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학원 시즌 3 첫시간 후기

명식
2019-07-29 12:15
252

 


  글쓰기 강학원 세 번째 시즌, 그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소영쌤이 하반기 수업이 잡히셔서 더 이상 참여하시지 못하게 되었고, 블랙커피쌤은 휴가, 타라쌤도 몸이 안 좋으셔서 못 오시는 바람에 다소 쓸쓸한(?) 첫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진달래쌤이 이번 시즌부터 새로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이 시간에는 장자 내편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인 소요유응제왕을 함께 다루었습니다.


 



 


  우선 소요유는, 장자 내편의 첫 번째 장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곤과 붕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성인의 경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에는 뛰어난 사람이지만, 성인에는 미치지 못하는 자로 송영자가 꽤 자주 언급됩니다. 이 송영자는 묵자 계통의 인물로,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실은 그들의 욕망이 그리 크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주장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성인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지입니다. 그가 말하는 성인은 천지 본연을 타고’, 자연의 변화(육기지변)몰며무한의 세계는 노니는(유하는) 자입니다.


 


  특히 소요유의 마지막 장인 혜자와 논답에서, 장자는 무하유지향 - ‘어디에도 없는 드넓은 들판’, 다만 부재하는 이상향으로서의 유토피아가 아닌 실존하는 반공간으로서의 헤테로토피아 - 에 유유히 누워 자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요. 이것은 정말 말 그대로 빈둥대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는 변화와, 생성과 되기의 이야기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장자의 마지막 장은 응제왕입니다. 이 응제왕은 제목부터가 많은 논란이 있어왔는데, 과거에는 제왕에 마땅함으로 해석되어 왔으나 지금은 제왕론(유가)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시, ‘어떤 게 마땅한 다스림인가에서 다스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로의 전환이기도 합니다.


 


  성인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 장자는 마음이 담담한 경지’, ‘기를 막막한 세계에 맞추어’, ‘무유(topia)를 노니는 왕등을 이야기합니다. 이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곱씹어 보아야 할 단어들입니다. 담담하다는 건 무엇인가? 막막함이란 무엇인가? 측량할 수도, 점유할 수도, 한계지을 수도 없는 무유는 어떤 곳인가?


 


  또 하나, 응제왕편 중 천근과 무명인의 대화를 보면 마치 세속을 떠나는 것이 성인의 깨달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세속이 싫어지면 까마득히 높이 나는 새를 타고 무하유지향으로 가서 광막지야에서 살려 한다허나 포정, 왕태, 애태타, 밥 짓는 열자의 일화에서 보았든 장자는 한편으로 세속의 실천 속에서 도를 깨친 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이 깨달음의 패러독스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무하유지향은 정말 세속 바깥에 있는가? 세속에서도 무하유지향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이번 주에도 많은 고민을 안겨준 장자였습니다. 이것으로 장자 내편은 일단 마무리를 하고, 다음 주부터는 장자 외편으로 들어갑니다. 그럼 다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댓글 2
  • 2019-07-30 21:35

    저는 장자가 말하는 무하유지향을 그저 막연한 이상향, 유토피아 정도로 이해하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그것이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와 대응해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했읍니다.

    푸코에 의하면,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비현실적인 공간이고 헤테로토피아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입니다.

    그 안에서 실제 배치들, 우리 문화 내부에 있는 온갖 다른 실제 배치들은 재현되는 동시에 의의제기 당하고 또 전도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위치를 한정할 수 있지만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라고 정의합니다.

     이것은 장자가 말하는 오상아, 심재, 좌망의 상태와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면 무하유지향은 결국 어떤 장소,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 태도가 되는 건가요?

    포정, 왕태, 애태타, 밥 짓는 열자는 세속에서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토피아는 너무 나랑 상관 없었는데...

    헤테로토피아는 어쩌면...  쪼금은...  나랑 상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9-08-01 16:02

    저번 메모를 쓰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종종 장자의 이야기를 개인적인 태도의 맥락으로 밖에 풀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장자가 타파하려고 하는 것이 사회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모든 사회적인 것을 배척하는 것 같은 착시가 든달까요..

    여하간에 이러한 난점을 저희 조에서 토론하면서 나름 해결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문장을 가지고 오셨던 마음쌤의 메모와, 흥미로운 포인트를 짚어오신 진달래쌤, 

    그리고 이러한 난점들을 잘 짚으시면서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져주신 뿔옹쌤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짚고 나니 제 글에서 저의 아이러니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용과 무용이라는 극단적인 대립의 환각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진달래쌤 말마따나 질서 지워지는 세계를 경계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일정한 결과가 올 것임을 아는 것을 경계한다면,

    무용이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쌤 말마따나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포인트를 두고,

    또 뿔용쌤 말마따나 각자에게 부합한 쓸모, 고정되어 있는 쓸모가 따로 있지 않다는 점에 포인트를 두면,

    문탁쌤의 말마따나 소요와 침와에 포인트를 두고 '무하유'로 가는 게 아니라 '무하유'에 포인트를 두고 소요와 침와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는 장자를 읽으며, 특히 문장을 정리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지곤 하는데요...

    왜 그러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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