자기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학생 역할이었기 때문에 연습이 수월했다.

하지만  한 아이가 자신이 전학온 일진 역할을 맡는 것이 억울하다며 제비뽑기를 제안했다. 

이미 읽기연습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안을 거부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공평하지 못 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배역은 아무 개연성도 없이 랜덤하게 엉망진창으로 맡겨졌다.  

지금 아이들이 자신의 배역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부족한 원인이 된 셈이다.

결국 이번 주는 대본을 대충 한 번 읽고, 연습하면서 한 번 더 읽고 끝냈다.

대신 오프닝과 마지막 클로징 연습은 한 번 더 했다.

그동안 앉아서 대본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용석이에게는 오늘도 어떤 지적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가 내가 아이들에게 보일 수 있는 예()인 것 같다.

오늘 예정된 치킨은 먹지 못했다. 연습도 못 했는데, 뭔 간식!! 이냐며, 뿔옹이 사오지 않았다.

그럼, 다음 주에 공연 끝나고 뒷풀이로 치킨을 먹자고, 뿔옹과 나는 밀담을 나눴다.

씩씩거리며 욕나나오기 직전까지 고래고래 소리소리 지르는 나 때문에

아이들은 왜 간식이 없냐고 큰 소리로 문제제기도 못 하고 평소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 공연 날 일찍와 과연 아이들이 저녁을 먹을까?

연극대본인데, 연기 없이 대사만으로 과연 상황 전달이 잘 될 수 있을까?

 이러다 다음 주 낭독회 어디 하겠어!

댓글 4
  • 2016-04-01 08:18

    분명히 처음 시작은 이렇게 얌전히 출발했는데.......

    KakaoTalk_Photo_2016-04-01-08-13-46_8.jpeg

    한 번 읽고 나서는 이렇게 변해버렸다는.....  T.T 

    그래도 화.이.팅.....해야겠죠? 흑흑흑

    KakaoTalk_Photo_2016-04-01-08-17-27_68.jpeg

    KakaoTalk_Photo_2016-04-01-08-13-44_32.jpeg

  • 2016-04-01 08:41

    여울아^^ 뿔옹^^ 화이팅^^! 하고 있다는 것...계속 하고 있다는 것^^

    그거면 된다구^^!

  • 2016-04-01 08:49

    애간장 타는 여울아!

    덜 애간장 타는 뿔옹!

    아무 애간장도 타지 않는 아이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음주의 콜라보는?

    진짜 기대된다. ㅋㅋㅋㅋ

  • 2016-04-01 20:02

    아웅~~치킨 못먹어 아쉽다...

    담주 치킨 선물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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