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세미나> 괘와 상과 기물제작

자누리
2019-04-24 21:22
264

이번 시간은 계사하 2, 3, 4장을 살펴보았다. 뒤로 갈수록 많이 다루어지는 것이 인 것 같다

특히 2장은 계사상전 10장에서 말한 주역의 네가지 쓰임새 중 以制器者尙其象, 즉 기물을 제작하는 자는 을 중시한다는 것을 

13개의 괘를 들어 설명하였다.

 

1. 복희씨가 괘를 그리다

보통 복희씨가 괘를 창안했다고 말하는데 그 근거는 계사하 2장의 첫 구절이다.

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 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觀鳥獸之文, 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於是, 始作八卦, 以通神明之德, 以類萬物之情

 

여기서 始作八卦라고 하지만 복희씨가 창안한 괘가 팔괘인지 육사괘인지는 논란이 있다

이천의 경우는 음양-사상-팔괘-육사괘의 점진적 생성을 말하므로 팔괘를 먼저 창안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자는 괘는 처음부터 육사괘로 만들어졌다고 하므로 애매하다.

왕부지는 아예 복희씨는 육사괘를 만들었고, 여기서 팔괘라고 한 것은 구조 설명상 그렇다는 말이라고 본다

아직은 이런 주장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또 어려운 것은 괘를 창안한 방식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로 나타내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하늘의 상, 땅의 법 등을 관찰하고, 자기와 가까운 몸, 사물 등에서 취하여 괘를 그렸다니,

관과 취를 다르게 볼지, 아니면 만물의 실정에 통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 몸까지 다 말한 것인지..

 

2. 상을 보고 기물을 제작할까, 기물을 보고 상을 그릴까?


첫문장에서 觀象於天하거나 近取諸身, 遠取諸物하여 괘를 그렸다면 사물 등의 형태를 가진 것을 보고서 상이나 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3개의 괘로 설명하는 것은 괘를 보고 상을 취했다고 하여 반대이다.

 

作結繩而爲網罟, 以佃以漁, 蓋取諸離

 

수렵채취시대, 물고기와 짐승을 잡는 그물을 만들었는데, 이는 리괘에서 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보면 괘의 상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왕필 등 의리역에서는 상을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다

왕필은 상을 보고 뜻을 이해하고, 그 뒤에는 상은 버려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므로 왕필의 의리역을 취한 주자는 리괘를 보고 정말 그물을 만든 것은 아니고, 단지 사람들이 괘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괘에 의거해서 설명한 것 뿐이라고 한다

반대로 왕부지는 정말 괘의 상을 보고 그물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괘의 상은 팔괘의 물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왕부지는 육효로 구성된 각 괘의 모양을 상으로 본다

리괘는 가운데가 비어서 그물 같은 모양이 나온다는 것이다

주자는 상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없거나 설명을 해도 형태나 물상보다는 의미론적 해석이 대부분이다.

이런 다양한 설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육사괘 전체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설명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3. 주역의 상과 도구의 역사

수렵채취시대부터 순서대로 도구의 변천을 보여주는 점도 재미있다

요즘 마을경제세미나에서 공부하고 있는 라투르에 따르면 인간들은 애초에 도구와 한 몸이었고

도구는 인간만큼의 역사를 갖는 행위자들이라고 하는데

주역에서 이렇게 긴 설명을 도구에 할애하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시장의 등장도 흥미롭다. “日中爲市, 致天下之民, 聚天下之貨, 交易而退, 各得其所, 蓋取諸噬嗑” 

우쌤은 고대국가에서 시장은 제단이 있는 곳이었고, 그 곳은 공론의 광장이기도 하였다고 하시는데

주역을 이렇게 인류학적 관점으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고, 숙제로 삼고 싶다

交易而退, 各得其所에 대한 해석으로는 시장이 멀리 있어서 한낮에 시장을 열고 해 지기전에 각자 자기 집으로 간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교역을 통해서 교역물이 적당한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고 하는 해석도 있다. 시장과 교역의 역사가 궁금하다


다음 시간에는 계사하전 5장~8장입니다. 발제는 자작나무이고요

댓글 1
  • 2019-04-26 08:08

    주역을 공부하다보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집니다

    이것저것들의 역사가 궁금궁금....ㅎㅎ

    자누리샘이 숙제로 삼고 싶은 것, 응원합니다.

    인류학적으로 읽는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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