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28. 택풍대과괘 - 과유불급이니 개과천선하라

진달래
2019-03-12 01:51
912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과유불급이니 개과천선하라

대과괘.jpg





자공이 자장과 자하를 비교해서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자장은 과()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不及)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자공은 그러면 자장이 자하보다 낫냐고 물으니 공자는 과한 것이나 미치지 못한 것이나 같은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子貢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논어의 과유불급(過猶不及)과한 것이나 미치지 못한 것이나 같다.’는 의미인데 요즘은 과유불급을 과한 것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아마도 요즘 시대가 풍족한 시대이다 보니 과한 것에 경계를 두고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주역28번째 괘인 택풍대과(澤風大過) 역시 지나친 것에 대한 경계가 있는 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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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과괘는 아래는 손()괘로 바람()이고 위는 태()괘로 연못()을 나타낸다. 연못 아래에 바람이 있는 형상으로 물이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또 바람은 오행으로 보면 음목(陰木)이라 연못 아래에 나무가 있는 형상으로 풀기도 한다. 이를 앞의 괘인 이()괘와 연결해서 보면 이괘는 기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 과하게 기르면 안 된다는 의미로 대과괘를 뒤에 배치했다고 했다. ()으로 보면 연못의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는데 연못 아래에 나무가 있는 것은 물이 너무 많아서 나무를 죽일 수 있음을 경계시키는 것이다. 대과에서 과한 것은 양()이다. 6개의 효() 4개가 양이다. 소동파의 역전을 보면 사람들이 단지 음()이 양보다 지나치면 재앙이 된다는 것만 알고 있으니 양이 음보다 지나칠 경우 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했다. 바로 과유불급, 과한 것이나 미치지 못한 것이나 결국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괘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과괘의 괘사는 그리 나쁘지 않다.





대과는 들보가 휘어짐이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 형통하다.(大過 棟 橈 利有攸往 亨)




단전에서 말했다. 대과는 큰 것이 과함이요,(彖曰 大過 大者過也)




들보기둥이 휘어진다는 것은 밑 둥과 끝이 약하기 때문이다.(棟橈 本末 弱也)




강이 과하나 알맞고 공손하고 기쁨으로 행하므로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 형통하니, 대과의 때가 크다.(剛過而中 巽而說行 利有攸往 乃亨 大過之時大矣哉)




상전에서 말했다. 못이 나무를 없애는 것이 대과이니 군자가 보고서 홀로 서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피하여 은둔하여도 근심하지 않는다.(象曰 澤滅木 大過 君子以 獨立不懼 遯世无悶)


 


대과괘의 들보, 즉 집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휘어진다는 것은 6개의 효 중에 나머지 2개의 음효(陰爻)가 맨 아래와 맨 위에 있기 때문이다. 약한 음효가 기둥의 양 끝에 있다 보니 기둥의 가운데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휘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둥이 휘어지는 상황이나 대과괘에서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이라고 한다. 대과가 형통한 것()’은 그 괘의 성질이 손()과 태()이기 때문인데 이 때 가는 바를 둔다(利有攸往)’ 즉 일을 할 때 공손하고 기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형통하다고 하는 것이다. 순리에 따라서 일을 하는 것, 혹은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형통하다. 대과의 때에는 보통 사람이 흔히 하는 일로는 그 시대를 구제할 수 없기 때문에 큰 일로 큰 공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대과의 예로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왕위를 선양(禪讓)한 것과 탕()왕과 무()왕이 무도한 전왕조, 즉 하나라의 걸왕, 그리고 은나라의 주왕을 정벌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혹은 당대의 잘못이 워낙 크기 때문에 왕조를 바꾸는 것과 같은 큰일을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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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일을 할 수 있는 대과괘가 있다면 작은 일을 할 수 있는 소과괘도 있다. 62번째 괘인 뇌산소과(雷山小過)이다. 양이 많은 대과와 반대로 소과는 음이 많다. 그러나 이 괘도 나쁘지 않은데 그 형통한 것이 때에 맞게 행동할 수 있고, 산 위에 우레가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즉, 아주 지나치지 않으면 나쁘지 않다. 음이 많거나 양이 많거나 결국 과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고 조심할 수 있다면 모두 형통한 것으로 보았다.




대과이던 소과이던 과()는 정도를 지나친 것이다. 주역에서는 앞서 먹을 것으로 기르면 움직이게()이게 되어 있고 그러면 지나침이() 있다고 보았다. 처음 이 괘를 보았을 때 대과가 무엇일지 한참 생각했다. 큰 잘못이라고 보면 이런 시대에 뭐가 형통하다고 하는 건지, 왜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과()라고 하는 것을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적절함()이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선()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우리는 매우 흡족한 기분이 들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늘 얻기 어렵다. 그보다는 늘 약간의 후회가 있고, 조금 미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치지 못하거나 과한 것이다.  그렇게 보니 개과천선(改過遷善)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잘못을 고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글자의 의미를 보면 지나친 것을 고쳐서 선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선한 사람이 되라는 것보다 선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잘못을 하거나 지나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늘 그것이 적절함의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괘사에 가는 바를 두는 것이 형통하다.’고 하는 것은 대과의 때를 만나 그 과함을 어느 방향으로 옮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방향성으로 제시한 것은 선()이란 것이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인 지점이라기보다, 지향하고 있는 곳은 같아도 변화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역(), 즉 변화하는 것 속에 있는 혹은 세계는 움직임 속에 있다는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대과의 시대라도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된다. 그러나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찾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러한 것을 알고 일을 한다면 형통하리라.  

댓글 3
  • 2019-03-12 22:46

    단전을 통해 해석을 너무 쉽고 찬찬히 해주어서 좋네요.

    읽다보니 갑자기 옛친구가 한 말이 생각나요.

    천국은 너무 편해서 심심할거고 사람이 할일이 없어서 뭐하겠냐고, 20대의 치기어린 말이었지만 불현듯 떠오른 것은 왜일까요?

    우린 항상 과 또는 불급이지만, 그래서 살만하다는 낙천적 실용주의가 들어있는 괘사, 혹은 진달래의 해석 때문일 것 같아요 ㅎ

  • 2019-03-13 04:16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큰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기 쉬운 대과의 시대이기 때문에

    '過'를 경계해야겠지요. 우리도 가끔 일이 너무 잘된다고 계속 가다가 브레이크 밟아야할 때를 놓치잖아요. ㅎㅎ

    군자는 중용을 알기 때문에 과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소인들은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과함을 선의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해석, 공감이 가네요.

  • 2019-03-13 10:44

    과한 것이나 미치지 못한 것이나 같다는 말이 와닿네요~^^

    잘 읽었습니다~~~

    약한 기둥이 휘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요??ㅎㅎ

    생각해보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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