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포스트 휴먼' 마무리 후기

키리키리뿌
2020-08-03 15:58
278

 

장마가 좀처럼 가질 않네요. 이번 시간도 흐린 날씨 밑에서 진행됐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조금 있어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파지사유에서 공부하니 뭔가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ㅎㅎ <포스트 휴먼> 책의 마지막을 다뤘기때문에 현서와 제가 준비한 발제를 연달아 읽고 토론을 쭈욱 진행했습니다.

 

발제가 끝나고 늘상 있는 잠깐의 침묵을 견디지못해 이번엔 제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요.(발제자의 부담이랄까..) 4장 후반부에 나오는 인문학계에 대한 비판과 멀티버시티 부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부분을 그렇게 열심히 읽지 않았어요. 결말에 다다라서 대학중심의 비판과 대안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 책.. 되게 학술(?)적인 책이었군(그러니까..학계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인 글이었군)?' 이라는 인상이 팍 들면서 그동안 어렵게 독해했던 시간들이 뭔가 납득이되면서(억울해지면서) 동시에 저자가 가진 어떤 엘리트의식을 추측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대학이 아닌 길드다에서 읽고 있어서 더 맘이 꿍했던 것 같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우리 중 대학을 다니는 사람(혹은 졸업자)이 별로 없을텐데(혹은 대학에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을텐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말에서 저자가 강조했던 대학중심의 학계에 대한 비판이 우리에게 되게 동떨어지고 재수없게 다가올 수 도 있을 것 같은 우려를 했습니다.

 

그래서 소심하게 눈치보며.. "책..마지막에 대학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고민)....놀라웠어요!!"라고 말을 꺼냈는데 제 예상과 다르게 여러 분들이 그 부분을 재미나게 읽었다고 해서 놀라웠고 민망했습니다 ㅋㅋ ㅠㅠ 저는 그 부분을 쨰려보기만하고 건성으로 읽었기 때문에 토론에 낄 순 없었지만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그 중에 지원이 말한 대학이 이제 '지식의 상아탑'이 아니라 공부하고 행동하는 여러 단체와 사람들을 조직하고 네트워킹하는 역할로 개편되야한다고 말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것 같아요!

 

뒤이어서 그동안 우리가 헷갈렸던 개념들을 명식이 잘 정리해줬습니다. 특히 '유목적 주체'에 대해 명식이 장기/바둑을 비유로 설명해준 점이 되게 탁월하게 느껴졌습니다.(그거 명식이 생각한거에요?) 장기판은 돌마다 역할이 정해져있고 그러므로 위계가 정해진 존재라면 바둑판의 돌은 위치에 따라 역할이 바뀌며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도 변하는 '관계'와 '배치'의 형태라고 말해주었는데 뭔가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글을 어렵게 쓰지?"라는 고은의 말이 떠오르네요. 너무나 낯선 '조에'개념을 앞에두고 쩔쩔매고 있었는데, 고은은 조에라는 개념이 동양고전의 '천도'와 비슷한 면이 있다며 동양고전은 보다 삶에 밀접한 설명이라 더 받아들이기 쉽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베어있는 근대적인 감각을 밀어내고 동양고전의 감각을 몸에 새길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고은이 세미나때마다 이번처럼 동양고전에 빗대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넘 좋았어요ㅎㅎ

 

토론 마지막엔 규혜가 <포스트 휴먼>을 읽으며 일관되게 비판해온 지점을 다시 정리해서 말해줬습니다. 규혜는 자본과 대학이 굉장히 밀접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브라이도티의 위치가 갖는 책임을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대학(대학원)의 현실을 짚어서 여러 문제점을 잘 설명해줬어요. 가령 학위에 따른 위계와 그에따른 치열한 경쟁문화. 게다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자본이 없어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학생들과, 동시에 진보적인 논의를 최전선에서 생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들이 가진 풍부한 자본덕을 본다는 것. 짐작컨대 규혜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여러 부조리와 불합리한 현실을 가까이서 지켜봤기때문에 지금의 대학구조를 성찰하지 않고 비젼만 논하는 저자의 태도를 더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첫날부터 이어져나온 규혜의 비판이 저는 좋았어요. 저는 학계에서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권위있는 사람의 말은 아직 공부가 부족해 대체로 받아들이는 편인데, 그에 아랑곳하지않고 유럽중심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예민하게 찾아내는 규혜의 시선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도가 정해져있는 세미나 특성상 그 부분을 특정해서 충분히 토론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사실 제가 이 논의를 제대로 따라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후기 읽으신 분중에 추가로 하실 말씀있으면 댓글달아주세여 !

 

 

 

후기가 늦어서 미안합니다 ! 다들 장마 조심하시고 일요일에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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