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따라 꽃따라 에코레시피>첫시간 후기

프리다
2021-04-12 22:58
239

어느 해보다 일찍 만개한 벚꽃에 취해 걷고 있다가 ‘헉’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벚꽃이 만개할 때면 생강나무꽃이 지기 때문이다. 생강나무 꽃차 만들기 수업 일주일 전인데 큰일이다! 생강나무꽃을 확인하기 위해 급히 불곡산에 올랐다. 역시나 거의 다 지고 없었다. 기후 온난화로 벚꽃 개화 시기가 열흘이나 빨라졌고 생강나무꽃도 일찍 져버린 것이다. 다음 날 다시 불곡산에 올랐다. 더 높고 깊은 곳을 찾아 샅샅이 뒤졌다. 야호! 기온이 낮은 곳에 서식하는 생강나무는 꽃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꽃과 가지를 함께 채취했다. 사실 실습 하루 전날 채취해야 하지만 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6일 전에 준비해야만 했다.

 

드디어 에코랩 수업 첫 시간! 정원님, 이유진님, 은가비님 세분이 참석하셨다. 정원님은 문탁에 처음 오셨지만, 지인이기에 친숙했고, 이유진님과 은가비님은 문탁에서 다른 세미나를 하고 계셨지만 초면이었다.

 

생강나무 꽃차 실습에 앞서 식용 가능한 꽃과 유념해야 할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채취할 때 서로에게 이롭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꽃이 많은 나무에서  솎아내듯 채취하면 나무도 열매를 실하게 맺을 수 있다. 토종 식물이 멸종되어 가는 상황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다.

 

다음으로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을 구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 다 봄에 노란 꽃을 피우지만, 산수유꽃은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고, 생강나무꽃은 주로 산에서 핀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가지 끝을 꺾으면 생강 향이 진하게 난다.

생강나무꽃                                                                                                                                   산수유꽃

 

본격적으로 꽃차 만들기 시작! 꽃은 시드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덖어 왔고, 가지를 손질했다.

  1. 가지를 가위로 2cm 길이로 어슷하게 자른다. 이때부터 생강나무 특유의 향이 진동한다.
  2. 전기 팬 온도를 4단으로 맞춰 재빨리 덖어낸다. 살청 과정으로 살균과 산화를 막는다. 이를 면보 위에 펼쳐 놓고 식힌다.
  3. 전기 팬 온도를 3단으로 내려 5분간 덖고 면보 위에 펼쳐 식힌다. (4~5회 반복)
  4. 마지막으로 덖을 때 F점에 온도를 맞추고 뚜껑을 덮어 향매김을 한다.

 

남은 수분 제거와 향을 가두기 위해 30분간 유지 시킨다. 이때 뚜껑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으면 잘 덖어진 것이다. 꽃도 살청과 덖는 과정은 같으며 전기 팬 온도만 1단씩 내린다.

 

 

 

 

 

 

 

 

 

 

 

생강나무 향을 맡으며 차를 덖어 본 사람이라면 이른 봄 산을 오를 때 후각이 먼저 생강나무꽃이 피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존재를 후각만으로 알아차렸을 때의 기쁨은 헤아릴 수 없는 충만함을 준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을 만큼 우리의 오감을 깨우는 나무가 생강나무다.

 

생강나무꽃 차를 유리다관에 3번 우려내어 마셨는데 2번째 우린 차가 가장 향이 깊고 입안에 잔향이 오래 남았다. 생강나무 꽃차의 효능은 몸을 따뜻하게 해 여성에게 특히 좋으며 산후풍, 어혈을 풀어주고, 부종, 신경성 두통, 관절통에 효과가 좋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

 

각자 집에서 가져오신 유리병에 꽃과 가지를 나눠 담으며 수업을 마쳤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진행된 생강나무 꽃차 만들기였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피고 지는 꽃을 통해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은 계절과 무관하게 늘 풍족하지만, 생산과정에서부터 비닐과 기계로 재배하고, 포장과 운송단계까지 에너지와 쓰레기를 소비하며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여러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자연이 철마다 내어주는 야생의 풀, 꽃을 내 몸으로 직접 채취하고 운반해 식탁에 올리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뚜벅뚜벅 걸어서 남긴 발자국만큼 탄소 발자국을 지워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댓글 3
  • 2021-04-13 11:13

    계절을 잊고 살아가는게 늘 안타까왔는데, 철따라, 따라따라~ 레시피, 보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구요.

    프리다님의 감성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제가 촬영을 했잖아요? 조만간 뭔가 나오겠죠?

  • 2021-04-13 23:33

    차를 덖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생강꽃차 저도 살짝 맛 봤는데요

    생강맛이 느껴지는 게 상큼하더군요

    철철이 맛볼 수 있겠죠 ㅋㅋㅋ

  • 2021-04-13 23:41

    저는 꽃차라고 하기에 후다닥 만들어 우아하게 차마실 생각만 했지요.

    그런데...차 덖는 과정이 이리 고된 노동일줄이야!! 

    그래서 이날의 생강꽃차는 저에게 그야말로 땀흘린 뒤 마시는 한 잔의 여유(?)였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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