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한 페미니즘> 1회차 후기 (1)

바다
2020-07-25 14:50
298

 

7월 22일 수요일 저녁 7시, <GSRC-99%를 위한 페미니즘>의 첫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모임은 <망명과 자긍심>의 1장을 읽고 각자 메모를 써온 뒤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서로가 처음이니만큼 간단한 자기소개와 책을 읽고 느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모임을 열었습니다.

 

「망명과 자긍심」에서 클레어는 젠더, 섹슈얼리티, 성폭력, 퀴어, 장애, 계급, 환경, 노동 문제의 복잡한 교차성에 대한 이야기를 ‘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설명합니다. 집으로부터 도망쳐왔고, 집을 갈망하고, 집으로부터 가능해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그것이 결국 진실한 다중 쟁점 정치라고도 합니다. 또한 집으로 만들어지는 몸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장소와 공동체 그리고 문화가 우리의 뼛속 깊이 파고들어있는 몸. 도둑맞고, 거짓과 독을 주입받고, 우리로부터 억지로 떼내어질 수 있는 몸. 그렇게 도둑맞은 몸을 도로 되찾을 수도 있는 몸. 그런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받아들여야 몸은 집이 되고, 다중 쟁점을 가지고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가성, 복잡성, 모호성, 모순 등을 여러 예시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또 그러한 복합적인 정체성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알려줍니다. 깊은 성찰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시선들이 우리의 각자의 뼛속까지 깊이 파고 들어있는 장소, 공동체, 문화들을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몸을 집에 비유한 것, 책에 나오던 은유적인 산을 오르기 위해 우리가 여러 배재와 차별을 무릅썼던 경험과 그 사이에서 흔들렸던 경험, 책을 읽는 동안 되돌아본 나의 여러 정체성에 대해 가벼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어려움과 불편함 감정을 느낀 점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주로 저자와의 언어적, 시대적, 문화적 배경 차이가 이유였던 것 같았습니다. 또한 다중쟁점적인 시선을 가진다는 것이 매우 힘을 많이 쏟아야 하고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착잡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은 한 개인에게 복잡하게 쌓이고 교차하는 정체성과 계급들 중, 하나의 배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배재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만연하게 존재했습니다. 하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의, 혹은 타인의 정체성을 짓누르고 짓눌려져야 하는 상황에 저자는 안타까움을 거침없이 내뱉습니다. 다중쟁점정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이자 그를 향해 나아갈 때도 끊임없이 놓지 말아야 하는, 혹은 놓을 수 없는 태도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서로의 소수자성을 확인하고 그것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그 후에는 고은이 가져온 글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책 「망명과 자긍심」에 대한 정리와, 여성,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여러 교차하는 정체성 중 하나로 가지고 있는 저자 클레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고 한국의 페미니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화는 고은이 가져온 씨앗질문들과도 연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페미니즘을 접하고 삶의 태도로 가져오면서 겪었던 풀리지 않았던 질문들, 혹은 분노, 혼란, 당황, 답답함 등의 감정들을 털어놓았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스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무엇인지도 잘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페미니즘을 접한 후, 그동안 저에게는 ‘질문하기’의 태도가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재의 사회구조 속에 질문을 함으로써 시작되는 사회운동들, 그리고 그 운동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한데 어느 시점부터는 질문하기를 멈춘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 질문, 감정들이 흐르지 못하고 속에 고여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에선 그런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밖으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이 그런 시도를 해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2
  • 2020-07-28 09:57

    질문하기! 공감합니다.. 꼼꼼한 후기 좋아요~~:)

  • 2020-07-28 22:26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란스러웠다는 말이 인상깊은 것 같아요.
    저도 강남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고,
    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듣는 그런 시간들이 우리에게 필요했구나'
    하는 걸 느낀 첫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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