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학원 9주차 2시즌 후기

명식
2019-07-08 13:25
309

 

 2019 강학원의 반환점, 강학원 두 번째 시즌의 마지막 에세이 발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두 번째 시즌은 들뢰즈/가타리의 천의 고원, 그 중에서도 제 4, 5, 7고원인 <언어학의 기본전제들>, <기호체제>, <얼굴성>을 가지고 에세이를 썼는데요. 안타깝게도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신 타라쌤(몸조리를 잘 하셔야 할텐데....)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명이 모두 에세이를 썼고, 각각 세 명씩 세 팀으로 나누어 발표를 했습니다.

 

 


 첫 번째 팀은 좀 더 개념과 내용 위주로 정리한 세 분이었습니다. 마음쌤, 라라쌤, 블랙커피쌤입니다.

 

 마음쌤은 들뢰즈가 제시한 네 가지 기호체제와 그 혼성의 형태를 분석하고, 영화 <더 페이버릿>을 예시로 하여 그 이야기들을 푸는 에세이를 써오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내용과 개념이 연결된 것은 매우 재미있었는데, 개념을 풀어내면서도 좀 더 예각화된 마음쌤의 문제의식이 더해졌으면 더 좋았으리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네요.

 

 라라쌤은 한국사회의 관혼상제와 체면의 문제를 얼굴성에 연결시킨 에세이를 써오셨는데요. 이 역시 라라쌤의 경험과 어우러져 재미있었지만, 좀 더 기표작용적 기호체제와 탈기표작용적 기호체제(의미화와 주체화)에 집중한 논의로 풀어내셨다면 어땠을까, 얼굴과 얼굴성 개념의 구분이 보다 명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블랙커피쌤은 블랙커피쌤이 지속적으로 가져오시는 문제의식,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어떤 내가 되고 싶은가, 어떻게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에세이를 가져오셨습니다. 세 고원이 걸쳐 개념들이 촘촘하게 잘 풀린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번째 팀은 오영쌤, 뿔옹쌤, 소영쌤이셨는데요.

 

 뿔옹쌤의 에세이 <23 아이덴티티를 넘어 얼굴 해체하기>는 생생한 교실의 풍경을 보여주는 예시(얼굴 근육의 경련까지)로 시작하여 얼굴성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요. 모처럼 생생한 예시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다시 병렬적인 개념 정리로 가서 아쉽다는 문탁샘의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오영쌤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얼굴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를 푸셨는데, 분명 얼굴을 해체하려 했는데 다시 조르바의 얼굴이라는 이상을 따라가고 있는 오영쌤의 고민이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더듬거리고 미끄러지면서 얼굴의 해체를 향하는 길을 남은 시간 동안에 찾아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영쌤은 오정환 시인에 대한 작품 분석에 들뢰즈의 개념들을 더한 에세이를 가져오셨습니다. 저는 시와 분석에 대한 이야기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지만, 꼭 들뢰즈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완성되어 있는 글, 그러니까 굳이 들뢰즈 이야기가 들어갈 이유가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뢰즈에 대한 소영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소영쌤께 들뢰즈, 아니 들뢰즈-가타리의 글이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은 저와 지원, 고은이었습니다.

 

 는 레비나스의 얼굴 개념과 들뢰즈-가타리의 얼굴 개념으로 전쟁의 얼굴을 분석한 에세이를 가져왔는데요. ‘오늘날의 전쟁이 가진 얼굴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전의 전쟁의 얼굴과 오늘날의 전쟁의 얼굴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오늘날 전쟁의 얼굴에서 정말 탈영토화는 불가한가? 앞으로도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원소통의 문제를 들뢰즈-가타리의 언어 개념으로 풀고자 하는 에세이를 가져왔는데....문제를 제기하고, 막상 본론을 풀려 하는 시점에서 끊어져버린 느낌이라 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그 뒷부분까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은은 연애의 문제를 들뢰즈-가타리의 주체화로 푼 에세이를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시나 고은의 경험이 보이지 않는 글이라 연애로 푼 에세이라기보다는 천의 고원 주체화 부분의 요약 발제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주체화 개념을 고은이 자기 삶에서 어떤 식으로 점유했는지를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렇게 아홉 사람의 에세이를 거쳐 목표했던 종료 시간 2시에서 딱 10분을 더 넘긴 210분에 에세이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와주신 진달래쌤, 달팽이쌤, 게으르니쌤, 뚜벅이쌤, 띠우쌤의 감상도 들을 수 있었구요. (게으르니쌤, 점심 관련 사항 말씀 못드린 거 다시 한 번 죄송해요!) 다음에는 좀 더 완성도 있는 에세이를 모두 함께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이번 시즌은 이렇게 마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크기변환_20190705_094031.jpg


