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등인문학교 S1 <마을이란 낯선 곳> 세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7-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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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중등인문학교 시즌1, <마을이란 낯선 곳>의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연경이가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해, 연주 한영 가람 세 사람과 함께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아홉 살 인생』은 글쓴이가 자신의 아홉 살 적을 되돌아보면서 그 무렵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동네의 여러 이웃과 친구들에 대한 기억들을 소설로 풀어낸 책입니다. ‘여민’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주인공은 서울의 한 산동네에서 살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기 짝이 없지만 저마다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허풍쟁이 친구 기종이, 여민이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금복이, 어딘가 으스스한 토굴 할매,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동네형 ‘골방철학자’, 골목대장 ‘검은 제비’, 기종이의 영웅인 베트남 귀환병 ‘외팔이 하상사’, 학교의 부잣집 공주님인 우림이 등……아홉 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웃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웃들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깨어나는 과정에서 존재했던 수많은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헤쳐 가며 살아가야 했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를 이미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살펴보았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 이웃들의 이야기와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가령 가람이는 기종이를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꼽았는데요. 이 신기종이란 친구는, 누나와 단둘이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는데, 입만 열면 허풍과 함께 온통 전쟁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베트콩을 물리치자! 여자 베트콩도 아이 베트콩도, 모조리 해치워야 한다! 두다다다다, 으앗!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것은 기종이가 이따금씩 동네에 찾아오는 고물상 ‘외팔이 하상사’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막막한 삶 속에서 하상사가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만이 기종이를 꿈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유투브를 통해 머릿속에서 세상을 그려가듯, 기종이는 하상사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그려갔던 것이죠.

 

  또 연주, 한영이와는 ‘검은 제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검은 제비는 동네의 골목대장으로,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검은 제비의 꿈은 자신이 어른이 되면 자기 손으로 괴물 같은 아버지를 혼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검은 제비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죽어버리고, 검은 제비는 ‘어른’이 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가면서 골목대장 자리를 여민이에게 넘겨줍니다. 그 뒤 이따금씩 마주치는 검은 제비는, 항상 죽은 눈에 지친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여민에게 더 이상 말조차 걸지 않게 됩니다. 아마도 그제야 검은 제비는 증오스러웠단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됨으로써……. 오늘날에도, 우리가 그와 같은 식으로 ‘어른’이 되어가듯이…….

 

  그런가하면 학교의 공주님 우림이는 처음에는 산동네에 사는 여민이를 지저부하고 촌스러운 아이라며 깔보고 명령하지요. 하지만 툭하면 뒷산을 돌아다니는 여민이가 토끼장의 토끼들을 능숙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시선이 바뀌어, 곧 아이다운 서툰 모습으로 여민이에게 관심을 드러냅니다. 여민이와 우림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삶을 살지만, 학교에서 친구로 만남으로써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과 부유한 집의 아이들이 함께 학교를 다니는 일은 이따금씩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아직도 여민이와 우림이가 그러했듯 아직 서로의 삶에 이끌리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요즘 어린 아이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엘사’(LH아파트 사는 애)라는 말을 들으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살피면서 겉모습은 오늘과 많이 다를지언정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비슷한 지점들을 여럿 발견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들도 많았지요. 그것은 동네를 뛰어다니며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며, 한편으로는 세상에 찌들어가는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아홉 살 여민이에게 그 모든 동네 사람들은 세상을 함께 살아나가는 친구이자 세상을 가르쳐주는 스승이었던 셈입니다.

 

  우리는 여민이가 그러했듯 우리가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이 날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글을 쓰느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제 다음 시간과 그 다음 시간에 읽을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이웃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연경이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그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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