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S2> 1회차 - 『문학3 2020 2호』후기

명식
2020-07-08 17:45
339

 

  길드다 강학원 S2 <포스트 휴머니즘>, 첫 시간이었습니다!

 

  첫 시간인 만큼 세미나 소개와 간단한 자기소개, 그리고 이번 수업 주제인 <포스트 휴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작했습니다. 우선 휴머니즘은 인본人本주의로 번역되며, 그러므로 인간중심주의기도 하지요. “인간의 입장과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그를 통해 다시 인간 자신을 구성하는 과정이자 사고.” 그리고 포스트 휴머니즘은 그와 같은 휴머니즘이 만들어내는 한계들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책 <문학3 2020 2호 : 동물의 자리에서 인간중심주의 다시보기>는 동물의 입장을 통해 휴머니즘을 넘어서고자 시도였습니다. 다섯 명의 글쓴이가 다섯 개의 텍스트를 통해 다각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는데요. 다양한 텍스트만큼이나 세미나 도중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규혜가 제기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갖는 어떤 근본적 한계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동물의 입장에 서고자 하는 이번 텍스트의 시도들조차도 결국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의 시각에서 동물들을 의인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었는데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과 ‘자연’ 사이에는 어떤 근본적 대립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고, 그 대립을 정면으로 다루어야만 휴머니즘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추가로 제기해주었습니다.

 

  또 지용과 바다님은 중성화 수술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동물 입장에 선다는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반려동물의 수명 연장, 발정이 주는 고통의 제거, 생식기관 관련 질환 예방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사실이나 그것이 과연 동물을 ‘위한’ 것인가, 동물들도 그것을 스스로 바람직하게 생각할 것인가,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반려동물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가 등의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원은 자신이 처음 페미니즘을 접했을 때의 경험과 이번 텍스트를 읽을 때 들었던 경험을 비교하며 이번 텍스트, 특히 두 번째 글인 <생명 하나 생명 둘 생명 셋>이 왜 불편하게 다가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은 등은 그 글이 갖는 선언적인 성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통해 느껴지는 글쓴이가 받은 강렬한 경험, 충격에 대한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했고요.

 

  그 외에도 네 번째 글이 다루고 있는  인간과 동물 양쪽 모두 생식능력으로만 포착되는 성/젠더적 문제를 비롯해 많은 주제를 말해주신 서정님, 퀴어 개념이 갖는 전복적 성격에 대해 질문하신 휘인님, 인간성(휴머니티)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는 원기 등 모든 분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을 해주셨고, 또 그를 바탕으로 다른 분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다섯 개의 글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네 번째 글 <어떤 야생화 돼지의 삶과 죽음>은 자연계에 대한 ‘침략종 이론’이 실제 난민 담론과 어떤 식으로 결부되어 작동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가 단지 이념적 당위가 아닌 현실의 문제임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첫 번째 글 <사람-되기와 ‘동물-되기>가 짐승을 결여된 존재로 규정하는 인간의 주권체제에서 수많은 결여된 인간들(소수자)은 결국 짐승과 구분되지 않음을 지적한 부분도 핵심을 잘 짚어냈다고 느꼈고요.

 

  하지만 ‘그래서 동물-되기가 대체 무엇인가, 인간과 동물의 공동 정치는 어떠한 형태인가‘ 하는 질문이 던져지면 여전히 말문이 막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포스트 휴머니즘의 문제가 실천의 영역에 들어설 때,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입장을 벗어나서 사고하고 말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합니다. '나 자신'을 벗어나는 것의 어려움 -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인간-동물의 문제 뿐 아니라 수많은 소수자 문제에서 반복되어 온 딜레마일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우리가 접할 텍스트인 <포스트 휴먼>, <공각기동대>, <숲은 생각한다>를 통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여러 힌트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세미나 끝날 즈음에는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그 힌트들을 통해 오늘 말씀해주신 각자의 문제의식을 풀어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 휴먼>과 함께, 그리고 오늘 오지 못하신 현서, 조은나리, 승현님과 함께 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오늘 발제문을 이 글에 첨부하여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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