크기변환_20190705_094047.jpg

댓글 3
  • 2019-07-10 08:55

    언어 또는 기호체제를 다룬 이번 시즌은 유독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들/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들에서 허우적거리다 겨우 빠져 나온 느낌이랄까...ㅋ~

    암튼 이렇게 우리는 어찌어찌 어려운 난관을 빠져나왔네요.

    다음 시즌은 무엇이 우리를 기달리고 있을지...무엇이 우리를 괴롭힐지 모르겠지만

    다시 서로 으쌰으쌰해서, 아니 오영샘 표현대로 "더듬거리며 미끌러지면서"

    장자와 들/가와의 만남을 이어나가 보아요~~ *^^*

  • 2019-07-10 11:02

    저는 이제야 공부로 길을 낸다는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공부와 내 일상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느낄 때마다 '난 도대체 왜 힘들게 공부를 하는거지?'라고

    자문하곤 했는데 공부가 그 힘이었구나 새삼스러웠어요. 자기가 직면하고 있는 게 뭔지 알아차리는 힘이 공부이구나.  자기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그 한계를 알아차리는 게 공부겠구나.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게 곧 더듬거리며 미끄러지듯 탈주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이만하면 되었다, 하산하거라'는 영원히 없겠구나 하고 바로 포기했어요. 

    앞으로도 쭈욱 학생으로 살아야겠구나. 그리고 그 힘으로 버텨야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 2019-07-10 17:32

    저는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뭔가 핵심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선 텍스트의 내용을 정리하느라 급급하기도 했지만

    이 공부가 나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썼다는 것을 문탁샘 지적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평소에 생각을 하지 않고 벼락치기로 글을 쓰거나, 자기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면 이런 허접한 글이 될 수밖에 없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구체적으로 자기생각을 정리해두는 것. 비록 그것이 잠정적인 것일지라도 어떤 결론이나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구나. 그저 막연하게 알고, 대충 생각하고 말면, 피상적이고 힘이 없는 글이 되는 구나...

    이 글이 지금의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구나... 돌아보게 됩니다.

     

    푹 쉬고 힘내서 3학기는 좀 자알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69
[2023철학학교시즌3] 에세이를 올려주세요! (11)
정군 | 2023.09.18 | 조회 406
정군 2023.09.18 406
768
2023 철학학교 시즌4 라이프니츠 『형이상학 논고』읽기 모집 (15)
정군 | 2023.09.18 | 조회 1385
정군 2023.09.18 1385
767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정치론 3 후기 - 스피노자는 남자다 (6)
진달래 | 2023.09.11 | 조회 337
진달래 2023.09.11 337
766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7주차 질문들 (10)
정군 | 2023.09.06 | 조회 334
정군 2023.09.06 334
765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6주차 후기 - '다중'과 '주권자의 죄' (8)
가마솥 | 2023.09.01 | 조회 434
가마솥 2023.09.01 434
764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6주차 질문들 (11)
정군 | 2023.08.30 | 조회 397
정군 2023.08.30 397
763
[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정치론 1,2장 후기 (5)
아렘 | 2023.08.25 | 조회 328
아렘 2023.08.25 328
762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5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8.23 | 조회 314
정군 2023.08.23 314
761
[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 4주차 후기(2종지와 3종지) (7)
여울아 | 2023.08.22 | 조회 331
여울아 2023.08.22 331
760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4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16 | 조회 322
정군 2023.08.16 322
759
[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 3주차 후기 (5)
봄날 | 2023.08.15 | 조회 335
봄날 2023.08.15 335
758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3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09 | 조회 368
정군 2023.08.09 36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