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지마 니까야 9회차 후기

잎사귀
2019-08-25 13:47
397

 맛지마 니까야 차례차례의 품인 120경까지 읽었습니다. 와~~ 언제 이 두꺼운 걸 다 읽나 했는데 정말 많이 걸어 왔네요. 그만큼 붓다 말씀과 사상이 제 안에 쌓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개념이나 기초적인 말씀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기쁘네요. 맛지마 니까야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다보니 초보 수행자가 된 기분이에요. 수행자들이여~~라고 부르시면 귀가 쫑끗 세워집니다. 말씀이 길어지면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오곤 하지만요^^ 

 

 저는 이번 경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을 듣듯 읽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말씀이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 저랑 만나는 접점을 찾기 위해 긴장하며 읽었는데 아구 모르겠다. 부르시니 가보자 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보름달 밤의 큰 경과 작은 경을 달 빛 아래 듣듯 고요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상하고, 괴롭고,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내것이 아니고 내가 아님을 알아가야 함을,  참사람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도라지님은 익숙함과 능숙함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우리는 한참이나 익숙함과 능숙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익숙함은 늘 하던대로, 내가 편한 방식대로 하는 것이고, 능숙함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아는 상태에서, 즉 연기적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능숙함은 탁월함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향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도라지샘이 말씀하신 능숙함은 '중도'의 다른 말이며 '이것이 최상의 벗어남이다'라는 생각으로 그 상태에 머물지 않는 사리뿟따의 벗어남과 같다고 메모 말미에 써주셨어요. 능숙함이란 중도, 연기, 탁월함의 다른 이름일수도 있을 거 같아요.

 

 요요샘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생노병사 앞에서 곧잘 당황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리석은 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임을 다시 일깨워주셨어요. "두려움과 공포는 무지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지를 지속시키고 강화하는 원인이 된다." 이 괴로움의 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흡 새김 몸에 대한 새김을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고 하셨어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에너지 속에 있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명상으로 집중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실천으로 꾸준히 이어지기를 다짐해 봅니다.

 

 미르님은 여러가지 경을 재미나게 엮어 오셨어요. 미르님의 말씀을 듣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해석에 놀라기도 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자유로워서 저까지 가벼워집니다. 요요샘의 불타는 집 이야기(우리 마음)도 무척 가슴에 와 닿았고 연이어 이어진 미르님의 그냥 놔라~(집착을 어떻게 놓아야 합니까 라는 질문에 숯이 뜨거우면 탁 놓듯이) 라는 말씀이 콕 박히더라고요. 일단 내 마음이 불타고 있는 집이고, 내가 잡고 있는 것이 뜨거운 숯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호흡 새김과 몸에 대한 새김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지금 집착하고 있는 것이 나를 괴롭히는 불이고, 뜨거운 숯이고, 독이 든 음료이며, 쓰레기라는 사실을 알고 볼 수 있다면 수행이 쉬울 것 같은데 집착하는 것들이 그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이 수행이겠지요..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호흡을 새기고 몸을 새겨 마음을 닦고 싶네요. 9박 10일 명상에 마음 뺏기지 않고 여기서 당장 실천!!

 

청소: 도라지샘, 요요샘

읽기: 136경까지 읽어옵니다.

 

댓글 5
  • 2019-08-26 21:15

    음.. 오늘도 저는 문탁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경계를 만났습니다.
    지난 번 메모에서 호흡새김, 몸에 대한 새김을 당장 실천하자 어쩌고 썼는데..
    오늘 만난 경계에서는 매일 아침의 명상수행도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아요.ㅜㅠ
    그래서 아, 뭐지? 공부 헛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자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래 저래 뒤엉켜서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이곳이 바로 수행의 장이고 공부의 장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만 그 위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진 않네요.
    아무튼 그래서 다음 메모는 수행자들에게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서 홀로 지낼 것을 권하는 붓다에게 딴지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과연 그걸로 메모를 쓸 수 있을까요? ㅋㅋ

    • 2019-09-02 19:11

      오 딴지글 재미나겠다.

  • 2019-08-26 21:23

    함께 나누는 메모가 더 많으면 좋을텐데. 지난주에는 그런점에서 많이 아쉬웠어요.

    요즘 저는 곳곳에서 나의 부처들을 만납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가르침을 주는 부처들이 참 많더군요.
    다 제 스승으로 모시고. 알아차리고... 사유하고 숙고하고.
    내 마음이 고요함이 되도록 그 속에 들어가 앉기! 수행처 따로 있나요 뭐.ㅎㅎ

    음... 그런데, 이번주 읽을 경들은 앞에서부터 책장이 안넘어가네요. 어렵.ㅠ
    뒤부터 읽을까봐요. ㅋ

  • 2019-08-26 22:40

    두분도 마음의 동요를 종종 일으키신다니 저는 안심이 되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ㅎㅎ

    • 2019-09-02 19:17

      마음의 동요를 안일으키면 이미 부처게요..ㅋㅋ
      얼마든지 일으켜도 됩니다. 화내도 되고 짜증내도 되고 ㅎㅎ
      그런데 그렇게 일으키는 내 수준을 제대로 정확히 알고 자책하지 않는 것
      그리고 화내고 짜증낸후 '이것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알아차리고 자각하는것을 화내고 짜증낼때마다 반복해서 꾸준히 하는 것 (재강화학습 : Reinforcement training) 그것이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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